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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Jul 02. 2023

믿을 수 없는 진실의 에페소

여행은 왜 는가

답은 쉽다. 여행은 가고 싶은 곳에 가는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를 사람들은 역마살이 붙어서 그렇다고 한다. 역마살이라 해도 내 삶의 근육이니 듣기 좋다.

여행을 떠나요! 유행가 가사처럼 집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여정을 나는 좋아한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기보다는 답답한 일상의 시공간을 벗어나니 해방이요 자유다.

 내가 여행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걷기 위해서다. 여행은 걷기. 여행지를 향해서 갈 때는 가급적이면 걷는다. 나는 걷는 게 너무 좋다. 걷기는 내 삶의 호흡과 같다. 위에서 만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엔도르핀이 되어 주고 믿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의심의 암막을 걷어낸다.

나는 스스로를 여행작가라고 말한다.

"푸웃!"

남편은 동의할 수 없는 미소를 짓지만, 여행지에서 보고 느끼는 것들을 주절주절 글로 쓰면 작가! 아닌가! 맞다.

역사의 숨결이 머무는 곳에서 걷고 보는 순간들이 좋아서 그 느낌을 글로 쓴다.

튀르키예를 여행하면서 에페소(Ephesus)를 찾는 이유도 그렇다.

에페소!

누군가에게는 단지 장엄한 유적지에 불과하지만 기독교인들에게는 성지로 불리는 곳. 수천 년 역사의 흔적들이 멈춰 있는 에페소에서 걷다가 보여지는 순간들에 감탄한다. 

기원전 9세기에 건립된 에게해 지역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고대도시인 에페소에 발을 딛다니!

'아!'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돌기둥과 부서진 돌의 흔적은 낯선 의 가슴을 설레게 다. 에페소에 대한 미사여구는 '시간이 멈춘 찬란한 역사를 품은 도시'라고 하는데 맞는 말이다. 에페소 그 시대의 화려했던 역사만큼이나 도시가 그럴싸한 규모다. 옛 도로를 따라 돌기둥 유적들에 감탄하며 천천히 걷는다. 1만 년동안 걸려서 탄생한 역사의 현장은 그때의 흔적이 띄엄띄엄 아스라하게 남아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무너진 도시의 길목에서 감탄한다. 고대도시는 소멸하지 않고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사실로 확인되고 발전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실감한다.

에페소는 실제 있었던 도시인가?

아니면 전설인가?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은 현대의 도시의 모습과 너무나 다른 모습에서 비롯된다.

에페소는 지중해 연안에 있는 항구도시였다.  에페소 입구에 들어서니 경기장과 대리석 도로, 신전 등 로마 시대 유물이 도로를 따라 즐비하게 늘어져 있다.

에페소는 어떻게 도시가 만들어졌을까?

 사람들은 그리스 이주민들이 이곳에 도시를 세웠다고 추정한다. 그 후 역사는 돌고 돌아 알렉산더대왕이 이곳을 정복하여 지금의 원형극장, 경기장과 체육관 등을 건설하였다. 전설 같은 사실의 흔적들을 눈으로 보고 또 본다. 여행의 참맛은 바로 이런 순간들이다. 웅장한 기둥들을 사이에 두고 걸었다. 그 시대의 영화를 느낄 만큼 돌기둥들은 우람하고 장대하다. 길을 따라 켈수스도서관이 보인다. 도서관터는 정면 벽만 남아 있다. 벽면에는 지혜, 지식, 지성, 용기를 상징하고 있는 석상이 다행히도 형태가 그럴듯하다. 젊은이들이 가장 와보고 싶어 하는 곳이라니 지성인의 요람답다. 알고 보니 석상들은 모조품이고 진품은 오스트리아 비엔나 박물관에 있다니 본국으로 돌아올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서관을 지나 중앙통로로 걸어가면 재미있는 건물들이 나온다. 허물어진 건축물들은 매춘부들이 거주한 건물이라니! 건물 입구에 출입의 나이를 측정하는 발자국 모양이 그려져 있다. 믿거나 말거나!

어라? 여자의 상반신 얼굴 모습과 하트 표시까지 보인다. 그 시대의 유곽을 갈 때 발바닥 사이즈로 성인을 구분한 표시라니. 재미있다.

도시가 항구였으니 상인들이 주로 갔을 것이고 도서관 앞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서관 맞은편에 유곽으로 통하는 비밀통로까지 있었으니 학문하는 이들이 그 유혹에 어찌 감당하였으리오. 부서진 유곽에서 상상의 나래를 고 대극장으로 걸어간다.

대극장은 원형극장으로 그 규모가 상당하다. 설에 의하면, 60년 간 산을 파서 만들었다고 한다. 극장은 연극이검투경기 또는 회의장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2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이다. 성경에 의하면, 사도바울이 이곳에서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설교를 하다가 황제의 조각품을 판매하는 상인과 마찰이 일어나 결국에 제자들과 추방당한 곳이기도 하다.

사도 바울의 믿음은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세워 마술과 여신 숭배 사상이 성행하던 에페소에서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기적을 행하고 복음을 전한 곳이다. 기독교인들이 성지순례지로 찾아오고 싶은 곳에서 감회가 깊어진다.

대극장 앞으로는 에게 항구까지 아르카디아 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우측 편으로 정문이 자리하고 있다. 정문밖에는 넓은 벌판에 수많은 돌기둥들이 서 있고 옛 상점 터 같은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이곳이 옛 상업 아고라 터다.

시장은 국제시장 격인지라 각지에서 온 물건뿐 아니라 노예 거래까지 하는 인신매매의 현장으로 인종차별이 유럽에서도 성행하였다.

길을 따라가니 승리의 여신인 니케여신 부조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여신은 왼손에 월계관과 오른손에는 밀다발을 들고 있다. 나이키의 심벌이란다.

당시의 공중화장실도 보인다. 화장실이 수세식이라니! 놀라운 점은 50명이 동시에 사용하였는지 칸막이도 없이 줄줄이 만들어져 있다. 위생상 손으로 처리를 했는지 화장실 앞 손을 씻을 수 있는 연못터까지 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도시는 그 후에 어찌 되었을까! 상업도시이자 항구도시인 에페소의 영화는 영원하지 않았다. 강으로부터  유입된 토사가 바다를 메워 항구도시의 기능을 상실하고 대지진까 일어났다. 또한 이슬람의 침범으로 화려한 문명의 도시는 무너지고 폐허가 되었다. 그렇게 한 시대의 영화는 돌조각이 되어 역사는 흘러갔다.

이제 에페소는 예전의 명성을 그리워하는 이들과 초대 교회의 뜨거운 믿음의 현장을 사모하는 이들에게 그리움의 장소일 뿐이다.

다만, 세월이 흘렀어도 무너진 유적들은 여전히 아름답고 화려하다. 돌과 대리석의 문양들은 섬세하고 정교하다.

그 당시의 석공들은 얼마나 힘든 작업을 하였을까! 석공의 손길에 경의를 표하며 그들솜씨가 신의 한 수였음에 감탄한다.

어느새 발로 쓰는 기록이 만보를 넘었다. 여행은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 

여행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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