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두 주 앞으로 성큼 다가온 유자 페스티벌 공연 전 촬영을 하다
일단, 지난 수요일에 테너와 베이스가 모여서 저녁에 홍대의 한 연습실에서 진행한 이야기를 올리질 않아서 여기에 연습 내용을 묶기로 했다. 따라서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오늘 쓰는 내용은 "스물여덟 번째"와 "스물아홉 번째"의 연습을 묶은 내용이다. 하지만 "스물여덟 번째"라고만 쓰겠다.
브런치 북의 설정상 30개 초과의 이야기화를 한 개의 북에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이제 마지막 공연 이야기를 적기 위해서는 앞으로 남아 있는 최소 3회의 연습을 묶어서 "스물아홉 번째의 연습"이라고 쓰고 "첫 공식 합창단 공연"이라는 대망의 피날레를 써야, 1개의 북으로 완결된 구성이 나와서다.
만약... 그래 만약이라고 쓰자...... 그 공연 이후에도 합창단 참여기를 쓰게 된다면, 그것은 "합창단 참여기 2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그것은 내 구상에 들어 있지 않다.
이 브런치 북의 형식은 관리와 규격화, 시스템에서 누가 누가 "브런치팀"이 원하는 대로 순종적으로 잘 쓰나를 측정하고 평가하고, 사용자 그룹 등을 구분을 하는 데 있어서는 효율적 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처럼 장편소설 분량의 글을 때로 하나씩, 설사 보는 사람은 지루하더라도, 뽑아내는 글쟁이에겐 속박이 큰 형식이다. 매거진에는 제한이 없지만, 그곳에 쓰는 것은 좀 진부해 보인다.
30개 내에서 회를 관리하면서 구상할 수 있는 보다 짧은 호흡의 완결성을 반복해 내는 작가에게 이런 형식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 쓰던 소설 한 편도 30회 차를 써 나가다가 이대로 30회에 마무리할 것인지 아니면 더 써서 브런치 북 수를 늘려서 쓸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는데, 늘려서 더 쓰기엔 뭔가 좀 모자라질 것 같다 보니, 30화 몇 화 전부터 날림으로 모든 내용을 일거에 결론 내면서 결국 이야기의 김이 빠졌다.
내 경우에는 이 형식이 내용을 제어하는 틀로 확실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이 형식에 동의해서 여기까지 써왔으므로, 이 형식 하에서 다시 뒤돌아가거나 전면적으로 수정을 시도하기엔 이미 늦었다.
그래서 2개의 화로 이 브런치북은 일단 마무리될 것이다. 형식에 충실하되, 그래도 내용은 가치가 있게 끝나길 바란다.
하지만, 원래 나의 글이란 것은 다 써봐야만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있고, 이 글은 벌어진 일을 복기해서 다시 쓰는 창작보다는 기록이므로, 무슨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가가 글의 내용과 방향을 결정하는데 끼치는 영향이 더 크다. 그것을 아직은 알 수 없으니 쓸 맛이 나는 것이다.
1. 12월 3일 수요일의 수시 연습 - 무엇도 그들을 막지 못한다
그날따라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떨어진 온도의 추위를 뚫고 홍대에서 테너 4인과 베이스 3인이 모여서 연습을 했다. 테너분이 원래 2분 더 나올 예정이었지만 그 추위 또는 업무 또는 개인사에 관련된 내용으로 나오지 못했다. 베이스도 좀 더 나왔으면 했지만, 지난번의 3인이 다시 나왔다.
이번엔 "테너 파트장"님이 지인인 여자 반주자님을 모시고 나왔고, 홍대에 있는 지난번의 연습실보다 더 상위의 환경으로 피아노도 있고, 악보대와 의자가 많은 연습실을 예약해서, 인원이 많아지면서도, 더 나은 연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름의 경력을 기반으로 지도도 잘해주셔서 좋았다.
테너는 테너대로 베이스는 베이스대로 연습하다 보니, 남성만의 화음의 공명이라는 것이 어떠한지, 서로의 음에 끌려가지 않으면서도 제대로 합창을 해낼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막연함만이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이 7명은 서로 다른 파트의 장단점을 이해하면서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상대의 관점에서 지적하면 이를 받아들여 채우고, 잘 되는 부분은 더 강화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한 지휘자님이 지적하고 수정을 요청한 내용에 대한 이해가 각각 조각 나 있기 때문에, 서로 대화하고 지적하는 과정에서 그 이해가 보충되면서 의도한 바대로의 합창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더 접근해갈 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매우 필요했던 연습이었고, 그런 부분에서 도움이 큰 기회였다.
2시간 30분간의 집중도 높고, 반주자님이 있어, 되돌아봐야 할 구간을 더 쉽게 많이 돌아가 볼 수 있었던 연습은 역시나 핸드폰과 연결해서 MR을 들으면서 했던 연습과는 분명히 차원이 다른 효과가 있었고, 이로 인해 얻은 자신감은 주말 정기 연습 시에도 타 단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될 수 있었다.
남자끼리 모였으니 누군가는 분명히 맥주가 한잔 정도 그리웠을 법도 했지만, 어정쩡하게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시간에 끝난 뒤, 추위도 세게 느껴져서, 저마다의 가정을 향해 짧은 인사 후에 흩어져 갔다. 늦은 저녁 시간에 오로지 합창 연습만을 위해서 모이는 이 남자들의 모습은 이 시대의 모습이다.
2. 12월 6일 수요일의 정기 연습 - 이 단체의 본사에서의 리허설 촬영
드라이하게 녹취를 AI를 통해서 요약하자면, 오늘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합창 연습의 열기와 긴장감
지휘자님의 피드백은 명확하고 구체적이었다.
* 발음 및 딕션 강조: 곡의 특정 부분 딕션. 특히 영어 가사와 딕션에 대한 교정이 반복되었다. 웅얼거리지 말고 똑똑하게, 긴장을 유지하며 부를 것을 강조했다.
* 파트별 기술 지적: 소프라노 파트의 음정 불안정과 남성 파트의 힘으로 미는 소리, 텐션 부족 등 세밀한 창법 기술이 지적되었다.. 특히 호흡과 자세의 중요성이 또다시 강조되었다.
* 암보 독려: 베이스 파트장님은 암보를 하면서 최대한 지휘자님을 쳐다보면서 부르길 요청했다.
2) 공연 준비와 무대 연출 (동선, 의상, 촬영)
실제 무대를 위한 동선, 의상, 촬영 관련 논의까지 포함됐다.
* 무대 동선 및 대형: 합창단의 입장/퇴장 동선, 파트별 대형(키 순서, 센터 배치 등), 퇴장 시 팔의 자세까지 세심하게 조율했다.
* 의상 및 소품: 무대에서 옷이 너무 길거나 촌스럽게 보이지 않도록 핏을 맞추는 디테일, 특히 남성 의상의 접는 방법과 여성 단원의 머리 장식/스타일링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3) 단원들의 열정과 애환
빡빡한 스케줄과 강도 높은 연습 속에서도 단원들은 합창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 합창단 생활의 고충: 다른 합창단과의 비교를 통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긴장감도 있다.
* 지휘자님의 고충: 크리스마스 시즌 임박하여 공연 지휘요청이 쇄도하여 현재 총 9개의 기악 및 합창 단체의 공연을 지휘 중인데, 나름의 애정을 가지고 우리에게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내가 쓴 글은 아래와 같다.
연습을 마치고 오후에 이 단체의 본사로 이동해서 12월 19-20일에 진행할 "이 단체의 페스티벌"의 홍보 등의 목적으로 동영상과 사진 촬영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전까지 한 바퀴 곡을 불러보면서, 지휘자님 입장이나 단원 입장에서나 욕심이 났고, 상반기에 또한 공들여 연습했지만 아직 불안하게 불러지는 곡인 아카펠라로 기획된 캐럴곡 하나를 포기하기로 했다. 추위 속에서 찾아간 세 번의 수시 연습에서도 강조해서 연습했었던 곡이었지만, 결국 제외되었다.
미련이 남은 이 몇 명이 한번 더 연습해 보자고 제안해서 했지만, 역시나 제외되었다. 그럼에도 총 10곡이 넘는 곡이 레퍼토리로 남아 있었기에, 대부분 납득하고 잘할 수 있는 곡에 집중하기로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이렇게 한 바퀴를 다 부른 뒤에 지휘자님이 예전에 언급은 했었지만 강조하지 않았던 진실이 밝혀졌다. 현재 크리스마스 시즌에 지휘 요청이 쇄도하여, 지도하고 있는 오케스트라와 기악연주단, 합창단 등은 총 9개였다. 어마어마한 숫자고, 젊고 유능한 지휘자가 아니고서야 시도할 수 없는 경지라 생각했다.
우리와 같은 합창단은 부산에도 한 곳 있고,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운송수단에서의 시간과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가는 시간 정도가 악보에 마킹한 해결해야 할 부분을 확인하고 해결되면 지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오늘도 오후 저녁 무렵에 내려가서 그들에게 강연해야 한다.
밤늦게 되어서야 정리가 된 지적 사항이나 수정 요청 사항등이 단톡방에 올라오는 이유는 그렇게 내려가서 강의를 마친 뒤에야 시간이 나서 정리된 내용을 보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집중적으로 전문적인 합창단으로서의 실력향상을 위해 더 많은 훈련을 지시하고 꼼꼼하게 모두 살펴볼만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주어진 시간 내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고마운 것은 상반기에 배웠던 곡을 대부분 포기했지만, 하반기에 배운 더 많은 곡을 각자의 개별적인 연습을 통해서 숙련시키고, 어느 정도 이상 부를 수 있도록 만든 노력이었다고 했다.
이런 것에 불만을 토로했던 이들이 있었지만, 아직 남아서 부르는 이들은 그런저런 불평불만을 떠나서 계속 합창 연습을 해서 공연을 해내야만 할 동기가 제대로 서 있는 이들이다.
연습을 마치고 이 단체의 본사로 이동한 뒤에 말끔하게 단복으로 갈아입고 무대에서 배치를 마친 뒤에 피아노가 없었기에 모두 아카펠라인양 첫 음만 잡고 여러 곡을 부르는 중에 촬영이 진행되었다.
서로 흥이 나고 있다는 분위기가 읽혔고, 지난 4월부터 시작되어서 8개월이 흐른 연습의 시간 동안 지휘자님과 반주자님, 우리의 어떤 연대감 비슷한 감정이 많이 커져 있음을 순간 느낄 수 있었다.
구두 위에 하의 끝이 얼마큼 덮여야 하는지, 여자단원들의 어깨숄더는 어떻게 접어야 하는지, 남성 단원의 행커치프를 꽃 모양으로 접어서 꽂는 방법, 입퇴장 시의 악보 파지법, 남녀단원 각각 입장 방식 및 퇴장 방식, 시선처리 등을 세심하게 다시 다 일일이 보여주고 알려주고 하도록 만드는 그 모든 것이 지휘자님이 그동안 유지해 왔던 약간의 거리감을 순식간에 많이 줄여주었다.
다 마치고 돌아가는 때, 뭔가 아쉬움이 있어서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목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저마다 집으로 돌아가 주말 토요일 오후에 가족과 만들어야 할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겠지만 발걸음이 급한 듯한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중에 나도 하나였다.
평일 저녁에 연습할 때는 모여서 꼭 술을 하는 분위기가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있다가 최근엔 없다는 이야기를 지휘자님과 여러 단원이 같이 나누다가, 언젠가 그런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개인적으로 너무 많이 마시는 자리는 피한다. 둘러보면 친구 또래들도 그러하다. 그래도 또한 그렇게 술 한잔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가 친해진다는 것이 적지 않은 한국 사람의 이른바 정이라는 것을 쌓아가는 방법이니까. 자주는 아니더라도 자리를 가질 것이다. 공연 전이든 이후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