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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Apr 23. 2023

오클랜드공원의 재발견

 오클랜드의 아침! 호텔 조식은 소시지와 버섯조림, 빈수프, 구운 빵에 후레이크와 우유로  미니 뷔페가 차려 있다. 여행지에서 이동을 하다 보면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해서 끼니를 거를 때가 있다. 이때를 대비해 하루의 열량을 든든하게 채운다. 오클랜드의 중심에 있는 알버트 공원을 오른다. 공원은 고풍스럽고 품격 있어 뵈는 수령이 어마어마한 나무들이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고령의 나무는   가지를 길까지 내려 뻗어 자라고 있다. 그런데도 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자르지 않고 사람이 오히려 피해 갈 정도의 좁은 공간의 길을 내었다. 사람 먼저 가 아닌, 자연을 살리고 보존하려는 이들의 의지감동이다. 나무의 가지를 자르지 않은 채 길을 내어 자연과 더불어 숲을 이루게 하였다. 여행지의 아름다움은 뭐니 뭐니 해도 자연스러움이다

도시의 허파와 같은 공원에서 산책 나온 시민들이 체조를 하고 간단히 준비한 샌드위치를 먹는 모습도 여유롭다. 빅토리아여왕 동상이 공원 한가운데 우뚝 서 있다. 시민들이 영국 덕분에 도시가 세워지고 발전했기 때문에 고마워서 기금을 모아 세웠다. 우리의 이웃나라는 비교가 안된다.

오클랜드에 태풍이 불어온다는 예보에 바닷가 멋진 해변은 접근금지가 내려졌다. 한 시간가량 달려갔는데 5분 남은 거리에서 경찰이 차를 세운다. 아직 햇살은 반짝이고 바람도 없는 날씨에 태풍이라니, 씨예보를 살피지 못하고 출발한 게 시간을 낭비하게 되었다. 배움은 경험에서 터득한 셈이다. 여행은 시간이 약이 되기도 하고 병이 되기도 한다. 시간을 아끼려고 서둘러 달려왔는데 난감하다.  위에서 목적지 변경은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

다음 코스로 예정인 셰익스피어 레저드공원에서 시간을 충분하게 갖는 것이 좋을 것 같았. 탁월한 선택이었다. 푸른 초원과 원시림이 펼쳐지는 공원은 의외의 천연영양제였다. 거기에 해변까지 보이니 하늘, 바다, 초원 모두가 푸름이다. 입구에 차가 멈추니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주인이 집을 나섰다가 내 집으로 귀가하는 기분이다. 넓은 나라에서 입구에 사람을 두지 않고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주니 마음 편하게 거닐다 갈 수 있다. 공원에서 노는 새들이 사람과 어울려 거닐고 있다, 새 같기도 하고 닭종류 같기도 하는 새들은 우리의 간식인 누룽지맛에 반해 졸졸 따라온다. 누룽지를 조금 뿌렸더니 흩어져 있던 녀석들이 한국산 누룽지의 찐 맛을 따라 한국까지 따라 올 모양이다. 숲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니 산골짜기에서 떨어지는 작은 폭포가 있다. 이끼류와 은빛고사리는 무성한 숲에서 하늘높이 치솟은 열대림과 당당하게 자기만의 삶의 터전을 자리 잡고 있다. 고사리과의 큰 잎은 뒷면이 은빛으로 빛나 숲의 등대 같다. 숲길을 따라 점점 올라가니 탁 트인 초원지대가 나온다. 군데군데 양 떼들이 인간 따윈 관심이 없는 것인지 두려움 없이 풀을 뜯는다. 지상낙원이다. 지금 여기 서 있는 나에게 자연이 준 선물이다. 초원이 다 내 것 인양 두 팔을 벌리고 맑은 공기를 들이 마시니 일시에 허파가 빵빵해진다. 저 푸른 초원은 한 폭의 그림이다. 초원 위에서 뱅뱅뱅 춤을 추니 풀을 뜯던 양 떼들이 바라본다. 살아온 시간들이 함께 돈다. 힘든 순간들이 무거운 어깨를 따라 어지럽게 스치고 지나간다. 바람에 훨훨 날려 보내자. 어깨가 가볍다. 우리는 평소에 잘 잡지 않던 손까지 잡으며 초원 위에서 빙글빙글 돈다. 자연 덕분에 둘의 마음이 연하고 말랑말랑하게 펴지나 했더니 한 바퀴 돌자 슬그머니 손을 뺀다. 언제 그랬냐 싶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을 내려왔다. 60대 부부는 이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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