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손녀 생일은 기억하면서, 아들 생일은 까맣게 잊어버린다고?!
나는 11월에 태어났다. 내 딸도 마찬가지로 11월에 태어났다. 우리 둘의 생일은 고작 5일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아버지는 아들인 내 생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반면 손녀 생일은 살뜰히 챙기시는 게 아닌가! 이게 무슨 일이람?
이건 진화생물학으로도 설명이 안 된다. 이 책, <이기적 유전자>에도 뻔히 나온다. 인간은 그저 유전자를 운반하는 기계일 뿐이라고 말이다. 나는 죽어도 내 유전자는 죽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불멸의 유전자>라고 책 이름을 정하려고 했을까.
"어푸어푸"
만약 아들과 손녀 둘 다 물에 빠졌을 때 단 한 명만 구할 수 있다면, 할아버지는 누굴 구해야 할까?
1. 아들
2. 손녀
진화생물학적인 정답으로는 1번, 아들이다. 왜냐고?
1. 아들: 당신 유전자의 50%
2. 손녀: 당신 유전자의 25%
아들을 구하면 유전자 수익률(?)이 무려 2배다! 물론 책의 설명에 따르면 가끔 예외도 있을 수 있단다. 가령 내가 고자라니(...)가 되었다든가 하는 상황 말이다. 그럼 나는 유전자 관점에서는 장사 접은 거다. 하지만 손녀는 아직 미래가 창창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손녀를 구하는 게 맞다.
하지만 나는 아직 고자라니(..)가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 아버지는 손녀딸을 더 좋아하는 걸까?
"아버지, 왜 그런 거예요?"
아버지께 여쭤봤다.
"귀엽잖아."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이 책,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1941년생이다.
전설적인 진화생물학자인 그도... 아들보다는 손녀를 구할 것 같다.
그렇다. 귀여운 게 깡패다.
사진: Unsplash의Camila Fran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