brunch

<아홉 번째 연습>-부분적 교정과 나머지 수업

1차 내부 오디션을 진행하기 직전의 고요하고도 바빴던 연습 시간

by Roman

1. 지난주에 이어 연습에 참여하는 심경

충격까지는 받지 않았다. 이미 여러 번의 잽을 날려서 내부 오디션을 보게 될 것이란 것이 기정 사실화 되어 있었으니까. 설마 오디션을 통해 뽑은 사람을 다시 내부 오디션으로 내보내게 될까라는 의구심은 계속 있었다.


2. 오디션 직전의 연습 진행의 양상

지휘자님이 부재한 상태에 반주자님 중심으로 연습이 진행되었다. 실제로 합창을 할 때 박자에 맞춰서 합을 맞춰 각 파트 인원이 제대로 부를 수 있는가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었다.


더 많은 이가 빠져 있어서 좀 더 인원이 단출해 보였는데, 이들은 더 동기부여가 되어 있고, 오디션에서 최소한 떨어지면 안 된다는 이유가 충분해서였는지, 지난주에 비해서는 훨씬 나은 합창을 하고 있었고, 나 또한 좀 더 목소리를 높여 자신감 있게 부를만한 부분이 더 생기긴 했다.


각 파트별로 부르고 전체적으로 부른 뒤에 엇박자 등이 다수 있어서 맞추기 어려운 각 파트별 각 부분을 반복하는 부분적 교정과 반복이 주로 이뤄졌다.


그러다 공식적으로 들킨 것은 내가 포함되어 있는 Bass 2 파트는 최소한 반주자님 관점에서 어려울 게 전혀 없는 파트라는 거였다. 그런데도 해메고 있는 것이 너무 부끄러울 정도로.


다만, 나와 몇몇이 음악전공과 거리가 멀고, 악보 보는데 서툴고, 일상 중에 수없이 반복한 음정/박자 듣기와 부르기 연습을 통해 그나마 이렇게 부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아무도 인정할 리가 없는 파트에 속해 있음을 재확인한 후 심리적인 타격이 적어도 내겐 있었다.


그런데, 사실을 부정할 이유는 없잖겠는가? 아무리 연습해도 어렵게 느껴지는, 음악전공자에겐 이 쉬운 파트를 어렵게 익혀서 부르고 있는 것을 굳이 인정받을 이유는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고, 나도 냉정하게 누군가가 열심히 해낸 과정을 보기보다는 손쉽게 결과만 보고 판단하고 살고 있다.


이걸 지적하거나 여기에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일정 나이 이후에는 사회적 평판에 대한 자살 행위처럼도 보인다. 오로지 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실행만이 필요할 뿐.


3. 두려움을 넘어서기 위한 대책을 실행

확실한 메시지가 하반기에 같이 연습을 할 사람을 남기고자 한다는 명확한 표현으로 와 있으므로 음악 전공자도 아니고, 고령에 따른 자신의 단기 기억력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나와 같은 몇몇은 두려움 같은 감정을 갖지 않을 수 없었으므로, 마냥 자신감을 갖기는 어렵다.


그래서 연습 전이나 이후에 같이 모여서 연습하는 시간을 따로 갖자는 아이디어를 냈지만, 실제로 어제 연습 전까지와 바로 직전까지 그러한 모임은 성립되지 않았고, Bass 파트장님에게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호응은 받았지만 연습 이후에 결국 만들어진 모임은 보이즈의 멤버인 한분과 나, 둘뿐이었다.


1) 파트장님이 검색을 해본바 노래를 여럿이 모여 불러볼 만한 연습장이 현재 합창단의 연습장소인 "마포 문화원" 주변에는 없었고, 신촌이나 합정동으로 나가서 이대나 홍대 근처로 가지 않는 한 찾기가 어려웠다.


2) 또한 이런 연습장은 바로 당일에 예약해서 바로 가는 것도 쉽지는 않아 보였다.


연습을 마치고 나서 이번에 결혼식이란 인생의 경사를 축하하는 뜻에서 결성되는 축가를 위한 합창단 모임에 엉겁결에 참여한 다음에 다들 서둘러 갈 길을 서두르면서 나머지 수업은 좌초되는 듯했다.


다른 멤버 2분은 여름 여행 등으로 이번에는 동참이 어려웠고, 적극적으로 입 밖으로 내뱉고 동기를 부여한 사람이 바로 나였으므로, 약속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대로 실행했다.


그것이 근처의 "코인 노래방"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일단, 이전의 오디션을 보기 위해 노래를 연습했던 곳이 집 근처의 "코인 노래방"이었고, 이 근처에서 직장 생활 중이라 확실하게 있단 걸 알았다.


지난주에 부산에 내려가 하는 일에 관련된 행사를 치르면서 "신발원"이란 만두집에서 점심을 먹고자 들렸다가 40분가량의 줄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옆의 "마가(MAGA가 아니라 말'마'와 집'가')"에서 맛있게 먹었던 만두가 떠올라서 오늘 오신 형님과 만두집을 하나 찾아서 우선 점심을 했다.


호기롭게 건물 3층에 있는 "코인 노래방"을 찾아서, '남자 여러 명이 코인 노래방에 대낮에 같이 들어가면 어떻게 보일까요?'라는 Bass 파트장님이 던졌던 우려의 말도 있었지만 무시하고, 들어갔다.


알다시피 요즘의 "코인 노래방"에는 관리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두 명의 50대가 남자가 들어가던 8-90대가 들어가던 일단 쳐다볼 사람조차 없었다.


CCTV가 모든 방을 감시하고 있는 다중모니터가 카운터에 켜 있으니 바르지 못한 일을 하지 말라는 경고성의 표지는 이미 붙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방을 하나 잡고 들어가서 둘이 악보를 펼쳤다.


일반방은 2곡에 천 원, 프리미엄방은 1곡에 천 원이라는 간편한 과금 시스템으로 들어가서 화면을 통해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 진행하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사실 시간으로 과금 가능한 곳이었다면 1~2시간가량 지불하고 합창 연습만 하고 갈까 하다가 그것이 불가능한 곳임을 알고 대략 15곡의 요금을 먼저 결제했다.


그리고 이 중년의 아저씨 두 명이 각각의 모바일폰을 꺼내서 음원을 틀어 그분의 파트인 Bass 1과 나의 파트인 Bass 2를 연습했던 것은 여러 의미에서 시트콤이나 코미디, 시니어 드라마 등의 눈물과 웃음, 나름의 감정을 주지 않고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마치고 나갈 때 쓰지 않은 코인이 남아 있었지만 그대로 방에 남겨놓고 나왔다. 가난한 젊은 커플이나 청소년이 들어와서 더 많은 노래를 부르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원했다.


* 나머지 연습에 대한 후기

그만큼 이 두 남자는 합창단에서 방출당하는 불상사를 겪고 싶지 않았고, 정말로 계속해서 남아서 공

연에 참가하고 뿌듯한 경험을 기억해서 추억으로 만들어 가족을 포함한 지인과 나누고 싶었던 거다.


다른 그 같은 의도를 가진 시니어가 되든 연령 상관없이 "합창" 등의 "가창"에서 자신의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마음껏 노래를 부르길 원하는 분들에게 위의 내용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


그렇게 마무리한 연습 시간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원래의 취미대로 "프라임 비디오"에서 영화 한 편을 찾아보면서 뒤돌아 보면서 이 "스마트 시니어"라는 명칭을 듣고 싶어 하는 나는 나름의 뿌듯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음원 등을 전체 파트가 나오게끔 들을 때 아직도 잘 들리지 않는 Bass 2 파트의 짧지 않은 구절을 종종 반복하면서 일어나는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느낀다.


다음 주 장렬히 오디션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을 올리지 않기만을 기원하며, 폭풍 전야의 이 글을 마친다. 혹시라도 떨어진다면 아마 다음 주에 쓰는 글이 이 합창단 참여기의 조기 중단 글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리 포기하진 않겠다. 그럴 생각이었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단 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