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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번째 연습>-연말 일정, 단복

일정이 거의 잡히고, 구매할 단복의 사이즈를 확인하고, 배운곡을 점검함

by Roman

지난 토요일 17일 오전의 수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밀도가 높게 이뤄졌다. “잘 못하는 것을 보강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잘하기”였다.


1. 단복 치수 확인

아침에 오자마자 구매하게 될 단복의 사이즈를 확인하기 위해서 쟈켓과 하의를 모두 입어보고, 사이즈를 남성 단원이 정하면서 이제 갖추게 될 마음가짐이 떠오르는 분위기가 읽혔다.


상의는 넉넉하게 한 치수 높게 적은 직접 것이 딱 좋다 싶을 정도로 맞았기에 근력 운동으로 인해서 상체가 발달했음을 깨달은 반면, 대표적인 사이즈의 바지를 입어본 순간, 그렇게 거의 매일 열심히 걸었어도 먹는 양이 줄지 않아 늘어난 그대로임을 확인했다. 역시 노년에 배를 집어넣는 것은 어렵다.


2, 영어 성가곡과 그레고리안 성가곡 보강 과제 입수

그리고서 그동안 연습을 잠시 쉬었던 영어 성가곡을 2주 만에 길 잃은 어린양들을 잔뜩 들판에 풀어놓곤 하는 그레고리안 성가곡 1개를 3주 만에 연습했는데, 이전에 다른 그레고리안 성가에 비해서 갈팡질팡하는 바가 상대적으로 더 심한 것이 느껴졌다.


필수적으로 불러야 하는 곡 2개 이므로 각 파트장이 별도로 파트원을 연습시키고 이를 동영상으로 올리라는 요청이 주어졌다. 여기까지는 원망과 더불어 직접적인 질책이 주어졌지만,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왜냐면 12월 19일 또는 20일이라는 일정이 주어졌으므로, 목표가 더 뚜렷해져서다.


3. 영어 팝송곡이 반전시킨 분위기

그러고 나서 미국 팝송을 부르는 순간 일제히 대부분의 단원이 생기발랄하게 불렀기 때문에, 저조했던 무드가 약간의 반전을 이뤘다. 팝송이지만 우리가 그냥 팝송 창법으로 불러선 의미가 손상되므로 합창단원으로서 개발된 목소리로 훈련되었음을 느낄 수 있는 창법으로 불러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신나게 열심히 부르면서 화음을 맞추고 있는 분위기와 가사에 있는 "유니세프"에 맞는 의미와 뜻이 곡과 동기화되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인지 지휘자님의 살짝 저조해진 무드가 업되었다.


4. 4곡의 한국 가곡과 가요를 연달아 연습

주옥같은 가곡 3개와 기존 합창 단원과 신규 합창 단원이 잘 어우러지고 있는 곡인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자신감 있게 소화하면서 뭔가, 연말까지 이 곡은 제대로 부르게 될 것이란 자신감이 점차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여전히 부족한 부분은 있다. 그러나 그 부족하다는 느낌이 이 한국 가곡들에서는 점점 옅어져가고 있다. 가요 편곡의 경우에도 워낙 단원 모두가 어렸을 때 가요 톱텐 같은 프로에서 장기 1위를 했던 곡이라 멜로디부터가 낯익고, 수년 전에 개봉영화로도 성공했던 작품이어서 여러 연령대를 커버했다.


5. 액션 플랜

다들 돌아가고 남은 몇 명의 베이스 인원이 모여서 같이 점심을 하면서 우의를 다지고 동시에 기존 단원의 대표가 될만한 분 한분도 같이 참여해서 이제 지휘자님이 어느 정도 합창이 완성된 것 같다는 신호를 주고 있는 것 같고, 공연 일자가 잡히면 다들 초인적으로 변해서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추게 될 것이란 낙관적인 의견을 주셔서 힘이 되었다.


지휘자님의 요청대로 주중에 연습실을 예약해서 같이 부를 시간이 정해졌다. 가급적 많은 인원이 모여야 정기 연습에서 서로 의견 나누면서 보충하지 못했던 부분을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니 더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


우리가 잘 안 되는 곡에 대한 과제를 수행하며 최소한 2~3곡에 대해서는 연습보강과 더불은 집중적인 연습이 각 개인에게도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매일 통근 길에 오가면서 듣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부터라도 집에서 직접 부르면서 연습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단복을 받게 된 것이 내겐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작은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는 유년기의 사태를 주의 기울여 읽어본 적이 없는 분에겐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을 입고 합창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데 고무가 되고, 입은 김에 누가 들어도 제대로 연습했음을 느낄 수 있게끔 부르고 싶은 욕심이 점점 더 커진다. 이런 것이 인생이고 이 또한 지나가더라도 행복인 것 같다.


이것은 업무에 대한 의욕을 증진시키는데에도 작용하고 육아를 위한 자신감을 얻는데에도 중요하다. 우리 중에 쓸데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합창은 다른 일과의 경중을 다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힘든 삶이 가끔 연습을 빠지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몰입과 루틴은 남아야 한다.

턱시도를 입으려니 이런 꿈도 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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