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시작하자마자 바로 기자님의 전화를 받은 건 아닙니다. 초반에는 아무도 안 들어왔습니다. 주위에 블로그 한다고 하면 대부분 시큰둥했습니다. ‘요새 너도나도 유튜브, 블로그 한다던데, 너도 그중 하나구나?’라는 반응이었죠.
2020년 1월,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처음 발행한 포스팅이 생생합니다. 그해 첫눈이 왔는데, 아내와 우산을 쓰고 함께 사진을 찍었던 걸 올렸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울고 갈 감성 가득한 시까지 완벽했죠. 당연히 조회수는 0이었습니다. 상관없습니다. 블로그는 원래 일기장처럼 쓰는 것 아니었나요?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 글은 더 쉬웠습니다. 서평을 올렸죠. 잘 나가는 책을 읽은 뒤 신랄하게 비평했습니다. 이것도 눈치 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어차피 제 블로그에는 아무도 안 들어옵니다. 웬만한 영화평론가보다 더 혹독하게 평가했었죠.
다음으론 놀고먹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여행지와 식당의 정보를 올렸죠. 그랬더니 반응이 있는 겁니다. 핵심어를 검색창에 넣었더니, 제 글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방문자 수도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하루에 1~2명 들어오던 곳이 10~20명 들어오는 곳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러다가 인플루언서 되는 것 아닌가 걱정했습니다.
유명해지기 전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신랄한 비평 글은 모두 비공개로 돌렸습니다. 아내와 함께한 첫 글도 내렸죠. 그리고 다시 놀고먹은 기록을 꾸준히 올렸습니다. 방문자는 계속 증가했죠.
하지만 이걸 계속할 수는 없었습니다. 명색이 알뜰살뜰함을 추구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방문자 수 조금 늘리겠다고 통장에 구멍을 낼 순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략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정보성 글을 올리기로 했죠. 물론 돈 안 써도 되는 주제로요.
처음 주제는 알뜰 소비였습니다. 30년 가까이 살면서 축적한 팁이 많았습니다. 자동차 싸게 사는 방법부터 결혼 저렴하게 하는 방법까지, 이것저것 꽉꽉 눌러 담았습니다. 당연히 놀고먹는 글보다는 반응이 훨씬 좋았습니다. 저를 이웃으로 추가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졌고요.
하지만 이걸 계속하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글감이 바닥났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운전하다 고라니와 부딪혔는데,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 뒤에 사진부터 찍었습니다. 소중한 글감이었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고라니 박았을 때 자동차 수리 싸게 하는 방법’으로 글을 발행했습니다. 반응은 뜨거웠지만 제 머리는 차가워졌습니다. 뭔가 더 전문적이고 지속할 수 있는 게 필요했습니다.
사고가 났던 날은 월급날 근처였습니다. 덕분에 수리비를 잘 치를 수 있었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교사 월급은 왜 하필 17일에 주는지를요. 군대 있을 땐 매달 10일에 들어왔거든요. 다른 회사 다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25일에 들어오는 경우도 많답니다. 검색창에 물어봤습니다. 만족스러운 답변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대부분 ‘17일에 들어옵니다.’로 끝이었습니다. 그건 신규교사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답답해서 직접 찾아봤습니다. 관련 법령, 시행령, 규정 등을 샅샅이 검색했죠. 그렇게 알아낸 사실을 정리해 블로그에 발행했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전국에 많은 선생님께서 저와 비슷한 걸 궁금해하셨던 겁니다. 그 가려움을 제가 긁어드린 거죠.
이걸 시리즈로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월급을 하필 이만큼만 주는 이유, 호봉별 본봉 확인 방법, 신규교사가 1호봉이 아니라 9호봉인 이유 등을 올렸습니다.
물론 처음엔 글 하나 올리는데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습니다. 자료 조사하는 데 며칠, 글 쓰는 데 또 며칠, 사실관계 확인하는 데 며칠이 걸렸습니다. 퇴근 후나 주말에만 적을 수 있었으니, 글 하나를 올리는 데 일주일씩 걸리곤 했죠.
하지만 그것도 이내 익숙해졌습니다. 비슷한 걸 꾸준히 하다 보니 몸이 적응하더라고요.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법률과 시행령을 읽어내는 능력도 점점 좋아졌습니다. 예전에는 조문 하나를 두고 1시간씩 씨름했다면, 지금은 소설책 읽는 느낌입니다.
시리즈는 그렇게 쌓이고 쌓였습니다. 글은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제가 자는 동안에도, 밥을 먹는 중에도, 출퇴근할 때도 사람들과 소통했습니다. 제 글이 믿음직스러웠을까요? 전국의 선생님들이 댓글을 많이 달아주셨습니다. 대부분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셨죠. 그 중엔 제가 아는 것도 있었지만, 모르는 게 더 많았습니다. 그때 그냥 모른다고 답변하진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알아내서 답변을 드렸죠. 그렇게 알게 된 것은 저의 또 다른 글감이 되었습니다.
자료를 조사합니다. 초안을 씁니다. 공신력 있는 분께 사실관계를 확인받습니다. 글을 발행합니다. 질문이 달립니다. 아는 건 바로 답변드립니다. 모르는 건 또 조사합니다. 다시 초안을 씁니다. 팩트체크 합니다. 글을 발행합니다. 이렇게 100편 가까이 썼습니다. 이제는 정말 ‘시리즈’라고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시리즈의 이름이 필요했습니다. 뭐라고 지을지 고민했죠. 고민 끝에 <교사의 돈 공부>라고 지었습니다. 이건 한국교육신문 칼럼에도 그대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이렇게 지었냐고요?
사진: Unsplash의Freddy Cast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