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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May 04. 2023

스릴만점 와나카

뉴질랜드 남섬의 퀸스타운 근교  와나카(Wanaka)로 가는 길이다. 퀸스타운에서  출발하여  언덕을 넘고 크루사 강이 바라 보이는, 해발 3033m 어스파이어링산을 굽이 굽이 헐떡거리며 한 시간가량 올라가는 길이다. 가는 길에는 너른 평원이 펼쳐지며 어김없이 양 떼들이 풀을 뜯고 있다. 가을로 가는 초원은 황금색으로 짙어가고 풍요로운 들판에서 녀석들의 모습은 차를 세우게 한다. 양 떼가 반가워 가까이 가니 경계를 세워 외면하지만 이방인은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차는 꼬부랑 절벽길에 벌 벌기는 인간을 무사히 산 꼭대기에 데려간다. 산 아래 굽이 굽이 내려다보며 한 점 쪼끄마한 인간의 존재를 생각한다. 아무리 가진 게 많고 높은 지위의 인간들일지라도 자연 앞에 별거 아닌 것을. 지나온 시간 속에 아직도 남아 있는 허망한 욕망들이 떠오른다. 한점 티만도 못한 인간이 반성하고 있다. 반성문을 쓰고 있는 아내에게 남편이 그런다. "결혼초에는 순한 양이었는데 지금은..." 좀 전에 만났던 양들이 마누라로 연상되다니.  에이그! 여전히 순한 양이 되어 살아야 하나. 다시 돌아가는 길도 스릴에서는 만점이다.

번지점프의 원조 나라가 뉴질랜드라고 한다. 와이라우강으로 달렸다. 오로지 번지점프를 하기 위해 이곳에 온 외국인도 있다고 하니 우리도 도전해 볼까? 과거 금광을 캐던 탄광의 도시 애로우 타운 근처에는 강 따라 협곡이 있다. 협곡에 다리가 놓여있다. 다리 위에 서 있기도 아찔한데 줄하나 믿고 떨어지는 사람들을 보니 심장이 쫄깃해진다. 한쌍의 신혼부부가 서 있다. 새신랑이 먼저 용기를 내어 두 팔을 벌리고 아래로 향하니 멋진 다이빙자세다. 박수갈채를 받던 신랑에 이어 새신부는 점프대의 지지대만 붙잡고 있다. 점프대 직원이 안심하라고 격려하지만 여전히 버틴다. 점프를 마친 새신랑이 아래서 두 팔로 하트를 그리며 뭐라 외친다. 바로 다이빙자세가 나온다. 사랑의 힘은 두려움을 몰아내는 것을.

 남편은 사랑에 용기 낼 자신이 없으니  구경으로 만족하자고 한다. 에고! 비용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아 다행이지.


글레노키는 퀸스타운에서 약 45분 거리에 위치한 호숫가 마을이다. 퀸즈타운 주변은 호숫가를 중심으로 힐링이 되는 지점이 많다.

해안선 드라이브를 하는 기분으로 호수를 끼고 달린다. 와카티푸 호수를 둘러싼 산은 작은 마을을 아늑하게 감싸 안고 호수도 덩달아 잔잔하고 맑다.

글레노키부두 쪽으로 가면 글레노키 시그니처 빨간 창고와 작은 마차가 보인다.

특이하게 붉은색, 증기선 정거장을 복원해 놓았다. 사진을 찍는 포인트란다. 호수를 배경으로, 하늘을 배경으로 어디나 쪽빛이다. 두 손을 담그면 쪽빛이 될까?

이곳의 하늘과 호수는 명경지수다. 내 인생의 명경지수가 되어 주신 부모님. 나의 배경이 되어 주신 산 같은 부모님은 생전에 호수가 되어 주셨지. 그립다.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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