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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짓이 영재놀이다!

 놀이가 아이에게 어떤 의미이고, 얼마큼 중요한지도 알지만, 막상 “엄마! 엄마 노올자아~”하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무얼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르겠죠. 논다고 놀아주었는데도 끝이 없는 아이의 요구가 버겁고 지칩니다. 해야 한다는 중압감과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너무 커서 오히려 무기력해지고, 의욕이 사라집니다.


 놀이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있어요. 아이의 흥미를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놀이 내용 또한 훌륭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아이와 놀아주지 못하는 무능한 엄마라고 평가해요.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놀이에 대한 기준과 평가가 높다는 거예요. 아이의 숨은 잠재력을 발견하고, 재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특별한 영재놀이'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죠. 영재놀이를 대단한 놀이로 착각해서 생긴 오해입니다. 특별한 것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놀이 하나를 하더라도 많은 공을 들이지만 놀이 준비과정만 길고 정작 실행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놀이 만족도 또한 떨어집니다. 이 패턴이 반복되다 보면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게 되고 의욕도 사라지며, 점차 자신감을 잃어갑니다. 


+ 엄마표 놀이가 실패하는 이유


 엄마의 애씀과 아이의 흥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면 아이도 즐거워하고, 엄마도 보람을 느끼겠죠. 엄마의 노력과 시간을 갈아 넣은 '엄가다'로 진행하는 엄마표 놀이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가 놀고 싶어 하는 방법은 무시하고, 엄마가 정한 방법대로 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교구를 '방법대로', '알려준대로' 놀지 않는 아이를 보면서 '집중력이 부족하다', '산만하다', '아이가 나랑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아이가 원하는 놀이를 하자니 그 놀이는 때로는 터무니없고, 다소 쓸데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손에 잡히는 물건을 이유 없이 집어던지거나 물티슈를 몽땅 뽑는 것이 어떻게 놀이가 되고, 어디에 배움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목욕을 하다 말고 욕실 수돗물을 줄줄 흐르도록 둔다거나 색에 맞지 않게 채색하고, 물감을 쭉쭉 짜낸 뒤 엉망으로 섞어버리는 행동, 아이의 뻘짓을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 뻘짓이 영재놀이다


 카이스트 대학의 이광형 총장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이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괴짜들이라고 생각한다. 괴짜, 이상한 생각, 새로운 생각을 하는 사람을 존중하고, 칭찬하고, 격려해야 한다.”라고 말했어요. 새로운 시각, 열린 사고를 위해 지금도 텔레비전을 뒤집어서 시청한다면서요.


 창의성은 전에 없었던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다르게 생각해보고, 뒤집어보고, 다르게 가지고 노는 거라고 생각해요. 놀이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무궁무진하게 만들어낼 수 있으며, 한계 없이 재창조될 수 있어요. 뻘짓이 영재놀이라고 생각해보세요. 놀이에 대한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거예요.


 여름만 되면 저희 아이들은 선풍기 앞에서 떨어질 줄 모릅니다. 종이를 잘라 넣고, 풍선이나 물티슈를 날리면서 놉니다.  무의미한 행동으로 보이는 이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선풍기 모터에서 발생한 힘에서 회전력이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회전의 세기에 따라 힘의 크기가 달라져 같은 장난감이라도 날리는 거리가 다르고, 공기가 선풍기 뒷면으로 들어가 사선으로 굽어진 날개를 타고 나아가면서 공기가 회전한다는 것도 찾아냈습니다. 과학놀이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 치울 걱정이 앞서면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무얼 배우고 발견해나가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폭넓은 허용 안에서도 '안전'이라는 울타리는 필요합니다. 딱딱한 장난감을 넣으면 날개가 부러질 수 있고, 손가락을 넣으면 크게 다칠 수 있으니 넣으면 절대 안 된다 신신당부합니다. 아이의 놀이는 존중하되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죠.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에 아이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집중하면 세상에 놀이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재미를 찾고, 재미를 발견하고, 놀이를 통해 배우는 천재들이라는 것도요. 엄마가 보기에는 허무맹랑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행동에도 아이에게는 의미 있고, 중요한 활동이라는 사실도 깨닫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우리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놀이 영재네요.

                     

놀이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미술놀이 중 갑자기 엉뚱한 곳에 꽂혀서 엄마가 정해놓은 놀이가 이어지지 않는 경험 있으실 거예요. 아이가 테이프 디스펜서에 관심을 보이면서 손잡이를 반복적으로 누르는 바람에 테이프가 바퀴에 잔뜩 뭉쳐버린 적도 있고, 테이프를 집안 이곳 저것을 붙이기도 했어요. 아이가 새롭게 발견한 놀이였어요. 그 과정에서 어떤 물체에는 접착되고 접착되지 않는지 발견해 나가더라고요. 소품과 재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창작물을 만들어냅니다.


 새로움을 발견하고, 세상의 이치를 스스로를 깨우치는데 타고난 꼬마 과학자와 행위예술가라고 생각한다면 아이의 행동을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대단하게 의미 있게 놀 게 아니라 자유롭게 놀게 해 주세요. 목적 없이도 놀 수 있어야 아이들이 자신만의 꿈과 목표를 찾습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놀이가 무의미해 보여서 쓸데없어 보여서 못마땅하다고 말하는 부모에게는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그 무의미하고, 쓸데없는 짓을 같이 해보라고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직접 해보면 순수한 놀이가 주는 즐거움과 행복이 크다는 것을 깨닫고 적잖이 놀랍니다. 또 놀이를 통해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뻘짓을 할 자유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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