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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May 08. 2023

뉴질랜드 땅끝 마을

드디어 지구의 최남단 땅끝마을 블러프에 왔다. 우리는 이곳에 오기 위해 국도 1호선을  따라 쭈욱 달렸다. 우리의 땅끝마을에 가는 길도 시골내음 가득한 곳이었듯이 블러프라는 도시는 작은 면 정도의 정겨운 마을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은 그리움과 설렘이 교차하고 목적지는 반가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포경선 기지가 있던 곳에 노란 표지판 모양의 스털링포인트(Stirling Point)가 세워져 12개 도시를 가리키고 있다. 지금은 세계인들이 이곳에서 인증사진을 찍는 필수코스가 되어 있다. 누구나 기억하고 싶어질 감동을 사진이 대신하기에 사람들은 줄을 선다. 바다 해안선에는 내 키보다 더 크고 두꺼운  다시마 줄기가 바위에 밀려와 저절로 건조되고 있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남극이라니, 바다 건너 그곳에 갈 수 있는 버킷이 추가되었다.  

마을로 내려오니 한산하다. 마을의 담벼락은 바다를 주제로 그레피티 벽화가 그나마 강렬한 인상을 준다. 작품 앞에 포옴 잡아 보란다. 여행기간 동안 남편은 베스트 운전과 마누라가 부르면 바로 핸드폰을 열어 촬영을 잘하고 있다. 고맙소.

블러프 땅끝마을에서 인버카길에 도착하였다.  우리의 렌터카 여행의 원칙은  늦은 시간의 무리한 운전을 하지 않고 중간기점에서 쉬는 것이다. 자유여행이 그래서 좋다. 인버카길은 퀸스타운까지 가는데 쉬어가는 도시다. 대도시의 로지 가격으로 부엌이 있는 모텔에 짐을 풀고 낯선 도시의 중심가로 나왔다. 인버카길의 공원이름이 퀸이다. 영국의 점령지인 이 나라는 여왕을 참 좋아한다. 공원은  도시의 중심가에 울창한 숲의  맑은 공기와 그늘을  이곳 주민들에게 공급한다. 여왕이 와서 즐겨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멋지다. 스코틀랜드 이주민들이 주로 사는 도시답게 건물도 스코틀랜드풍이다. 공원은 골프클럽이 있을 정도로 크다. 레저를 즐길 줄 아는 도시민들은 하이킹, 디스크골프게임, 18홀 골프 등을 공원 안에서 다 해결한다니 부럽다. 무엇보다 땅이 넓고 인구밀도가 낮아서 여러 부분이 넓다. 건물은 공간의 답답함이 없어서 시원스럽다. 거리에 사람들도 붐비지 않으니 우리도 느림이다. 도시에 숲은 허파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만남의 장소로 의미가 있다. 수도 서울의 광화문광장이 공원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뉴질랜드 최초의 부두였던 곳을 찾아갔다. 1863년에는 이곳이 골드러시로 금을 실어 나를 기관차가 필요했다. 당시의 기관차가 전시되어 있다. 기관차는 나무침목 위를 지금의 철로처럼 미끄러지거나 탈선하지 않고 달렸다니 그 기술이 대단하다. 최초의 부두라는 표지판 앞에서 번역기 돋보기로 읽어보니 짐작이 다.

마침, 해가 지고 있었다. 지구상에서 빨리 해가 뜨고 지는 이곳의 일몰은 한국보다 3시간 빠른 셈이다. 닻과 어울려 노을 속에 서니 배경이 멋지다. 부부는 서로에게 배경이 되었나! 묻고 답한다. '되었지'

. 그래 오늘까지 살아온 거다' 이제 우리  남은 도 서로에게 배경이 된다면 아름다운 인생이겠지. 건강하자.

내일을 모르는 길 위의 인생아!

뉴질랜드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낼 수 없어 현지 맛집 찾기를 나섰지만 안작데이(우리의 현충일)로 쉬는 곳이 많아 포기했다.

부엌이 있는 모텔이니 간단 식사는 가능하여, 이곳에 와서 좋아하게 된 카운트다운 슈퍼마켓에서 4만 원 장보기를 하니 3끼는 거뜬하겠다. 한국에서는 안 먹던 컵라면이 빛나고 있다. 빛나는 이유는 오직 한글이 보였기 때문이다. 비상식량으로 샀다.

오메~으째야 쓰까나! 내 고향 말이 절로 나온다.  나트륨과 MSG가 어떻고 하더니만 컵라면에 끓은 물을 부어 거의 마시는 수준으로 비웠다. 아침을 지중해식으로 먹으면 몸이 알아서 균형을 맞추겠지라는 편한 해석을 한다. 알코올 없는 만찬이다. 이곳 쇠고기와 상추를 국산 고추장으로 맞추니 한국 맛이다. 숙소의 벽에 걸려있는  액자의 메시지가 내게 말한다.

많이 웃고 laugh

끝까지 사랑하고 love

즐겁게 살아라 live

14일간의 뉴질랜드 자유여행은 무사 안녕이었다. 다음날은 인버카길에서 퀸즈타운까지 4시간을 달려 렌터카를 반납하고 퀸즈타운 공항에서 호주 시드니로 가는 여정이다.

짧은 일정동안 한 나라의 구석구석을 다 돌아볼  수 없었지만, 아낌없이 보여주는 자연 속에서 행복하다는 말 그 이상이다. 다시 온다면, 더 많이 걷고 더 천천히 즐기고 싶다.

뉴질랜드가! 자연 그대로 보존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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