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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eell Dec 23. 2021

고양이 초상화를 선물하다

'묘'한 마음





크리스마스에 보기로했던 클래식 연주회는, 

안타깝게도 주최측 사정으로 취소되었다.


그 공연을 애타게 기다렸던 관객 중 한 명이어서 쓰린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지만,이미 결정이 그렇게 난 것에 미련을 둘 수 없었다.


기획사에서는 다른 공연이 추가 오 픈을 했음을 공지했지만,

나는 그냥 마음이 식기도해서 공연은 내년에 좋은 게 있으면 

보러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대신, 의미있는 선물을 하고 싶어서 아침 저녁으로 고민을 해봤는데,

남자친구의 고양이 '나비'가 딱하고 떠올랐다. 


나비는 아직 직접 만난 적이 없다. 사진과 영상통화, 

화너머로 들리는 간간한 사운드로만 만났을 뿐.... 


우리가 만나온 시간만큼 나비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도 공유가

많이 된 상태라, 내게도 너무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사람으로 치면 중년에서 노년으로 가는 그 사이쯤의 연령이어서,

나는 단순한 보조집사의 한 사람으로서 자주 안부를 묻고, 영양제나 도움되는 

간식을 멀리서나마 챙겨주는 정도다.




나비에 대한 한 줄 설명을 해보자면 

"매우 고고한 자태에 시크함을 자랑하는 고양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평소 내게 보내준 사진들을 여러 장 살펴보니, 초상화를 맡기기에

좋은 포즈에 이목구비가 또렷하게 나온 사진 한 장이 눈에 띄었다.



인터넷으로 아트 작가님께 사진과, 사이즈, 배경 색상을 고른 후 주문을 마쳤다.

주말 제외 나흘정도가 걸렸을까! 기다리던 택배가 도착했다.


액자를 본 남자친구는 사진과 풍기는 느낌은 살짝 달랐다고 했다. 

(사실, 평소 인상보다 다소 착하게 나왔다는 소감을 밝혔다.)




혹시 뜻하지 않은 오해가 생기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어제 저녁에 집사인 남자친구에게 초상화를 건네며 말을 전했다.


"당장 다가오지 않은, 이별을 일찍 생각해서 선물한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급작스레 다가온 그 날을 생각해보니, 평소에 더 아껴주자는 

생각이 들어서 선물하게 되었어."



거실에 텔레비전 옆, 그 한 켠에 내가 선물한 액자를 걸어두었다고 말했다. 



오래 차지하고 있던 메달의 빛처럼, 

나의 '묘'한 마음을 담은 '묘'를 향한 선물이, 

은은하게 자리를 비춰주었으면 좋겠다.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렴 나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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