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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째 연습>-첫 공연을 하다

여름 방학 전 상반기 마지막 연습일, 결혼식 축가 공연을 하다

by Roman

이 연재 브런치의 독자 여러분께 9월 5일까지 휴재를 알립니다. 중간중간 관련된 소식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서만 글을 쓰겠습니다. 다시 연습에 관련된 글로 돌아올 때까지 모두 건강히 더운 여름 잘 이겨내길 기원합니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에 두곡의 주요 연습곡 중에 한곡에서 불합격을 한, "보이즈"의 멤버 3인이 고스란히 소속된 Bass 1의 "나름 필사의 연습"에 참여했다.


Bass와 Tenor 파트장을 겸임 중인 파트장님의 참여를 독려하는 Bass 파트 단톡방의 메시지가 있었지만, 역시 목이 마른 분들만이 모였고, 그 목 축이는 것을 도와줄 맘이 있는 나정도가 추가 참여했다.


이리저리 종합했을 때, Bass 1의 문제점은 익힌 음에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목소리를 키워서 다른 구성원도 잘 따라 듣고 같이 부르게 만들 "목소리 크고 음감 좋은 이"가 드물다는 것이었다.


Bass 2는 비전공자로서의 콤플렉스가 만들어낸 과도할만한 반복 청취와 가창 시도로 만들어진 나의 음감과 더불은 자신감 외에도 한번 제 음을 들으면 잊어 먹지 않고 그대로 반복하는 2인이 내 양쪽에 포진하고, 뒤에는 다른 합창단에도 복수로 소속되어 있는 프로페셔널한 한분이 있다.


그런 멤버가 없는 Bass 1이 Pass가 힘들었던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니었겠는가가 이야기였다. 공교롭게도 Bass 2인 내가 참석해서 같이 Bass 1음으로 같이 부르면서 같이 부르는 이들 또한 감염된 자신감과 음감을 갖고 점차적으로 같이 사당 지하 연습실에서 연습한 2시간 뒤 향상되었음을 경험했다.


그런데, 나에 대한 과신을 가지면 안 되는 것이, 내가 오기 전후해서 아카펠라로 박자를 맞추며 음과 박자를 맞추려는 어려운 방식의 연습을 했던 것이 제대로 음원을 틀고 노랠 부를 때 긍정적인 역할을 한 부분도 적지 않았고, 파트장님이 주력했던 연습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반복이 답이다.


나와서 삼겹살 집에서 우의를 북돋우면서 같이 Bass 1을 하지 않겠는가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일단, 나는 내 목소리가 얼마나 더 낮게 내려가, 더 저음으로 곡에 기여할 수 있을까에 더 관심이 크다.


'나 역시 그분들과 내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내 관점이어서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사람은 이미 특출 난 사람이 태어나고 나머지가 평범한 존재가 아니다. 그저 열심히 더 나아지고 싶거나 더 잘하고 싶은 동기가 부여된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잘하게 될 뿐이다.


내가 지금 좀 더 적극적이란 이유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면 그분들 중에서 그 같은 동기를 확실히 갖고 더 잘하게 될 수 있는 사람의 기회를 나도 모르게 빼앗는 것이다. 지위고하, 남녀노소 불문하고 음악 비전공자로서도 합창을 잘하고 싶다면, 잘할 방법은 더 많은 연습과 참여뿐이다.'


이런 일장 연설은 전혀 하지 않고, 쏘맥을 열심히 말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음식을 먹고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에서 헤어졌고, 우의가 더 높아진 자리였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자면 그렇단 이야기다.


물론, 타고난 재능이 결과물의 수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종목이나 영역이 있다. 또한 최후에는 재능 있는 자가 결국 같은 노력의 양으로 경쟁할 경우라면 당연히 이길 것이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합창이라는 종목에는 재능보다 노력과 협업의 자세, 태도가 거의 대부분을 결정하는 것 같다.



그다음 날의 오디션 전에 그 전주의 오디션에 참관했던 "유니세프"의 "팀장님"이 우선은 간접적으로 지휘자님을 통해서 필터링된 정예로 우리 합창단이 "유니세프"의 취지에 맞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촬영을 연말에 할 것이란 소식을 전해왔다.


지난번 오디션 때의 급격한 진화를 목격하고 "연말에 연주해도 되겠네요?"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직접 들어오셔서 마이크를 들고 또 설명하시는 내용도 들어보니, 합창단에 대한 신뢰와 더불어 공연을 잘 해낼 거란 기대를 갖게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소정의 사은품도 나눠주고 가셔서 매우 고마웠다. 집에 가져오니 가족들이 다들 반겼다. 유니세프의 이미지가 좋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회가 이른바 "고급진 곡"을 연습하고 선사해야 하는 기회 다란 생각이 들었고,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구나란 생각이 또 한 번 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 외에도 유자 페스티벌에 가능한 모든 단원이 참여해서 아동 친화적인 노래를 포함해서 공연하고, 후원자 가족이 포함된 송년의 밤 공연을 70분가량 진행할 곡을 연습하기 위해 추가곡을 모두로부터 전체 단톡방에 올려 받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옛날 국내 제약사의 소화제 광고에 나왔던 곡인 "O Fortuna"를 제안하니 지휘자님이 '큰 심벌즈를 준비해야 하고, 전에 두개의 성가곡을 연습한 것 이상의 이탈자 발생과 더불은 추가 오디션 진행에 따른 고충이 심해질 것'이란 말씀에 납득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집으로 단톡방에 올렸다.


그리고 떠오른 곡이 Barry Manilow의 "Copacabana"시리아의 여성 합창단이 율동과 더불어 부른 버전으로 올렸는데, 다른 버전을 올리려다 앞 서 버전에 대한 관심이 없었으므로 참았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 분들에 대한 오디션이 11시가 넘어서 시작되었는데, 일단 일정이 맞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참석 못했던 분들의 실력이 상당했다.


그분 중에 특이하게도 두 곡 중에 하나는 Bass 1으로 하나는 Bass 2로 참석하는 특별한 분이 있었는데 꽤 잘 불러서 관심을 끌었고, 곡의 성격에 따라서 달리 참석하면서 "보이즈"분들과의 친목과 저음 추구, 양쪽을 잡을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긴 했다. 소속보다 취향에 따른 동기 추구형 같았다.


그리고 그 전날 모여서 연습과 더불어 우의를 다졌던 Bass 1도 떨어진 한곡에 대한 가창 검증을 무리 없이 통과해 냈다. 나름 감동적인 풍경이었다. 이로서 의지 있는 거의 모두가 오디션을 통과했다.


이 날은 방학기간 직전의 마지막 날로 9월 6일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연습 전의 마지막 연습의 자리였다. 이제 9월까지 더 이상의 연습은 없을 것이라 마음이 풀리면서도 글을 쓸 때는 이렇게 긴 기간 쉴 것이라 예상하고 있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어떤 글감을 찾아야 할 것인지 고민이 생긴다.



그런데, 이 날은 이런 이벤트만 있는 날이 아니었다. 나를 포함한 25명의 남녀 단원이 총무 역할을 오랫동안 해온 여성 단원 한 분의 결혼식에 축가 공연을 하기 위한 연습을 이미 지난주에 했었다. 결혼식장으로 가기 직전에 연습장에서 했던 "가장 아름다운 노래"에 대한 연습은 좀 불안해 보였다.


그래도 여러분의 차량으로 나눠서 이동한 뒤에 찌는듯한 더위를 피해서 식장으로 들어간 다음, 신부보다 10살 연하인 앳된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신랑과, 기뻐하는 신부를 보는 순간 왠지 의욕이 났다.


저출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인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와 소멸을 겪고 있는 이 나라가 살 길은 인종간 위화감 없는 이민과 결혼, 문화적 결합을 통한 문화적 다양성이 가미된 상상력과 색다른 고유성으로 국가적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행복한 다인종 국가를 만들어가는 것이니까.


주례는 서로 간의 결혼 서약을 '사실 자기도 잘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두 사람이 잘 지킬 수 있는지 의구심이 있지만 잘 지키겠는지'를 여러 번 짓궂게 물으며 웃음을 유발했기 때문에, 경직됨과 구태의연함이 사라져 가는 결혼식 문화의 일면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위의 장황한 사회적 발언 없이 그저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게 좋을, 이 아름다운 결혼식의 두 부부를 위해 처음엔 신부 측의 조카 정도되는 아이의 춤사위가 벌어진 순간 하객은 K-Pop의 위대함과 귀여움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신부가 고등학교 선생님이므로 고3인데도 가요 가창과 더불은 공연을 준비해서 온 남녀 고등학생 제자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선물이지 싶었다.


그리고 바야흐로 우리의 공연 차례가 왔다. 이미 앞서 리허설에서 인사를 어떻게 할지 줄을 어찌 설지 등을 이야기했으므로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능수능란하게 "알 잘 딸깍 센" 파트장님은 "유니세프 후원자 합창단"의 소개와 더불어 관객의 호응을 유지하기 위해 갖고 있는 모바일폰의 조명을 켜서 흔들기를 요청했고 적지 않은 하객이 호응해 줬다.


신부가 여성 도입부를 솔로로 먼저 부르기 시작했을 때, 이것이 규모로서는 아주 크진 않더라도 첫 공연이라는 실감이 다가왔다. 그리고 인생의 아주 초기 일정 시점에 난 청중에 대한 두려움을 잊어버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와 같이 서 있는 이들도 나와 같은 이들임을. 실전 무대에 더 강했다. 동양의 라틴 국가라 불리우는 한국엔 이같이 무대에서 쫄지 않는 이들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일정 비율 이상 많이 있다.


최고령 단원 중에 한 분인 Alto 파트장님이 공연을 마치고 나오셔 선 "우리 이제 돈 받고 공연해도 되겠어"라고 이야길 하셨는데, 마음속으로부터 동의하고 싶었다. 신부 측 어머님께서 우리가 노랠 부르는 동안 (감동의)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니, 최소한 중요한 청중 한분에게 선사한 게 있었단 이야기다.


그런데 그 말을 신부 측 어머님께서 들으셨을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적지만은 않은 금액의 감사금을 보내주셨다. 이 첫 공연을 인정받은 대가라고 생각하니 금액이 어떤지를 떠나서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결혼식 후의 피로연에서 충분한 식사를 이미 한 탓이었는지, 너무 더운 날도 한 몫했는지 15명가량은 와서 종강 파티와 더불어 진행하는 회식 장소를 잡았었지만 많은 분들이 참여를 취소해서, 총 6명만 남아서 잠실 근처의 가까운 음식점에 초저녁의 밝은 조명 아래 들어섰다.


함창단장님과 Alto 파트장님, Tenor/Bass 통합 파트장님과 Tenor 신입 단원 2분과 Bass 2 신입 단원 1인인 나, 이렇게 6명만이 남아서 소주파 3명과 무알콜 맥주 2명, 소맥 1명으로 나눠서 무침 안주 하나와 소라 조개탕으로 간단하게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Tenor 신입 단원 한분은 180cm가 넘는 큰 키에, 이제 평생을 같이할 짝을 찾아 나선, 영어 교재를 편찬하거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을 하는 동시에,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일을 하는 분으로서 서글서글한 성격이어서 혹시라도 주변에 소개할 분을 찾으면 알리기로 약속을 했다.


내 취미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라고 하니, 그런 것을 잘 출판할 수 있는 출판사를 소개해줄 수 있다고 했다. 그다음 날 단톡방에 내 이름 뒤에 "작가님"이란 호칭을 붙여주어, 대단히 감사했다.


또 다른 Tenor단원 한분 또한 180cm를 넘는 꽤 큰 키에 앞서 공연 때 내 바로 옆에서 우렁찬 목소리로 부르고 있어서 나 또한 지지 않으려고 우렁차게 불렀던 바, 알고 봤더니 내가 "지금 이 순간"을 불렀던 "합창단 신입 단원 모집 오디션" 때 나와 같이 순서대로 불렀던 이 중에 한 분이었었다.


이야길 들어보니 다른 합창단에서 다년간 활동했던 경력이 있는 분이었다. 그래서 자신감 넘치게 부르고 음감이 좋았구나를 다시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모든 오디션에 다 참석했었다는 Alto 파트장님이 이 두 분을 포함한 나를 오디션 때 또한 잘 불렀던 사람이라고 이야길 해줘서 참으로 감사했다.


대학 졸업과 더불은 취업 시즌인 1999년 1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줄 곧 월급쟁이 직장인 생활만 계속해왔고, 취업 전에 고등학교 때 중창단, 초등학생-대학 때까지 성가대 활동을 해왔던게 전부였던, 내가 그래도 이런 분들과 더불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은 그저 기적인 것이니까.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그렇게 빽빽하게 짜이고 수많은 이야기로 뒤덮인 하루를 이렇게 보냈지만 기억나는 것만 정리하니 참으로 분량이 많이 줄어들어서 다행스럽다. 그래서 한두 분은 포기하지 않고 읽으리라 생각하니 기쁘다. 이제 긴 방학 동안 이분들과 나는 어떤 교류를 하게 될까? 잠시간 조용히 단절하게 될까?


단원 중에 몇 분이 내 브런치의 독자가 되어주셨다. 설계상 구독하기를 해도 글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기에 자주 보러 오지 못하실 것은 잘 알고 있다. 연습에 대한 글이 실리지 않는다면 와서 보실만한 동기도 생기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오랜 취미는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을 보고 나서 그것에 대한 감상문을 여기에 남겨놓는 것이다. 일상 중에 언제라도 그런 영상물의 선택에 있어 괴리가 있을 때, 참고차 방문해 주신다면 교류는 계속 될 것 같다.



다시 한번, 이 연재 브런치의 독자 여러분께 9월 5일까지 휴재를 알립니다. 중간중간 관련된 소식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서만 글을 쓰겠습니다. 다시 연습에 관련된 글로 돌아올 때까지 모두 건강히 더운 여름 잘 이겨내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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