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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un 30. 2015

<엣지 오브 투마로우>-자기 쇄신의 무한반복

끊임없는 자기 쇄신의 기회로 주어진 타임슬립

시간 여행, 곧 타임 슬립을 다룬 영화들은 정말로 지겹도록 많다.  이 영화에 대한 감상문은 수많은 타임 슬립 영화들을 보고 나서 쓴 여러 편의 감상문들에 약간의 변주 정도만 덧붙이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임 슬립을 다룬 영화 중에 또 하나 재미있는 영화를 본 것이 맞기 때문에 진부하게 보일 수도 있는 감상문을 쓴다.

1955년도부터 Time Slip 영화는 양산되고 있었다.
마침 톰 크루즈가 출연했던 라스트 사무라이도 타임슬립 영화다

무엇보다 이 영화 속의 내용은 마치 오래전부터 계속 고집스럽게 도돌이표를 찍으면서 글을 쓰고 있는 나란 사람과 왠지 닮아 있어서 마음을 끌었다.


이 영화 속의 다시 같은 시점으로 끝없이 회귀를 해야만 하는 함정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물론, 영화 속의 끝없는 원점회귀는 함정이라기보다는 우주에서 쳐들어온 외계 종족이 갖고 있는 신비한 능력에 이른바 감염된 상황이기는 하다.

이른바 끝판왕과 마주쳐 싸우는 장면이다.

이 영화에서 이 끝없는 영겁 회귀가 풀리기 위해서는 주인공을 감염시킨 존재인"오메가"를 처단해야만 한다.


주인공 톰 크루즈는 외계인과의 전쟁중에  말 한마디 방송에서 잘못한 탓에, 대언론 장교에서 일반 전투병으로 좌천되고, 바로 그 날 죽을  수밖에 없는 외계인들과의 전쟁터에 멋모르는 신입으로 투입되었다가 "오메가"의 피를 뒤집어 써버린 이후, 죽을 때마다 다시 처음으로 일반병으로 좌천된 첫장면으로 끊임없이 돌아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계속적으로 그의 신체적인 능력과 정신적인 강인함은 배가 된다.

어설픈 신병에서
끔찍하지만 총을 갈겨보는 중견 군인으로

그 과정에서 톰은 전쟁의 영웅으로 불리는 에밀리블런트가 연기한 여전사와 만나게 되고, 그녀 역시 그와 같은 영겁회귀 상태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때부터 최상급 수준의 전사가 되어 "오메가"를 처단하고 영겁회귀의 저주로부터 풀려나기 위한 끊임없는 생사를 반복하는 씬들이 계속 이어진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화기를 사용하는 능숙한 전사로 변화된다.


나 역시 이렇게 써온 시간만큼은 수준이 높아지질 않는 글 쓰기의 영겁회귀를 벗어날 유일한 길을 찾고 있다. 바로 오늘이라도 어제보다 더 나은 글. 내가 "아!"하고 자신 있게 잘 썼다고 쓸 만 한 글을 쓰는 그 순간이 올거라고 믿고 산다. 물론, 언제 올지, 시나리오도 없는 내 글 쓰기 인생에 그런 순간은 언뜻 예상은 잘 되지 않는다. 쓰고 나서 제대로 퇴고하는 습관도 없이 계속 써온 1999년도부터의 16년간의 블로그 집필은 오늘까지도 끊임없는 쳇바퀴 돌기 같은 면이 있다.

이 장면은 계속 여러번 다른 방식으로 반복된다.


에지 오브 투모로우(2014)

Edge of Tomorrow

감독: 더그 라이만

출연: 톰 크루즈, 에밀리 블런트, 빌 팩스톤, 샬롯라일리, 제레미 피븐

정보: 액션, SF |미국| 113분| 2014-06-04


이 영화는 한 상영분의 3분의 1 정도 지점부터 톰 크루즈가 왜 주인공이 되어야만 했을까가 자연스럽게 납득이 된다. 그의 영화를 이전에 몇 편 보았던 기억이 있다면 왜 그렇게 되는지 공감하게 될 것이다.


이 영화 속에서 나타나는 시간여행 또는 미래에 대한 예측은 그가 출연해 왔던 우주전쟁이나 마이너리티 리포트, 바닐라 스카이 등의 SF작품들과 여러 형태로 연결되어 있으며, 대 전쟁을 기반으로 하는 액션 활극, 모함에 빠졌다가 이를 극복하는 스파이극(미션 임파서블), 뻔뻔한 허영심에 빠진 장교 캐릭터가 탑건이나 어 퓨 굿맨 등에서 나온 장교이미지와 맞닿고, 끊임없이 자기를 쇄신하는 끝없는 반복 작업을 끊임없이 할 것 같은 이미지도 여러 곳에서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관객들에게 익숙한 느낌이 전달된다.

탑건에서는 자신의 명예를 구한다.
어퓨굿맨에서는 미해병대의 정의를 지킨다.
바닐라 스카이에서는 자신의 미래 기술이 만든 환상 속에 빠져산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미래 미국의 법체계를 수호한다.
우주전쟁에서는 딸을 구하려 애쓰던 와중에 지구도 구해진다.
미션 임파서블에서는 자기자신과 자신의 팀, 애인, 지구를 매번 구한다.

그 이상 이 영화의, 이 배역에 맞는 이미지를 구축한 배우는 없을 것이다. 아니면, 그를 주인공으로 배정하기로 결론 지은 다음 맞춤형으로 스토리가 편집되고 씬들이 배열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톰 크루즈가 갖고 있는 캐릭터 상의 반복되는 패턴은 이른 바

1. 모함을 당한다.

2. 뜻이 맞는 동료들을 찾아 모함당한 상황을 이해한다.

3. 그 동료들과 역경을 무릅쓰고 끝까지 무고함을 밝힌다.

4. 그 과정에서 대의를 이루고 인류를 구한다.


이 정도이다. 이 뻔한 패턴들이 벌써 수십여 년 반복되지만 그래도 이런 패턴에 맞는 배우 중에 아직 그를 뛰어넘을 만큼의 출연료와 유명세를 구축한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어쩌면 이 영화에 도달하기 전까지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천편일률적인 역할들에 투입되어서 매양 비슷한 연기를 하면서 쳇바퀴 돌림을 열심히 해 온 하나의 전형적인 배우이다. 물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그의 영화를 보는  관객층이 계속 어려지는 것이 그가 흥행 배우로서 살 수 있는 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나왔던 것처럼, 마치 뱀파이어인양 나이를 더디게 먹고 있다.

이제 다시 이 영화와 주인공, 나와의 연관성을 찾다 보니, 이 영화가 찔러보았을 모든 사람들의 어떤 부분 하나가 손에 잡힐 듯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것은 습득의 과정, 습관화의 과정이라는 우리 모두가 겪는 현상이다.


끝이 막힌 것 같은 쳇바퀴 놀음의 끝에도 결국 다른 단계로 우리가 넘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느샌가 우리는 세계의 평화를 지키고, 사랑을 만들며, 자신의 성취를 끝내는 이뤄내는 단계로 갈 수 있다는 희망찬 메세지를 선사한다. 그게 톰 크루즈가 할 수 있는, "제리 맥과이어"에서  극대화되었던 가장 최고의 메시지이니까.


퇴물이 된 프로선수를 재생시킨다.


글을 꾸준히 써나간다는 쳇바퀴가 끝나지 않은 채로 어쩌면 이 공간이 소멸되거나 우리 자신이 먼저 이 공간 밖으로 소멸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행위 자체로도 우리는 충분히 멋지다라고 위로할 수 있는 영화가 있어 좋다. 엣지 오브 투마로우가 주는 미덕은 시행착오의 쳇바퀴를 견디는 긍정이라는 것 같다. 오늘도 이렇게 글을 마무리할 수 있는 힘을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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