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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Aug 02. 2023

경건하게 스미는 세마춤

안탈리아에서 카파도키아로 가는 길에 머물게 된 콘야(Konya)! 

콘야는 사도 바울이 처음 전도여행을 시작하는 곳이어서 기독교인들은 성지순례 코스로 많이 방문한다.

콘야에 도착하니 햇볕이 쨍쨍하게 덥다. 시원한 음식점으로 들어가 늦은 점심으로 피데를 시켰다. 한 달 내내 먹어도 질리지 않으니 튀르키예 음식에 적응이 된 것 같다. 식사를 끝내고 일어서니 갑자기 스콜처럼 장대비가 쏟아진다. 이곳에서는 하루에도 사계절을 다 볼 수 있다더니 비가 그치고 제법 쌀쌀하다. 여인들이 히잡을 쓰는 이유가 종교적인 이유이기도 하지만 변덕스러운 날씨도 한몫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콘야는 아나톨리아 지방에 위치하고 종교적으로 가장 보수적인 곳이라서 여성들의 히잡은 거의 눈만 보이게 쓰는 차도르복장이다. 이들이 보수적이고 냉정하다는 평도 있지만 실제는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기를 어려워할 뿐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대화를 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느낌으로 매우 반갑게 응해온다. 이곳의 좋은 점은 물가가 다른 지역보다 착하다. 상인들이 수익을 적게 내는 것이 종교적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거리를 나와 콘야의 유명한 메블라나박물괸으로 향한다. 박물관의 청색 지붕이 차분하게 가라앉은 도시에서 확연하게 눈에 들어온다.

콘야지역은 이슬람 신비주의 종파인 메블라나 교단의 발생지로 루미라는 시인이 창단한 종파이다. 모스크입구에서 눈과 코 입 등을 씻는 사람들이 종교의식을 하는 것처럼 경건하고 진실한 표정이다. 이곳을 찾는 한국인들은 우리밖에 없어서인지 외국인에 대한 친절함인지 다른 사람들을 우선하여 안으로 들어가게 한다.

콘야의 그 유명한 춤사위인 세마춤을 보고 싶었는데 박물관의 여러 개 방에는 세마 의식용 옷과 모자, 악기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 돈 3만 원 정도로 세마춤의식을 볼 수 있었다. 공연장에는 세마춤에 대한 안내문이 보인다. 세마는 메블라나 교단의 대표적인 수련법이다. 이들의 종교의식은 단 한 가지의 동작의 춤사위가 예배이다. 세마춤을 추는 수도자를 세마젠이라고 부른다.

세마춤을 추는 극장은 원형으로 관람석이 되어있고 키 큰 세마젠들이 둥근 모자에 망토 같은 옷을 입고 등장한다. 춤사위가 이들의 수행이고 예배이다 보니 처음 공연은 촬영을 금지하였다.

악기를 다루는 악사들이 피리를 불고 대표 격인 한 사람이 코란을 외우며 기도를 하니, 세마젠들이 신비로운 음악을 배경으로 무대에 오른다. 세마젠이 춤을 추니 흰색 스커트가 돌아가는 게 꽃처럼 피어나는 것 같이 환상적이고 경건하다.  어찌나 어지럽게 도는지 머리가 뱅글거려서 눈을 감았다 떴다 해도 세마젠들은 팽이처럼 잘도 돈다

세마의 회전동작이 모든 만물은 돈다는 세상의 이치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태양계를 상징하고 있다. 춤의 회전동작은 신을 만나기 위해 이겨내야 하는 하나의 관문이어서 회전 중 양팔을 벌려 오른손은 하늘을, 왼손은 대지를 가리키는 동작을 하는 것이 하늘로부터 전해지는 사랑과 은총을 사람들에게 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회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신과 더 가까워진다고 믿으며, 신과의 소통에서 나아가 신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세마젠이 입은 검은 망토는 흙을,  세마젠의 긴 통모자는 비석을 의미하며 인간은 언젠가 죽고 흙으로 돌아가니 선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두 팔을 감싸는 것은 신과 하나 된다는 의미라고 한다. 관광객을 위해 40분의 의식은 연주 10분, 노래 10분, 춤 20분으로 바라보는 내내 어지러울 지경인데 세마춤을 추는 세마젠은 평온하게 잘도 돈다. 관객용 춤사위를 카메라에 담았다.

세마젠의 춤사위가 끝나니 이들이 퇴장하고 춤에 취해 명상하듯 감았다. 신계로 가기에는 이들의 믿음을 따라갈 수 없지만. 착하게 살아야겠다.

콘야에서는 매년 12월 중순에 메블라나 루미페스티벌이 열리며 수백 명의 세마젠들이 세마춤을 추는 장관을 볼 수 있다는데 우리의 여정은 여기서 돌아가야 하니 후일 다시 올 여행지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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