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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May 08. 2023

밀포드사운드의 매력

 뉴질랜드의 하이라이트를 맞으러 가는 여정이다. 은퇴자의 길 위에 인생은 다시 가슴이 뛴다. 집 나온 지 13일째다. 하늘이시여! 오늘도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를 공짜로 주시니 감사합니다.

퀸스타운에서 밀포드사운드까지는 약 4시간을 달려가야 한다.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길은 키 큰 원시림의 녹색과 하늘의 푸른색이 하나인 듯 고 푸르다.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는 정부의 노력은 거침없이 자라는 나무가 숲을 이룬다. 나무도 사랑을 한다. 거침없이 자란 나무들이 연리지 모양이다. 눈에도 하트모양이다. 부부가 직장생활을 할 때는 몰랐던 관심사를 은퇴를 하고 나서 같은 공간에서 온종일 몰두를 하니 서로를 간섭하면서  잔소리가 많아진다. 남편은 취미인 바둑과 당구, 스포츠를  하루 종일 TV를 켜고 연구원의 자세로 빠져 든다. 우리의 싸우는 주제가 된다. 싸움의 모드는 무언의 침묵이다. 침묵이 오래가면 우습게도 매우 불편해진다. 이때 우리는  화해방법을 안다. 둘 다 좋아하는 여행이 있으니 떠나면 화해가 된다. 길 위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자연이 치유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라는 메시지가 마음에 꽂힌다.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길은 녹록지가 않다. 편도 1차로를 만날 때도 있다. 마주 보고 달리는 자동차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곡선도로에 오르막길을 올라간다. 화강암의 암벽산이 길을 가로막는다. 영화 반지의 제왕을 촬영했다는 지점 부근에서 호머터널을 통과하기 위해 길을 멈추었다.1차로인 터널은 터널 입구에 세워진 신호에 의하여 차량의 진행 방향이 바뀐다.18년에 걸쳐 완성된 터널은 암벽을 뚫어 시멘트 콘크리트를 쓰지 않아 암벽의 요철이 대로 노출되어 있다. 인간의 편의나 교통의 흐름을 편리하게 하려는 배려가 아니라 오직 자연을 보존하려는 정부의 정책다.

멀리 산꼭대기는 설산으로 변해 있다. 울의 초입으로 들어서는 계절에 눈이라니. 여전히 아래쪽은 초록이 짙었는데 계절이 빠르다. 숲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거울호수에 도착하였다. 거울호수의 물이  맑고 잔잔하니 멀리에 있는 산이 비췬다. 호수는 산을 실감나게 품어준다. 한 폭의 산수화다. 몇 마리 오리 떼가 거울 같은 호수를 훼방 치듯 유유히 왔다 갔다 한다. 갈길 바쁜 사람들은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떠난다.

이번 여정에서 가장 기대했던 밀포드사운드에 드디어 도착했다. 남섬의 피요르드랜드 국립공원 안에 있다. 사운드(sound)는  밀포드에 있는 하구(河口)의 의미다. 크루즈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산의 양쪽을 깎아 자른듯한 피오르드지형의 절벽이 우뚝 솟아 있고 빙하가 녹아 폭포수가 되어 떨어지니 장관을 이룬다. 돌고래가 물살을 가르며 눈 깜빡할 새 점프하며 크루즈를 따라온다. 크루즈 꼭대기층이 뷰가 좋다기에 올라가니 바람에 날아갈 듯하다. 젊은 청춘 한쌍의 모습이 예쁘고 부럽다. 두 시간 내내 서로를 꼭 붙잡고 있다. 젊은 날은 금방 가니 지금처럼 그렇게 서로를 꼭 붙들고 살아가길 축복하고 싶다. 크루즈 예약할 때 신청한 런치메뉴를 받아 열어보니 빵과 과자가 들어 있어서 점만 찍었다. 크루즈 안에는 커피와 우유, 따뜻한 물이 무료다. 따뜻한 물을 보니 컵라면이 생각난다. 두 시간의  투어는 아름 다운 호수와 절벽을 기억할 틈도 없이 금방 지나간 것 같다. 크루즈 배는 다시 출발한 항구로 돌아왔다. 가을에는 비가 자주 온다는데 비가 오지 않아 너무나 기쁜 행운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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