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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Jul 21. 2023

신들의 산 올림푸스에 오르다

안탈리아지역토로스산맥을 해 달리는 길은 건조한 들판에 띄엄띄엄 식물들이 잠깐씩 시야를 스친다. 튀르키예는 땅이 넓다 보니 도시 이동 거리는 보통 네다섯 시간을 달려야 한다. 멋진 풍경을 만나기 위해 이동거리에 대한 지루함 정도는 느긋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조수석의 맘 편한 보조는 취침 중이고 베스트 기사는 꼬불꼬불 스릴을 즐기고. 드디어 지중해가 보인다고 깨운다. 시야에 뾰족한 침엽수와 백향목들이 우거진 올림푸스산이 시야세 들어온다. 건축자재로 쓰인다는 터키석은 우람하게 산을 받쳐주니 높은 산의 위용이  멋지다.

레바논에서  많이 자란다는 백향목이 튀르키예의 높은 산에서 자라고 있다니 신기하다. 백향목이라는 나무는 교회이름에도 많이 쓰이는데 성경에도 솔로몬의 성전건축에 사용될 정도로 나무가  단단하고 물에 강해서 전쟁 시에 박치기용으로 적과 대항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긴 공중 케이블카는 무려 해발 2,365m의 올림포스 산의 정상을 오르내린다. 한라산이 1,947m이니 그 높이가 대강 짐작이 다.

올림포스산이라 붙인 이유가 뭘까? 그리스에  원조격인 같은 이름의 산이 있는데 어떤 것이 진짜일까? 튀르키예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그 이유는 산 중턱에 꺼지지 않는 "키메라의 불"을 보고 나서 드는 믿음이.

승강장에는 각국의 국기가 펄럭인다. 아마도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나라들의 국기들일 것 같다. 80명까지 탈 수 있는 케이블카에 세계 각국의 사람들로 북적인다. 어느 나라에서 왔던지 목적이 같은 사람들끼리 높은 산을 오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설렌 듯 상기되어 있다. 산 아래 지중해를 바라보느라 정신없을 때  뿌연 안개에 휩싸인 산정상에 도착한다.

산 위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토로스산 아래를 바라보는 심정은 신선이 된 기분이다.

산맥은 공룡의 등뼈처럼 굽이굽이 이어져서 지중해와 만난다. 올라오길 잘했다. 내 남은 생애에 이런 풍경을 얼마나 더 볼 수 있을지? 오늘을 살아있는 날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눈가득 담고 마음껏 새겨야겠다. 좋은 풍경을 보기 위해서는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오를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다. 산 정상의 만년설과 푸른 하늘은 참으로 곱고 예쁘다. 멋진 하늘을 배경으로 튀르키예 국기가 펄럭인다.

그래! 기는 튀르키예다.

상부승차장 입구에 대장장이의 신인 헤파이토스 및 아프로디테의 플라스틱상이 서 있다. 불꽃의 화신 헤파이토스는 태어나자마자 불꽃을 휘날리고 빛을 내뿜으므로 그의 어머니 헤라가 헤파이토스를 올림포스산으로 추방하였는데, 추방당한 헤파이토스는 미의 여신이 되는 '아프로디테'와 결혼하여 이곳 올림포스산에서 살았다고 한다. 신들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남긴다. 신들의 상 앞에는 관광객용 스릴만점의 하늘그네가 있다. 호객을 위해 건장한 청년이 열심히 흔들거리며 타고 있는데 감히 무서워서 용기를 낼 수가 없다.

건물 옥상에 있는 전망대로 나가니 바람이 인간의 접근을 용납하지 않을 듯 거칠다. 전망대 중앙에 중요국가까지의 방향과 거리를 표시하고 있는 이정표가 서 있다. 서울까지 거리가 8,184Km이다. 참으로 멀리 왔다. 전망대 아래 지중해와 하늘이 코발트빛으로 하나로 이어져 보인다. 단지 파도가 하얀 빛깔로 넘실대니 구분이 될 뿐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풍경을 더 오래 담고 싶었지만 매서운 바람은 이제 그만 내려가라 한다. 신들의 운동장에서 나약한 인간의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이다. 신들의 세계에 감히 인간이 같이 서 있는 느낌이다. 오늘 또한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다.

케이블카는 다시 우리를 산 아래 인간세계로 데려다준다. 하늘에는 신이 되고 싶은 행글라이더가 두둥실 날고 있다, 올림포스산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행글라이더를 타기에 좋은 산이라 한다, 

신의 불꽃을 찾아 다시 산으로 접어들었다.

키메라마운틴의 바위틈에서 나오는 불꽃의 정체는 무엇일까. 꼬불거리는 산길을 지나고 석류가 주렁주렁 달린 담장을 따라 한 시간 반 가량 달리니 허름한 입구가 나온다. 1달러 정도의 입장료를 영수증도 없이 받아내는 사나이! 입구에서 다시 1km 정도 산등성이를 올라가니 바위틈 사이에서 불꽃이 치솟는다. 화산이 폭발하다 말았는가? 지진의 징조인가? 신비하고 미스터리하다. 꼬마의 불장난을 지켜보니 자연에서 살아남을 비법을 터득한 듯하다. 

르키예인들이 믿고 있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메라! 머리는 사자, 몸은 염소, 꼬리는 뱀의 형상을 한 괴물로 입에서 불을 뽑는다고 한다. 신화에 의하면 영웅 벨로로폰이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를 타고 가서 키메라를 죽였을 때 키메라의 피가 땅에 떨어져 불꽃이 되었단다. 산기슭 바위틈 여러 군데에서 불꽃이 올라오는데, 수천 년간 한 번도 꺼지지 않았다고 한다.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비가 내려도 불꽃은 꺼지지 않는데. 이 일대가 화산지대가 아니라 석회암지대라니 신기하긴 신기하다. 영원불멸의 불꽃을 보니 이곳이 올림푸스산이라고 믿어야겠다. 신들이 바위틈에서 불씨를 안고 여전히 불로장생하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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