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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May 02. 2023

북섬에서 남섬으로

북섬에서 남섬으로 대이동을 하는 날이다.

이동의 날은 짐을 싸는 날이다. 숙소에 펼쳐진 짐들이 다시 압축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는 날이다. 가방을 계절별, 용도별로 분류하지만 깜빡하고 다른 짐 속으로 들어간 물건을 찾을 때가 있다. 출발 직전이면 다행이지만 이미 가방을 차에 실으면 다시 해체해야 한다. 손톱깎기 하나 때문에 압축짐이 해체되는 순간을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다.

차로 3시간 달려 렌터카를 반납하고, 오클랜드 국내선공항에서 제트스타를 타고 1시간 반을 날아 퀸스타운으로 가는 여정이다. 베스트기사님은 정면을 응시하고 사모님은 북섬의 추억들을 앨범에 남기느라 검지가 바쁘다. 어느 곳에 가던지 눈으로 오래 보지 못하고 핸드폰에 저장하기 바빴다. 순긴 포착의 멋진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려면 어쩔 수 없다. 눈으로 담으면 마음에서 기억하고 카메라에 담으면  다시 볼 수 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과 달랐다. 다시 볼 것 같던 그 많던 사진들이 핸드폰의 추억이 되어 다시 볼 기회를 잃어버린다. 그래서 가급적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려고 했다.

타우포에서 오클랜드로 가는 1번 도로에서 개의 형상을 한 예쁜 건축물을 보자 바로 멈췄다. 양치기개의 형상을 하고 있는 티라우. 관광안내소가 예쁘다. 여행자들에게는 꿀정보를 주는 안내소는 이렇게 눈에 띄는 곳에 있어야 맞다. 그것도 차를 멈추게 할 만큼 독특한 모양이어야 한다. 주변의 빈티지 샵에도 양치기개가 가득하다. 초원에서 못 봤는데 이곳에 와 있다.

퀸스타운에 도착하였다. 이름답게 첫 느낌은 우아한 여왕의 도시다. 호숫가의 그림 같은 동네가 예쁘다. 남섬의 날씨는 남극 가까이 와서 어느새 가을이다.

퀸스타운에서는 어떤 풍경과 순간의 느낌들이 선물이 될지 우리가 안만큼 보이니 열심히 정보를 수집 중이다. 퀸스타운 역시 물가는 매우 비싸다. 관광객 방문자수에 비례한다.

숙소인 여인숙급 Lodge는 값싼 여행자를 위해 도미토리룸도 있는 곳이다. 배낭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천장에서 저벅저벅 거인의 발자국소리까지 들린다. 이곳에서 4박을 해야 하니 어쩌리오? 정을 붙이기 위해 짐 정리를 한다. 특히 퀸스타운의 숙박비는 비싸다. 로지가 10만 원 정도라서 위층의 층간소음은 대단하다. 발자국 소리를 자장가 삼아 마음수련을 하는 수밖에 별 방법이 없어 보인다. 잠이 오지 않아 위층의 저벅거리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키가 200cm에 체중 100kg은 넘을 거라는 추측은 소음을 기준으로 내린 판단이다. 제발 좀 자라.10시 이후에는 조용해지겠지. 역시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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