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사회를 망치다> 4편입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속편의 저주'라는 말을. 후속작이 본편보다 아쉬운 경우 사용된다. 이 말이 나에게 적용될 줄은 몰랐다.
물론 나도 처음부터 망치려고 작정한 건 아니었다. 남의 집 경사 잘 치르려고 노력했다. 오히려 첫 번째 사회를 봤을 때보다 더 애썼다. 그나저나, 어쩌다가 두 번째 사회 의뢰가 들어왔냐고?
처음 본 결혼식 사회가 괜찮았다. 혼자만 만족하면 됐겠지만, 방정맞은 입이 가만히 있질 못했다. 결혼식 이야기만 나오면 말보따리를 풀어댔다. 결국 친한 동생의 귀에도 소식이 들어갔다.
"형, 제 결혼식 사회를 맡아 주실래요?"
당연하지. 훗, 딱 기다려. 내가 '선배님 무대를 뒤집어 놓으셨다.' 보여줄 거니까. 전문 사회자한테 비용 쓰지 마.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책임질게. 나만 믿고 따라오렴?
물론 약간의 불안함도 있었다. 우선 기억이 희미했다. 내 결혼식은 4년 전이었다. 사회를 본 것도 2년이 지났다. 갓 입대한 훈련병이 전역을 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황급히 외장하드를 확인했다. 다행히 2년 전 대본이 남아있었다.
파일을 보니 그날의 기억이 생생히 몰려왔다. 대본을 소리 내 읽어봤다. 2년이 지났지만 내 혀는 전혀 녹슬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화된 느낌이었다. 원래 사회생활 경험치가 쌓이면 그렇다. "입만 살아가지고"라는 말을 괜히 듣는 게 아니다.
예비신랑에게 샘플을 보내줬다. 얼마 뒤, 대본 초안을 받았다. 2년 전에 했던 것처럼 소리 내 읽어봤다. 막히는 부분은 양해를 구하고 수정했다. '휴대전화'를 '휴대폰'으로 바꾸는 그 작업 말이다.
결혼식 5일 전, 예비 신랑과 신부를 직접 만났다. 내가 만나달라고 부탁했다. 첫 번째 사회를 봤을 때 생각했던 개선점을 적용하기 위해서였다. 2년 전에는 신랑과 전화로만 조율을 했다. 그러니 디테일한 부분에서 아쉬운 게 있었다. 이번에는 준비를 더 철저히 하고 싶었다. 그래서 직접 만났다.
세 사람이 카페에 앉았다. 예비 신랑신부를 앞에 두고 대본을 읽었다.
"여기 일어서라는 말이 없는데, 딱히 말씀 안 드려도 알아서 일어나실까?"
"아, 그럼 멘트를 추가해 주세요."
"오케이, 그럼 축사가 끝났을 땐 어떻게 할까? 박수 치라는 말이 없는데, 호응 유도 안 해도 돼?"
"네. 박수 유도는 제 축가를 포함한 모든 공연이 끝났을 때 한 번만 해 주세요."
이런 것들도 충분히 조율했다. 최종본을 다시 한번 읽었다. 시간도 얼추 맞췄다. 모든 것이 완벽한 것 같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미션이 추가되었다.
"저희 부부가 눈물이 좀 많아서요. 아마 이 타이밍에 울 것 같아요."
이건 상상도 못 한 미션이었다. 왜냐고? 나와 내 아내는 결혼식에 전혀 울지 않았기 때문이다. 4년 전에 우리는 말 그대로 무대를 즐겼다. 사람들의 시선을 만끽했다. 울기는커녕 웃느라고 바빴다. 그래서 신부와 신랑이 울 거라는 대비를 전혀 안 했다. 근데 예비신랑의 말을 듣고 보니 다른 결혼식이 떠올랐다. 남의 결혼식에 가 보면 은근히 신랑이나 신부가 우는 경우가 꽤 있었다. 이거 무방비로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대비하긴 해야 했다.
"그런 상황이 오면 나는 뭐라고 하면 될까?"
"음, 아무 애드립이나 쳐 주시면 안 돼요?"
애드립이라. 이건 어떨까? 너희 크리스마스 이브에 결혼하잖아. 시의적절하게 '울면 안 돼~ 산타할아버지가 우는 아이에게~' 음, 내가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네. 그럼 이건 어떨까? '울지 마 바보야~' 아, 이것도 좀 아니지? 좀 괜찮은 거 없을까?
신부와 신랑, 그리고 사회자인 내가 고심 끝에 결정한 애드립은 이것이었다.
[며칠 전, 신랑 신부를 미리 만났습니다. 같이 대본을 연습하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두 사람이 미리 힌트를 주는 겁니다. 딱 이 타이밍이 되면 울 것 같다고요.
저는 신랑신부에게 물었습니다. 사회자인 제가 어떻게 해야 되냐고요.
그러니 신부님께서 이 말을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건 바로, "뚝"입니다.
이제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가 하나, 둘, 셋이라고 하면 다 함께 "뚝"이라고 외쳐 주세요.
준비되셨나요? 시작합니다! 하나, 둘, 셋!]
신부님께서 매우 만족하셨다. 사실, '뚝'까지 가지 않아도 울음이 그칠 것 같다고 했다. 첫 멘트인 '며칠 전'만 들어도 웃음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아, 다행히 저 멘트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두 사람이 크게 울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은 은근 무대체질이었다.
준비가 모두 끝났다. 남은 5일은 금방 지나갔다. 당일이 되었다. 대본도 두 세트 챙겼다. 결혼식장엔 2시간 일찍 도착했다. 2년 전과는 다르게 앞 타임 결혼식이 있었다. 남의 결혼식이었지만 맨 뒤에서 관람했다. 역시나 아무도 사회자를 보지 않았다. 오직 나의 눈만 그를 향했다.
그런데 사회자가 엄청 못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실수를 연발했다. 아쉬운 점을 잘 기록해 두었다. 이제 난 망치려야 망칠 수가 없다. 이렇게까지 준비했는데 실수를 하겠는가?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나도 결국 속편의 저주에 갇혀버렸다.
5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