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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eell Jun 29. 2023

비오는, 비가 내렸던 시간들

이제는 비오는 날도 마냥 울적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한마디로 오늘은 비가 미친듯이 내리고 있다.

덕분에 잠시나마 방충망을 방패삼아 환기를 틈틈이 시켰다. 

남편은 나의 환기정신에 굉장히 놀라는 눈치다.



집에서 절대 한 발자국도 안 나가볼까 

작은 다짐을 해봤지만,


분리수거와 종량제를 버렸고,

집이 속한 건물 1층에 새로 생긴 편의점에 잠시 들러

탄산음료와 과자, 계란 열 개를 사왔다.


결국 잠시 짧은 걸음이지만 꼼짝없는 완벽한 집콕은 실패라고 할 수 있겠다.




새로 생긴 편의점의 사장님과 직원분은 아마도 남매 사이 같았다.

나는 무거운 탄산음료를 담아와야 했기에 처음 편의점 오픈 시 받았던

탄탄한 에코백을 들고 갔다.


내가 계산대 위에 있는 물건을 담는 동안 제대로 모르고 편의점을 오픈해서 물건 입고부터 손님 응대까지 정신이 없다고 하셨고, 혹시 입고 됐으면 하는 제품이 있다면 언제든 편하게 말해달라고 미소를 보이셨다.




나는 최근 퇴사 전까지는 열 달 정도 음식을 만들면서, 

응대도 같이 했던 서비스 업에 풀타임으로 종사했었다.


개인적인 일이나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로 아팠던 날도

전화 주문, 문의하는 손님들, 매장 방문 손님들에게

기분이든 표정이든 단 한 번 티를 낸 적이 없었다. 


주인의식과 직업정신을 담아 웃음과 친절로 무장하여 응대하는 것이

직원으로서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감사하게도 퇴사할 때 사장과 이모님이 굉장히 아쉬워하셨다.




그래서 이 두 분의 응대가 아무리 타고 난 미소와 친절이라고 할지라도,

다양한 손님을 만나면서 일관되게 대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을 안다.


비가 튀기듯이 튀김소리를 내면서 쏟아졌지만

이분들의 웃음과 미소를 마주한 덕분에, 


조금 가라앉으려고 했던 마음과 생각들로

무표정이었던 내 얼굴에도 미소가 만면했다.


오늘은 가벼운 목인사와 '수고하세요' 라는 말 한마디만 드렸지만,

기회가 된다면 나도 "너무 감사했다"는 말씀을 제대로 드려야겠다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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