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사회는 총각이 보는 거라고?

by 알뜰살뜰 구구샘

<결혼식 사회를 망치다> 5편입니다.



두 번째 사회를 일주일 앞둔 날이었다. 미용실을 찾았다. 이발을 단정히 하기 위해서였다. 내 경험 상 머리는 이발 후 일주일이 지났을 때 가장 예쁘다. 물론 누누이 말했지만, 결혼식장에서 사회자를 유심히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냥 자기만족이다.


사장님께서 놀라셨다. 왜 이번엔 예정일보다 일찍 왔냐고 했다. 출산 예정일도 아니고 무슨 소리냐고? 난 매달 일정한 날에 머리를 깎는다. 딱 한 달 주기를 지킨다. 그런데 이번에는 3주 만에 간 거다. 그러니 미용실 사장님께서 놀랄 수밖에.


일주일 뒤에 친한 동생 사회를 볼 예정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번 달엔 좀 일찍 왔다고 했다. 그러니 사장님께서 더 놀라신다.


"결혼했잖아요, 그런데 사회를 봐요?"

"네? 결혼식 사회는 총각만 보는 거예요?"

"보통 그렇죠. 신랑 친구 중에 아직 장가 안 간 사람이 보잖아요."


태어나서 처음 듣는 소리였다. 유부남은 사회를 안 본다니. 내 첫 사회도 유부남 신분으로 봤다. 심지어 딸이 태어난 이틀 뒤에. 내 결혼식 사회를 봐준 형도 유부남이었다. 그 형도 딸이 있었다. 그럼 여태까지 잘못된 풍습으로 결혼식을 진행한 건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우선 유부남은 결혼식에 아내와 같이 오는 경우가 많다. 결혼하고 나서는 각종 경조사에 함께 참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신랑이 단상에서 사회를 본다면? 남은 아내는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색하게 있어야 할 수도 있다.


자식이 있다면 애로사항이 더 많아진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예기치 못한 울음이 터질 수도 있다. 기저귀에 응가를 할 수도 있다. 이런저런 가능성을 따져 봤다. 기동성이 좋은 총각을 섭외하는 게 서로 윈윈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내 주변엔 왜 다들 유부남이 사회를 봤을까? 내 결혼식 준비 과정을 떠올렸다.


'결혼식 사회를 누구에게 부탁하지? 아, 일단 한 번 해 봤던 사람이 잘할 거야! 유부남 중에 누가 가장 잘할까? 옳지, 그 형에게 물어봐야겠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완전 자기중심적 사고였다. 형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때 형은 3살 난 딸이 있었다. 심지어 형수님과 딸을 데리고 내 결혼식에 왔다. 그날 신혼부부였던 나 못지않게 형도 엄청 바빴을 것이다.


몇 년이 지난 뒤, 내가 정확히 그 상황에 놓였다. 친한 동생 결혼식 사회자가 되었고, 아내와 세 살 난 딸과 함께 결혼식장에 참석했다. 집과 예식장까지의 거리도 1시간으로 거의 같았다. 그 형도 아침 일찍 출발했겠다. 유모차와 각종 짐을 바리바리 싣고 말이다.


이번 결혼식에 그 형도 참석했다. 내 결혼식 사회자 앞에서 마이크를 잡게 됐다. 30분 간의 사회를 마치고 하객 테이블로 합류했다. 형 옆에 앉았다. 수고했단다. 마음 한편이 찌르르하다.


4년 전을 떠올려 봤다. 그 형에게 고맙단 말도 제대로 못 한 것 같다. 워낙 챙길 게 많아서 그랬을까? 그날로 돌아간다면 "형 사회 최고였어요. 덕분에 소중한 행사 잘 마칠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라고 말해줄 것이다. 빈말이 아니라, 실제로 형은 그날 매우 매끄럽게 진행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떨까? 총각에게 맡길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똑같이 유부남에게, 되도록 그 형에게 맡길 것 같다. 결혼식을 한 번 해 본 사람은 디테일이 달랐다. 결혼식이란 게 그랬다. 총각은 도저히 알 수 없는 뭔가가 있었다. 이건 해 보면 다 알게 된다.


곧 그 형의 생일이 다가온다. 그걸 구실로 전화나 한 통 해야겠다. 형, 그때 정말 멋졌어요. 웬만한 방송국 아나운서보다 훨씬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6편에 이어집니다.

사진: UnsplashWedding Drea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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