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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랍속의 동화 Jul 25. 2020

혼자만의 외근 그리고 택시

택시는 역시 빠르고 편하다

평소 외근이 전혀 없는 업무인데, 어제는 서울 명동으로 회의를 참석할 일이 생겼다. 아침 10시 회의였기 때문에, 이동 시간을 고려하여 평소보다 1시간 20분이나 일찍 일어났다. 장마기간이라 일기예보가 하루 종일 비였고, 늦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세팅한 알람 시각보다 한두 번 깨며 잠을 편하게 자지는 못했다. 그렇게 무거운 몸을 이끌고 샤워를 하고, 출발했다.




엄청난 빗속을 뚫고 회사까지 도착하여 내 차를 주차했다. 주차장에서 올라오며 카카오 T 어플을 사용하여 빠르게 택시를 호출했다. 장거리 고객이라 그런지 콜은 바로 잡히고, 1분 만에 택시는 도착해다. 장마와 양재 IC 근방 정체로 인해 예상 도착시각은 생각보다 지연되었고, 혼자 가는 회의였기에 늦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평소 자차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택시는 오랜만이었고, 2만 원이 넘는 장거리 택시는 진짜 오랜만이었다. (물론 외근이기 때문에 법인카드로 이용했다.)


언제나 느낄 수 있는 택시 특유의 냄새가 있었지만, 직접 운전하지 않고 뒷자리에서 잠시 기댈 수 있는 시간이 나에겐 꿀 같은 휴식이었다. 밖에는 빗소리가 들리고, 운전석 창문의 살짝 열린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최근 정신없었던 요즘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살짝 잠이 들려고 하는 순간 기사님이 말을 걸어왔다. 잠시 고요했던 그 순간에 택시기사님이 양재 꽃시장 입구로 들어왔고, 막히는 구간을 회피하기 위해 들어왔으니 출구에서 여기서 콜을 부른 거라고 이야기해 달라고 하면서 침묵을 깨고 말을 걸어왔던 것이다.


그 순간부터 경력 30년 베테랑 기사님의 이야기는 시작되었고, 택시는 이렇게 해야 한다”, “고속도로에서는 우측으로 최대한 가야 한다”, “요즘 승용차들은 개념이 없다”, “택시는 고객을 빨리 도착하게 하는 것이 최고다 등등 운전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만의 조용한 시간은 깨졌지만 빨리 도착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능숙한 운전실력 덕분에 예상보다 빠르게 목적지로 도착할 수 있었다.




약 2시간의 회의를 참석 후, 배가 고파서 순댓국집을 찾아보았다. 원래 밖에서 혼자 먹는 밥을 즐기지 않는 편이고, 가끔 먹게 되면 주로 혼밥 난이도가 가장 낮은 순댓국이나 패스트푸드를 찾곤 한다. 비도 오고 순댓국집은 안 보여 우연히 보인 명동 “하동관 본점”으로 들어갔다. 메뉴는 곰탕뿐이었고, 한우곰탕 보통을 주문했다. 만화 식객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집이라는데 생각보다 특별함은 없었고, 13000원이라는 가격을 고려하면 더더욱 별로였다.




돌아오는 길에도 택시를 호출했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졸린 눈을 잠시나마 부칠 수 있었다. 무사히 회사를 도착하며, 자차로 운전하지 않고 택시를 이용한 건 정말 잘한 선택이라 생각하며, 오랜만에 혼자 한 왕복 택시 여행은 잠시 었지만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종종 이렇게 택시를 이용해야지. “아무튼 택시”라는 책을 살짝 읽다가 말았는데,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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