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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eell Dec 05. 2021

작은 크리스마스 계획

내가 너의 산타가 되어보기로 했다.


고달프고 애닳았던 11월이 지나간지도 

언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


이리저리 조각났던 마음들은 다시금 그 경계선들이 붙어 단단함을 찾아가고 있다.

가을은 날씨를 제외하고는 자잘자잘한 일들이 모여 괴롭고 아팠다. 




개인적으로 추위를 많이 타서 목도리에 털신에 

갖가지 장비를 대기시켜야하는 이 계절이 얄밉긴 해도


계절의 분위기나 캐롤을 비롯한 음악을 듣는

단순한 그런 기분이 좋아서, 겨울을 그리워하고 많이 좋아한다.


물론 오늘은 생각보다 따뜻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네 살 연하이면서 2018년도 가을부터 

나의 짝꿍인 남자친구와 클래식 공연을 보고, 미니 사이즈의 케이크를 

하나 예약해놓아서 픽업하러 가기로 했다.


내가 나이가 많더라도 짝꿍은 참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나와 다른 점도 많지만, 

기본 코드가 비슷해서 함께 울고 웃은 날이 많은 사람이다.


다른 점은 간혹 너무 큰 점으로 부풀어서, 종종 다툼으로 이어진 적도 있었고,

중간에 이별의 위기를 겪은 적도 더러 있었다. 




방금 우리의 계획에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 네 컷을 찍어보던데,

뒤늦게 합류하는 감이 있지만, 나도 짝꿍과

한 해가 가기 전에 우리의 행복한 한 때를 남겨보고 싶어졌다고.


평소 사진은 썩 좋아하지 않는다.

대화를 나누고, 우리의 일상, 듣고싶은 음악, 함께 마시는 커피, 

가끔 나누는 술 한 잔과 오가는 이야기들에 더 집중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문득 우리의 언젠가를 추억하고 싶어질 때

그 증거가 없을까봐 두려움이 앞섰던 날이 오늘이었다.

매 해 연말에는 이따금 이런 기분을 폭풍전야의 밤바다처럼 맞이하곤 한다.


유명한 수제사탕 집에서 미리 주문을 해서, 만나면 전해줄까 한다. 

모양도 예쁘고 맛있는 사탕을 매개체로 함께 달콤함을 나누고 싶어졌다.





때로는 일상에서 찾아오는 감사함과 귀중함을 잊었고,

어느 척도에선 당연하다고 인지해서 힘들면 놓아버리려고 했던 일들도 꽤 있었다.


몸과 마음까지 아팠던 탓에, 사사로운 행복과 소소한 따사로움을

잘 전해주지 못하고 있었던 시간들에 미안함이 밀려온다.




얼마 전 내게 말했던 문장들을 곱씹고 돌아본다. 

많은 감정들과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 말을 기반으로 본질을 바꾸려고 하지말고, 서로에게 할 말은 건네고,

우리의 관계에 있어 필요한 변화라면 기꺼이 기쁘게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싶다.


오늘 하루도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조용히 기도해본다. 

너를 떠올리니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지만, 다행히 처마 밑에 고드름처럼 

대롱대롱 매달리다 확 얼어버렸다. 다행이다. 


여긴 사람이 좀 많은 카페 안 명당 자리니까. 

그래도 일말의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다. 



네 덕분에 나도 행복해지는 일요일 늦은 오후를 잔잔하게 마무리 하고 있다.

항상 네게 감사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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