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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투자 말리는 상가 전문가?

길목, <내 생애 짜릿한 대박 상가 투자법>

by 알뜰살뜰 구구샘

부동산 씬에는 유명한 격언이 있습니다. '상가 투자 잘못하면 상갓집간다'라는 말이죠. 월급쟁이인 저는 당연히 상가 임대도, 임차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당연히 저 말이 피부에 와닿았던 적은 없어요.


하지만 이 책을 보니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숭악한 바닥(?)이더라구요. 주거용 부동산 씬이 그냥 커피라면 상업용 부동산 씬은 코피루왁?

책은 팟캐스트를 듣고 읽게 되었습니다. 즐겨 듣던 팟캐스트에 저자인 길목님이 출연하셨거든요. 말씀을 너무 잘 하시더라구요. 상가 투자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자분께서 책에 정성을 많이 쏟은 느낌이었습니다. 저도 책 좀 읽다 보니, 저자가 패를 어느 정도 깠는지 정도는 아주 살짝 느낌 오거든요. 이분은 진짜 많이 퍼주시는 스타일이었습니다.(물론 마지막에 본인 플랫폼을 홍보하시긴 합니다. 잘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강의 꼭 들어봐야겠어요.)


책의 시작은 신도시 분양상가로 시작합니다. 사실 이 격언도 유명하죠? 신도시 상가는 주인이 3번 바뀌어야 제 주인을 찾아간다는 말이요.

파트1만 봐도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집니다. 제목은 '상가 투자법'인데, 다 읽고 나면 '절대 상가에는 손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해야 할 함정들이 너무 많네요 엉엉

속지 않고 상가 구입하는 방법도 알려줍니다. 특히나 분양사무소의 R시스템은 참... 오피든 지산센이든 빌라든, 앞에 '신축'이라는 말이 붙으면 자연스럽게 '분양사무소'가 등장합니다. 그러면 덩달아 'R'이 따라오죠.

아니, 손님을 R로 보지 않는 이상 어떻게 그런 판매를 할 수 있을까요? 속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리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권리금 이야기도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병원에도, 약국에도, 태권도장에도 권리금이 있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교회에도 권리금이 있다니! 정말 신기했습니다. 신도 한 명 당 권리금이 얼마인지 적혀 있더라구요.

담배권(기존 담배 가게 근처에는 일정 거리 안에 새 담배가게 입점 금지) 사례도 정말 흥미로웠네요. 최근에 저희 집 근처에도 횡단보도가 X자 동시신호로 변경되었거든요. 제가 만약 담배가게 사장님이면 어떨까 생각하며 읽으니 흥미진진했습니다.


책의 중반부터는 상가투자에 성공한 사례도 알려주십니다. 일단 파트1, 2, 3에서 호되게 트레이닝을 시켜주신 뒤, 파트4가 되어서야 성공예시가 나오죠. 상가투자를 쉽게 보지 말라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사례들 중 익숙한 곳도 있었습니다. 바로 제가 사는 동네 이야기었습니다. 원래 김밥집으로 쏠쏠하게 장사가 잘 되던 곳을 길목님이 팔라고 조언했대요. 조만간 바로 옆에 상업지구가 크게 들어올 것이니, 그쪽으로 상권이 다 빨려갈 것이라구요. 다행히 그 수강생은 조언을 들었고, 큰 손실을 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일주일에도 몇 번 지나치는 곳을 책에서 만나니 느낌이 색달랐습니다. 로드뷰로 과거모습을 보니 정말 김밥집이 있었더라구요! 지금은 공인중개사 사무소로 바뀌었습니다.

파트5부터는 다시 또 경각심을 주십니다. 한 번의 투자로 큰 돈을 날린 이야기가 수두룩하죠. 이 정도면 책 제목을 '쪽박 상가 투자법'이나 '제발 상가투자하지 마세요'로 바꿔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굳이굳이 상가투자를 하겠다는 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자께선 상가투자 시 고려해야 할 것들을 세세히 적어주셨죠.

-관리비 무시하지 마세요(평수 작다고 관리비 예단 노노 / 만약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많으면?)

-흐르는 자리는 조심하시구요

-상가마다 규약들 다 달라요. 그거 꼼꼼히 살펴보세요. 빵집 차리려고 상가 샀는데 빵집 못 차릴 수도 있어요.

-집은 남향이 좋지만, 과연 상가도 남향이 좋을까요?

-메인도로라고 다 좋을 것 같아요?

-상가 앞 도로가 쾌적하게 정비되면 손님이 더 많이 올까요?(불법주차라도 할 수 있는 곳vs아예 주차 불가능한 곳)



01.PNG

집 근처에 걸린 임대 현수막이 보입니다. 여기 몇 년을 살았는데 계속 공실이었어요.

'아니 미 연준이 금리를 또 올린다는데 버티기 되나?' '대출 없이 자기 돈으로 분양받았나?' '통상가일까? 구분상가일까? 옆 호실에서 받은 월세로 버티는 건가?' '월세 낮추면 상가매매가도 같이 떨어진다는데, 그게 싫으면 몇 개월 공짜로 장사하게 해 주고 세입자 들이는 게 안 나을까?'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ㅎㅎ 너 지금
갓물주 걱정하는 거야?


연예인 걱정이랑 건물주 걱정은 뭐다?

네... 제 앞가림이나 잘 하겠습니다ㅠㅠ

소중한 지식 나누어 주신 저자 길목님에게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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