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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eell Nov 24. 2021

시련을 달래주는 것

이모를 달래주는 어린이



조카는 11월이 되면서

언니의 이직에 맞춰 사내유치원을 나와

가정어린이집으로 옮겼다.




어린이집은 우리집 근처여서 형부가 아침에 7시쯤 데려다주고,

우당탕탕 하루가 시작된다.


나의 알람은 6시에서 30분 앞당겨놨지만

오늘은 이리저리 피곤했는지 늦잠을 잤다.




다행히 조카가 오기전에 깨어 있었고,

즐거운 인사를 하고, 두터운 겉옷과 신발을 벗겨주었다.


조카는 슬슬 ‘아니야. 아니야’ ‘시저. 시저’

‘응’ ‘등 가타부타의 단어를 제대로 구사하기 시작했다.




가끔 나이는 먹었고, 구직은 어렵고, 인생은 지치고,

우울한 나날들이 이어질때면 30개월을 향해 달려가는

조카를 돌볼 때 싹 시름이 잊혀진다.


오죽하면 갑자기 흐르는 눈물도 

빨리 말려서 없애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니까.


귀중한 존재고, 귀한 존재다.




내가 엄마는 아니지만, 

참, 귀엽기 그지없고 사랑스럽다.


자기 뽀얀 얼굴에 파란색 색연필로 

다 그려놔서 비누로 살살 거품을 내어 지워주니

그저 재밌었나보다. 거울 속 웃는 조카를 보면

나도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오늘의 눈물은 나올 틈이 없었다.

일주일 치 슬픔은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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