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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May 28. 2023

이스탄불의 상징은 궁전

햇살이 눈부시게 궁전의 돔을 빛내고 있다.

이스탄불을 홍보하는 여행상품에도 등장할 만큼 궁전은 이스탄불의 상징이 되어 있다. 궁전의 지붕들이 독특한 모양들을 하고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그 독특함은 현혹적이기도 하다.

궁전은 어떤 빛깔일까?

이스탄불에 궁전이 없다면 도시는 황량할 것이다. 궁전을 다 돌아보려면 오스만 제국과 이스탄불의 역사를 공부해야 이해가 가능할 정도다.

이스탄불에서 5박 6일 동안 바라만 보던 아야소피아 성당은 자미로 바뀌면서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항상 인파가 광장을 가득 메워 엄두를 못 냈다. 밤 10시가 가까워지 줄이 짧아져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슬람교인들이 자미로 들어가기 위해 눈, 코, 입, 손과 발을 씻고 있다. 종교를 떠나 숙연한 장면이다.

신성한 지혜’라는 뜻을 지닌 아야소피아는 변화무쌍한 역사의 격동기를 겪었다. 천사의 얼굴은 사라지고 예수와 성모 마리아의 모자이크는 이슬람식 장식과 코란의 금문자와 공존해 있다.  타협할 수 없는 종교적 신념은 복잡하다.  종교의 지향점은 사랑인데 여전히 전쟁은 일어나고 있으며 생명들이 죽어간다.

기도시간을 알리는 묵직한 소리가 도시를 침묵하게 한다. 기도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인다. 간절하다.

이슬람교인들은 과거에 유목민의 삶을 살았다. 그러다 보니 예배당에 모이기가 힘들어 모임 공간보다 시간을 정하는 게 더 합리적이었을 것이다. 하루에 다섯 번 시간을 정해 놓고 어디에 있든지 이 시간이 되면 메카를 향해서 드려 기도한다. 시공을 초월하여 메카를 중심으로 거대한 예배 공간이 만들어진다. 지금은 매일 다섯 번의 울림에 반응하는 교인들이 많지 않다고 한다.

톱카프궁전으로 가는 길에 귈하네공원이 있다. 도심의 허파가 되어 주는 곳에서 잠시 쉬어간다. 박달나무가 육체미를 과시하듯 몸통이 반질거리며 긴 줄기를 뻗어 무수한 잎들과 함께 그늘이 되어준다. 천 원가량에 밤 한 봉지를 사서 세참인 듯 까먹으며 쉬는 즐거움이 좋다.

초대대통령 동상의 손등과 발등이 번질거린다. 행운을 빌고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으로 만졌나 보다. 

톱카프 궁전 '톱'은 대포, '카프'는 문이란 뜻이다. 대포가 힘을 상징하던 시대가 있었다. 궁전 안에는 왕족 및 정치적 지도자인 술탄과 중신들이 국정을 논하는 장소로 도서관, 화합소, 식당, 카페 등이 있다. 

톱카프 궁전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장식들은 당시의 화려한 건축양식을 대변한다. 술탄의 거처와 상징적인 가구들은 웅장하다.

유료로 운영하는 하렘을 찾았다. '하렘(Harem)은 외부 남성의 출입이 엄격하게 금지되는 여성들만의 공간이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거주 공간을 분리시켜 놓았다. 톱카프 궁전의 하렘은 술탄의 모후, 후궁 그리고 궁전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기거하던 곳이라지만 톱카프 궁전의 여러 화려한 건축물에 비하면 정말 소박하다. 궁전옆으로 해협이 흐르니 풍경이 멋지다. 최고 지도자들이 탐낼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돌마바흐체를 가기 위해 뚜벅이로 길을 나섰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따라 길게 뻗어 있는 궁전은 해협에서 바라보는 게 더 아름답다. 해협을 건널 때 안 사실이다.

궁전소풍온 아이들얼굴과 웃음소리가 밝고 듣기 좋다. 코로나의 악몽에서 그리워하던 얼굴이다. 궁전은 우아하고 화려한 베르사유궁전이 모델이라니. 내부의 샹들리에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선물하였다는데 그 가치가 손상되지 않게 촬영은 금지되고 눈으로보게 한다. 각 각의 방에는 금과 은으로 장식을 하고 카펫. 그릇, 가구, 그림들이 비싸다니 탐난다.

궁전은 정치적 지도자인 술탄이 이곳에서 살았고 터키 초대 대통령 '아타튀르크 퀴말'이 서거할 때까지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궁전의 모든 시계는 전쟁에서 승리를 이끈 최고의 대통령인 아타튀르크가 사망한 시간에 맞춰져 있다. 11월 10일 9시 5분! 매년 이 시간이 되면 5분간 묵념을 할 만큼 국민들이 존경하는 인물이다. 그는 부와 명예를 마다하고 심지어 자손까지 두지 않은 것은 혹시라도 부정과 부패에 휘말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란다.

엘리바틴 사라이(지하수조 지하궁전)지하 물탱크라고 할 수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바닥의 물이 보이고 기둥들이 천장을 받치고 있는 형태다. 지하라서 서늘하고 어둡다.

수조의 물속은 한때  쓰레기장이었다가 수리와 보수를 하니 최고의 관광상품이 되었다.

행운의 동전이 가득하고 곳곳의 조형물은 나름 시선을 끈다. 기둥 하단을 지탱하는 메두사의 머리가 무섭기보다 안쓰럽다. 최근 보수를 끝낸 덕분에 튀르키예 정부의 관광 수익에 일조할듯하다. 이스탄불의 아름다움은 역시 궁전의 신비로움이었다. 문화와 종교적 다양성이 더  존중되는 도시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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