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롱 Apr 26. 2023

속이 뻥! 타우포

오른쪽 운전대가 있는 렌터카로 남쪽 타우포까지 내려왔다. 한국과 다른 교통체계는 운전대 방향대로 진출하면 된다. 10분이면 적응한다더니 베스트 기사는 하루 지나고 나서야 익숙하게 운전한다. 도시로 진입하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 출퇴근시간에 약간의 정체가 있었다. 

우리는 연금생활자다. 회사원과 공무원으로 은퇴를 해서 둘의 연금액이 다르다. 해외여행은 비용이 착해야 했다. 여행준비를 위해 고민한 것 중 숙소는 다음날 여행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안락하게 쉴 수 있는 곳을 찾느라 가장 많이 검색사이트를 비교하고 리뷰까지 봐야 했다. 뉴질랜드 물가가 생각보다 비싸다. 가장 가격이 싼 Lodge를 중심으로 며칠 동안 탐색을 한 끝에 평이 좋은 곳 중에서 예약을 하고, 예약사이트는 한 곳만 이용하니 할인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인터넷상의 사진은 실제와 많이 다름을 체감하기도 한다.

로지의 규모는 땅이 넓은 나라답게 침실이 넓고 깨끗하다. 간이부엌까지 딸린 숙소를 잘 찾아내면 조식이나 저녁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다. 가급적 현지 마트에서 구입하여 요리해서 먹고 점심과 저녁 중 한 끼는 현지식으로 해결하였다. 쇠고기값이 한국보다 싸서 스테이크를 즐겁게 칼질할 수 있었다. 고기는 초원에서 방목하여 질길 줄 알았는데 부드럽게 잘 씹힌다. 타우포에서는 매일 밤이 와인을 곁들인 홈파티다.  

 한 시간 30분을 달려 후카폭포에 왔다. 호수의 물은 폭포수다. 타우포호수에서 시작하여 와이카토강의 좁은 협곡으로 떨어진다. 강물이  협곡사이에서 힘을 받아 떨어지는 장면은 장관이다. 하얀 얼음이 부서지듯이 일시에 흘러내리는 순간은 "우와" ice-blue! snow-white! 였다.

64년 묵은 체증이 한꺼번에 내려간다. 무엇이 그렇게 마음 한편에 남아 힘들게 살아왔는지 이제는 내려갔으면 좋겠다. 인간관계의 맵이 시작은 좋았지만 살다 보니 꼬여서 나올 길을 잃어버렸다.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었지. 이제 그 처음 지점이 보인다. 여전히 미궁 속에 있을지라도 지금 이 순간 쏟아져 내리는 소리에 뻥 뚫리길 바란다.  속상하신 님들이여! 후카폭포수로 오소서.  

후카폭포에서 마음에 쉼을 얻고 육신의 피로를 풀기 위해 온천의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온천수는 하나도 아니고 곳곳에서 모락모락 품어 나온다. 타우포는 지상낙원이다. 호수와 온천이 있어 휴식을 위해 이곳은 천국이다. 와이라케이 지열지대의 산책로를 따라 수증기가 솟구치는 길을 30분 정도 걷다 보면 튀르키예 못지않은 테라스형 온천을 볼 수 있다. 테라스 아래서 노천욕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만족스럽다. 오래오래 담그고 싶으나 효과를 보려면 10분 간격으로 들락날락해야 하고 8시간 정도 씻지 않는 게 좋다니. 좋은 거 다 하기는 무척 어렵다, 다음날에도 피부가 매끈매끈하고 보들보들한 것은 사실이다. 지구상에 몇 곳 안 남은 천국이라고 감히 칭하고 싶다. 자연이 준 선물을 누리고 사는 이곳 사람들은 복 받은 민족이다. 

와이토모동굴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 타우포에서 해밀턴방향으로 두 시간을 달렸다. 동굴 안 종유석을 보고 다시 반딧불이를 만나기 위해 깊은 동굴로 들어갔다. 반딧불이예민하여 침묵해야 보인다니 침이 고일만큼 묵묵부답 상태로 천장을 쳐다본다.

반딧불이는 천장에서 타액을 길게 내려뜨려 거기에 걸린 날벌레를 잡아먹는다. 타액이 마치 영롱한 보석처럼 빛난다. 반짝반짝 은하수 되어 동굴 안의 보트를 안내한다.  

사진촬영은 금지하고 눈으로만 보고 나오는 비용이 약 6만 원. 비싸다. 옛날 사람들은 형설지공(螢雪之功)을 위해 얼마만큼의 반딧불이가 있어야 책을 읽을 수 있었을까?

동굴안과 밖은 또 다른 세상이다. 원시림이 이어지는 길 따라 인간세상으로 나오니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보전되도록 인간에게는 불편을 감수하게 한다. 이들이 사는 세상에 인간이 감히 침범할 수 없지.

이전 06화 마오리마을에 비가 내린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