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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Aug 09. 2023

카파도키아의 하늘과 땅

카파도키아로 가는 길은 안탈리아에서 하루가 걸린다. 우리는 콘야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고산평원을 달려 카파도키아에 도착하였다. 마을은  다른 세상에 불시착한 느낌이다.

튀르키예 곳곳이 다양한 빛깔의 풍경으로 여행자를 감탄하게 하지만 그중에 으뜸은 카파도키아라고 엄지를 세우고 싶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 그 아름다움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시야에 자연이 빚은 기암괴석들이 보석처럼 빛난다. 수백만 년의 해가 바뀌면서 화산의 용암은 굳어 있고, 비바람에 침식되어 만들어진 천연의 원추형 바위들이 환상적이다.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마을은 세계각지에서 찾아온 여행객들에게 잊지 못할 순간을 선물처럼 안겨준다.

2박 3일간 동굴 호텔에서 묵기로 하였다. 호텔은 동굴을 만들어서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에는 아늑하다. 그때 그 시절의 지하도시의 공포는 없을 것이니 한 번쯤 투숙 체험을 해봐도 좋을듯하다.

호텔을 나와 본격적으로 마을 구경에 나섰다.  카파도키아 평원에 옹기종기 구멍 난 동굴이 굴뚝모양을 하고 모여있다. 

가장 먼저 지하도시를 둘러보기로 하였다.

지하 도시중 가장 큰 곳인 데린쿠유를 가기 위해 차로 이동하였다. 렌터카여행은  이동시간을 절약하고 접근성이 좋아 적극 추천하고 싶다.

구글사진 ㅡ데린쿠유 지하도시

  데린쿠유는 지하도시 위에 원래 지상마을이 있었다. 기독교인들이 로마의 박해를 피해서 지하로 숨어들었다가, 그 이후 이슬람이 장악하자 계속 거주하면서 큰 지하도시로 발전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니 비좁고 꼬불거리는 길이 나온다. 동굴길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니 사람들이 살았을 것 같은 아주 작은 방, 부엌. 교회 등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있을만한 것이 다 있는 것을 보니 이게 인간의 힘인가 할 정도로 불가사의한 느낌이 든다. 좁은 통로는 성인 남자가 지나가기에는 매우 비좁다.

 '오 마이 갓!'이 저절로 나온다.

지하 동굴에 환풍구도 만들어 생존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고 힘든 시간을 버티었는지 감탄나왔,  어둡고 좁은 길을  따라 더 깊숙이 내려가니 세례를 주었던 침례 장소인 예배당이  나온다. 그 당시 사람들은  손가락과 철조각 등으로 동굴을 파낼 만큼의 절체절명의 생존에 대한 간절함과 오직 신앙에 의지하여 버텼을 것이다. 숙연한 마음으로 고개 숙여 기도한다. 이 땅을 떠난 영혼들이 편안하기를!

괴레메 마을은  바위가 빚어낸 야외박물관을 비롯하여 볼거리들이 아주 넓게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곳곳에는 협곡이 있어서 투어상품도 있으나 우리는 자유여행객이다. 카파도키아 이곳저곳을 차로 이동한 후 뚜벅이로 둘러보며 걷기에 열심이었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하늘에 맞닿은 대지위에 태양이 눈부시다. 파샤바 계곡은 신비스럽게 빛난. 계곡화산폭발로 이루어져 자연이 만들어낸 장관중 최고이다. 일명 수도사의 골짜기로 불리는 이곳에서 금방 요정들이 뛰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실제 벨기에 작가 페요라는 사람은 이곳에서 영감을 얻어 개구쟁이 스머프 영화를 만들었다, 창작의 아이디어가 샘솟을 것 같은 풍경임에는 공감이 간다. 요정들이 살고 있다고 믿어 이름 붙여진 요정이 춤추는 바위도 있다.

전망대에 오르니 여행자들이  잠깐 쉬어갈 공간이 있다. 여행은 쉼! 아닌가! 이제 은퇴를 했으니 시간은 빨리 가는 듯 하나 바쁠 것 하나 없다. 멈춤은 풍경 속에 나를 투영할 시간을 준다. 숨도 고르고 쉼도 얻기 위해 올라갔다.

전망대 주변에는 작은 소품가게도 있다.

푸른빛의 예쁜 장신구가 바람에 흔들리며 시선을 끈다. 튀르키예 기념품숍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나사르본주다. 이곳의 나사르 본주수제품이라서 더 유명하다. 튀르키예 사람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축하의 의미로 나사르 본주 선물한다. 갓 태어난 아기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칭찬을 받아 악의 타깃이 되기 쉽다고 믿기에 악이 스며들지 않기를 바라는 이들의 마음이다. 딸이 생각나서 하나 구입하였다.

 낙타바위와 가족바위를 보기 위해 데브란트 계곡으로 이동하였다. 바위도 가족이 있는지 모여있는 모양들이 화목하게 붙어있다. 낙타바위도 그럴듯하다.

우치사르 언덕에는 국기가 펄럭인다. 나라 곳 곳에는 국민들의 국기 사랑인지 소유의 존재감인지 많이도 펄럭인다. 국기는 비둘기 계곡이라는 우치사르 정상의 위치도 알려준다. 수도사들이 비둘기를 길러 비둘기 계곡이라고도 부른다.

모든 협곡과 평원을 다 돌아보려면 한 달 이상을 머물러야 할 정도로 규모가 넓다.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은 식도락이다.

카파도키아 사람들이 추천하는 항아리케밥을 주문하니 종업원이 묘기를 부리듯이 춤을 추고  망치로 항아리를 쳤다. 항아리가 부서지자 뜨거운 열기를 가득 담은 케밥이 담겨있다. 항아리케밥은 이곳이 본산지라던데 야채와 고기가 잘 어울려 맛이 다.

마지막 날의 여정은 새벽부터 시작되었다. 죽기 전에 꼭 타봐야 할 상품인 벌룬을 타기 위해 호텔입구에서 픽업 차로 이동하였다. 아직 동이 트기 전에 도착한 평원에는  수많은 벌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벌룬은 날씨에 영향을 받기에 3대가 덕을 쌓아야 탈 수 있다는 속설을 믿고 조상님께 감사를 드렸다. 어제 도착하자마자 현지에서 티켓을 예약한 덕분에  절반의 가격으로 탑승할 수 있었다. 자유여행의 맛이 바로 이런 것이다. 평원은 쌀쌀하여 두툼한 긴팔의 옷을 입은 덕분에 견딜만하다. 우리가 탄  바구니에 20명 정도가 올라탔다. 바구니가 크고 노련한 조종사를 만난 덕분에  다이내믹하게 움직여 주고 계곡 바위들 가까이까지 접근한다. 조종사는 우리를 신나게 만들었다. 하늘에서 둥둥 떠오르는 벌룬들이 수백 개는 되어 보인다.

카파도키아의 명물 벌룬은 버킷리스트로 인정할만 하다. 색색깔의 풍선과 하늘아래 펼쳐진 풍경에 뷰티풀!을 외치는 사람들속에서 나도 원더풀이다. 1시간 정도 순항을 하면서 떠오르는 태양까지 보고 내려오니 샴페인과 인증서가 기다리고 있다. 바구니 안에 올라타고 내려온 것 밖에 하는 게 없는데 인증서가 자격증처럼 크고 멋지다. 별거 아니지만 기념인증을 남긴다. 한 바구니에 탄 인연으로 모두들 음악에 맞추어 빙빙 돌며 신나게 춤을 추며 와인잔을 들어 '브라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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