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양동이 속 개구리는 몇 마리였을까. [ 9 ]

by Quar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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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커피와 한 장의 사진


모처럼 다섯 식구가 한 집에 모여 있다.

여유로운 아침이다. 나는 매일 아침 하던 루틴을 변함없이 진행한다.

강아지들도 사람이 많은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이는 두 녀석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면서 이제는 공개를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휴대폰을 꺼내 오전에 오픈하는 카페가 있는지 확인해 본다.

다행히 동네에서 15분 거리에 큰 카페이자 베이커리 가게가 오픈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아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 오늘 말씀드릴까 하는데…

아내: 그래, 빨리 말씀드려. 너무 늦은 것 같아. 하여간 이상한 사람이야…

오늘이라도 빨리 말씀드리자.

: 그냥 집에서 말하기에는 그렇고 아침에 오픈하는 카페가 하나 있는데 거기서 말씀드릴까 하거든. 괜찮지?

아내: 그래, 그렇게 하자. 어머님께 나가자고 말해 봐.


그렇게 해서 세 명은 카페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내내 뻣뻣거리는 나를 본 아내가 눈치를 준다. 아내는 자연스럽게 어머니와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는 어떻게 말을 꺼낼까 고민하고 있다. 맞다. 별 고민할 것도 아닌 걸 고민하고 있다.

그냥 가서 말하면 되겠지. 이게 뭐라고 고민을 하는지…

커피 세 잔과 빵 몇 개를 주문하고 테이블 의자에 앉아 괜히 주위를 둘러보면서 다른 이야기를 한다.

나는 계속 눈치를 본다. 주변과 바닥만 반복해서 두리번댄다.

나는 나름대로 타이밍을 본다고 뜸을 들였는데 갑자기 아내가 말문을 연다.


아내: 어머니!

어머니: 어, 왜?

아내: 저 임신했어요!

어머니: ……어?! 아이고, 잘됐다! (본격적으로 눈물을 흘리신다.)


나는 말문이 막히고 괜히 다른 곳을 쳐다보며 눈물을 참는다. 울 생각은 없었는데 어머니가 우는 모습을

보니 그냥 눈물이 맺힌다.


: 요 며칠 계속 같이 나갔던 이유가 산부인과를 다녀오는 길이었어요.

어머니: 그랬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너무 잘됐다!

: 미리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아시잖아요. 성격이… 하하.

어머니: 그래. 정말 잘됐다. 얼마나 된 거야?

아내: 이제 몇 주 안 됐어요. 아직은 콩만 해요.


아내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챙겨 온 초음파 사진을 꺼내 어머니 앞에 내놓는다.

한참을 유심히 보시더니 다시 눈물을 흘리신다.

나는 아무 말 않고 그냥 커피 한 모금을 들이킨다.

내가 뭘 먹는 건지 모르겠지만 계속 입안에 뭔가를 쑤셔 넣는다.


어머니는 아기 소식을 기다리고 계셨던 게 분명했다.

울고 웃고를 반복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나는 왠지 가슴이 뭉클하다.

내가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 이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카페에 있는 동안 아기 이야기를 하며 오전 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아기 이야기는 멈추지 않았다.


내 앞을 걸어가는 어머니와 아내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행복하다.

어머니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궁금했다.


당신의 결혼 생활은 아픔이었을지 몰라도 하나 남은 아들의 결혼 생활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 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의 실패한 경험으로 미안해하셨던

어머니가 성인이 된 자식에게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당연히 내가 자식이 생겼다는 것으로 그 오랜 세월 후회와 고통의 시간이

모두 잊히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일방적인 임신 소식을 통보 한 후 며칠 동안은 평범한 일상처럼 보였지만

그 일상에서 조금씩 변화가 보였다.


어머니는 미묘하게 더 밝아지셨고 얼굴에는 생기가 돌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덩달아 포근하고 따뜻해졌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아침 밥을 먹는다.

서로 말을 하지 않는데도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같이 앉아 있는 식탁에는 따뜻한 온기가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