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미, <현실 육아 상담소>
대한민국 교실은 왜 붕괴했을까? 현직 초등교사인 내가 단언한다. 교실은 '과잉 공감' 때문에 무너졌다.
-밥 먹었으면 양치질하세요.
-친구 때리지 마세요.
-수업 시간에 조용히 하세요.
10년 전에 담임 맡았던 학생들에겐 저렇게 이야기했다. 한 문장으로. 용건만 간단히.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이유 따위는 말해주지 않았다. 양치질하고, 친구 때리지 않고, 수업 시간에 조용히 하는 건 그냥 '당연한' 거였다. 물론 나에게 이유를 묻는 학생도 없었다.
그런데 10년 사이 대한민국이 바뀌었다. 바야흐로 '대 공감의 시대'가 펼쳐진 거다. 오죽했으면 "아빠 T야?" 하는 광고까지 나왔겠는가.
좋다, 공감 좋다 이거다. 그런데 그걸 왜 '훈육'까지 끌고 오냐고. 훈육에 공감이 버무려지면서 대한민국 교실은 무너졌다. 그게 내 결론이다.
[10년 전 메타]
교사: 다른 친구 때리지 마세요.
학생: 네, 죄송합니다.
[요즘 메타]
교사: 다른 친구 때리지 말아 줄래요?
학생: 왜요?
교사: 친구가 맞으면 아프잖아요. 아프면 속상하잖아요.
학생: 쟤가 먼저 시비 털었는데요? 제 마음은요?
교사: 그렇군요~ 많이 속상했죠? 친구가 시비 걸어서 짜증이 많이 났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친구를 때리면 되겠어요 안 되겠어요?
학생: 쟤가 진심으로 저한테 사과하기 전까진 저는 절대 사과해 줄 마음 없어요.
교사: 제발 사과해 주면 안 될까요?
(*모든 학생이 이렇다는 뜻이 아니다. 일부 학생의 사례다. 다만 10년 전에 비해 비율이 아주 많이 늘었다.)
다시 한번 말한다.
-양치질은 그냥 하는 거다.
-친구는 때리지 않는다. '제 기분은요?' 들먹이지 마라.
-수업 시간에 조용히 해라. 학생생활규정에 다 나와있다.
2023년, 학교 현장에 큰일이 있었다. 전국의 선생님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여러 방송사에서 학교 현장을 취재했다. 그래서 분위기가 살짝 바뀌었다. 덕분에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게 됐다. 만약 내가 이 글을 2022년에 발행했다면? 나는 능지처참에 처해졌을 것이다.
이 책, <현실 육아 상담소>를 쓴 조선미 교수님도 말한다. "공감과 위로는 하루에 두 번만 하세요!"라고. 그 이상은 과잉이란다. 그리고 제발 훈육 좀 하라고 외친다. 아이를 설득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아이에게 부탁하지 말라고 한다. 훈육은 그냥, 단호히 하란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해 주시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현장에서 실전을 치르는 초등교사에겐 이 책이 한줄기 빛이다. 솔직히 나도 무섭다. '우리 아이 기분 상해죄' 딱지 붙는 순간 담임교사는 나락 가는 거다. 그래서 나도 '과잉 공감'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싶다. 나도 살고 싶다.
하지만... 용기 내어 외쳐 본다.
1. 제발 공감 좀 그만하자. 하루에 딱 두 번만 하자.
2. 애들 기분 그만 좀 읽어주자. 위로도 딱 두 번만 하자.
3. 제발 훈육 좀 하자. 훈육할 때는 단호하게 좀 하자!
과잉 공감 중독에 빠진 대한민국에 이 책, <현실 육아 상담소>를 바친다.
사진: Unsplash의Hiroyoshi Urushi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