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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eell Dec 07. 2021

조각케이크의 매력

확실한 매력이 있는 디저트



케이크를 가끔 사먹는 편이다.


매니아들은 한 판도 혼자 너끈하게 먹는다고 하던데,

나는 생각만 그렇게 한 적이 있지, 큰 도전은 아직 해본 적은 없다.

언젠간 한 번 혼자 한 번 사볼까도 진지하게 고민중에 있다.


오후에 문득 커피를 마시는데, 그냥 조각케이크가 먹고 싶었다.

보통은 커피만 마시는 편인데 무언가 심심했고, 갑자기 과일 생각이 간절했다.


뭐, 다 핑계였던 건지도..




그것도 기왕이면 딸기가 좀 올라간 케이크로....

딸기가 신 맛인지 단 맛인지는 그리 중요치 않았다.


마침, 카페의 쇼케이스에는 여러 케이크가 줄지어 있었지만

깔끔한 사각형의 자태를 자랑하는 케이크는 딱 두 개가 남아 있었다.


보통 천천히 노래도 들으면서, 책도 좀 보면서 먹는데....

한 여름에 목마른 사람이 물 한 잔 받아 마신 것처럼 어쩐지 허겁지겁 먹었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마스카포네치즈에 덜 단 쨈까지 살짝 어우러져서 그 조화가 아주 기가 막혔다.

평소 느끼하거나 단 것을 잘 못먹는 나였는데, 내 미각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근데 먹으면서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남자친구도 하나 사다줄까.....내가 느낀 이 기분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짝꿍의 회사는 공교롭게 우리집에서 도보 30분에서 좀 더 걸린다.

출근길은 한 시간 남짓 좌석버스를 타고 가며,

업무는 몸을 많이 써야하는 고된 일이라, 

날씨가 추운 요즈음, 더욱 지쳐있어서, 말보다는 다른 선택지로

힘을 조금이라도 주고 싶었던 나였다. 


"힘들지? 힘내" 이런 따분한 위로는, 영혼 탈주한 말따위는 하고 싶지가 않았다.

오늘은 마스카포네 딸기케이크로 작은 위로를 건네고 싶다. 



3년 전, 그가 벤치에서 내 손을 덥썩 잡으면서 

자신을 다 던진다는 말과 함께 용기있게 고백을 했을 때, 

마음 속으로 내가 했던 생각을 돌이켜봤다.


"아.... 이 말을 받아들이려면... 그러려면,

그럴수있도록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 되고싶은데, 

이 사람에게 내가 상처를 줄까봐 두려워"




사실, 오늘 저녁에 간단히 햄버거를 먹자고 제안해서 흔쾌히 수락을 했었다. 


그래서 되도록 위를 비우고, 비슷한 류의 음식은 먹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그만 달콤한 유혹에 홀랑 넘어가버렸다. 순간을 참지 못한 나를 반성하고 싶지만,

케이크가 너무 맛있었기에 뻔뻔함을 빙자한 당당함을 유지하는 있는 중이다.



결국 한참 전에 마시던 얼음 잔뜩에 연한 아메리카노보다

케이크와 먼저 쿨하게 이별한 나는, 카페 쇼케이스를 체크해 보았다.


오, 이럴수가..... 신이시여, 정말 다행이군요 라고 생각했다.

다른 줄지어 있는 케이크 틈에 딱 하나 남아있는 황홀한 그 케이크를 보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인기 메뉴인데다가 계절 한정메뉴여서 판매 속도가 월등히 빠른 케이크였다.



결국, 남자친구 몰래 마지막 케이크를 쓱 포장했다.

물론 스포는 하지 않았다. 사랑의 매는 천천히 맞는 것으로...


분명 이따 햄버거집에 가서 전해주면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 왜샀어 진짜...... 누나나 먹지. 난 안사줘도 돼"

이미 그 징한 대답은 다 예상하고 있기에 망설임 따위 없이 구매했다.


나는 "먼저 조용히 먹고 포장해온거야. 조각 난 마음을 채워줍시다.

오늘의 행운의 아이템은 조각케이크입니다" 라는 대답을 겉멋 좀 첨가해서 \준비해 놓았다.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아 내가 진짜 이 남자를, 참 많이 아끼는구나."




괜히 코끝이 혼자 시큰해진다. 

요새 부쩍 코만 보면 12월 내내 인간 루돌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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