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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eell Nov 29. 2021

울지마, 웃지도 마.

나 좀 내버려둬. 아니 제발 나 좀 이해해줘.


안타까운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인 오늘이 되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일단 모니터를 열고,

키보드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연주를 한다는 느낌으로...


생각에 따라 자판을 움직여보면,

또 가려운 곳을 긁듯.

뭐였지 뭐였지하다가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났듯이


울고 싶은 마음을 다독일 수 있고,

너무 신났다 싶으면 자제해볼 수 있는

야무진 힘이 생겨난다.



내겐 절친한 사촌동생이 있다.

아빠가 형제가 많은 만큼, 위로 사촌 언니나 오빠들이

아래로 사촌 동생들이 바글바글하다.


그 중에서 명절과 제사 이외에도 연락을 하고

따로 만나는 아주 친한 절친한 사람은 단 한 명이다.


동생과는 거의 열 살 정도 차이가 나는데,

서로 배려하려고 노력하며, 사이판에서 초중고를 보낸 동생이

한국에 들어오면서부터 이런 저런 인생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가까워졌다.


누구보다도 나의 행복과 인생을 응원해주는 

서너명 중 한 명이라 무척 고맙다.





하지만 내 마음이 무기력함에 사로잡혀버려서,

우리가 만나기로 한 날짜 전까지는 내가 연락을 취하지 않기로 했다.

이것 마저 이해해줘서 참 고맙다.


라이프스타일을 비롯, 취미나 성향이 거의 반대될정도로

한 두개 일치하는 것 말고는 완전 다른 사람이지만...

서로를 최대한 이해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한다는 그 코드가

잘맞는 사람이다.


목요일에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맞아서, 미리 큼지막한 트리는 아니지만

미니사이즈의 트리 모양 꽃꽂이를 하러 가기로 했다.




오아시스에 모양을 잡아 꽂듯,

나의 나약한 정신도 올바르고 곧아 기댈 수 있는 쉼터에

차곡차곡 꽂아두고 싶다. 지금은 가루와 잎파리가 옅은 바람에 흩날려서 괴롭다.


오늘도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밖으로 흘려내진 않았다.

카페에 나지막히 흘러나오던 캐롤도 즐겁게 들리지가 않았고.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다고나 할까.


물론 산타와 루돌프는 죄가 없다. 내가 잠시 마음이 기울었을 뿐......




그래도 구질구질한 모습을 사랑해줘야지, 


내가 나를 사랑해주는 것부터가...


단순한 '새로운 시작'이 아닌 '반복된 슬픔과 좌절에서 끝을 볼 수 있는 과정'

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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