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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은 사실상 아기다

<김미경의 마흔 수업>

by 알뜰살뜰 구구샘

불혹은 아직 아기다. 근거는 세 가지다.


1. 100세 시대니까

2. 인구 피라미드

3. 뇌피셜


첫째, 100세 시대다. 얼마 전 전국 노래자랑을 봤다. 90세 넘은 누님께서 열창하시더라. 지팡이도 없이 쌩으로. 나보다 근육질인 것 같았다. 구순이 이럴진대 불혹은 말할 것도 없지. 암.


둘째, 인구 피라미드를 보라. 사실상 피라미드가 아니다. 고려청자라고 불러야 옳다. 위는 볼록하고 아래로 갈수록 홀쭉해진다. 이게 어떻게 피라미드인가? 트로피 혹은 파리채라고 해도 될 정도다. 그러므로 아래에 위치한 불혹이들은 애기가 맞다.


셋째, 뇌피셜이다. 이 글을 쓰는 나는 사실 30대 중반이다. 40도 안 먹은 놈이 이런 개똥 글을 쓰냐고? 워워, 손에 든 고려청자는 내려놓으시라. 나도 곧이다. 미끄럼틀 탔다. 열심히 마흔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란 말이다. 나를 보니 아직도 아기가 맞다. 여전히 악의는 없지만 아기 같은 행동을 한다. 물론 내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아기들은 배워야 한다. 그것도 열심히. 근데 마흔 아기들은 신생아에 비해 장점이 있다. 바로 양육자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거다. 신생아실 투명 침대에 누운 친구들은 선택권이 없다. 랜덤게임이다. 보고 배울 사람을 고를 수 없다는 뜻이다. 눈앞에 야구선수 이종범이 있다면? 축하한다. 이정후가 되는 거다. 앞에 농구선수 허재가 있다면? 축하한다. 허웅이 되는 거다.


하지만 마흔 애기는 다르다. 매일유업표 투명한 침대에서 분유만 기다릴 필요가 없다. 양육자를 고르면 된다. 입맛대로 말이다. 주위를 둘러보자. 현실 세계에서 멘토를 찾아보는 거다. 40에 20을 더하면 60이다. 20년 뒤 삶이 궁금하다면 환갑인 분들을 찾아보면 된다. 퇴직 후 파크골프에 매진하신 누님, 정치 유튜버와 몸을 합체하신 행님, 이번에 출간하고 여기저기 강의 뛰는 선배 등 다양하다. 취향껏 고르면 된다. 전화기 켜고 버튼 누르자. "따르르릉, 행님 이거 어떻게 하면 됩니까?"


주위에 스승이 없다고? 당연하다.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왜냐고? 이 글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글을 잘 쓴다는 말이 아니다. 헛짓 안 하고 남의 '글'을 읽는다는 게 중요하다. 당신은 이미 상위 10퍼센트의 사람이다. 읽고 쓰는 걸 좋아한다는 뜻이다. 브런치 읽는 것도 쉬운 게 아니거든. 당신이 이미 스승 급이니 어쩔 수 없다. 스승의 스승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쌈박한 전략이 필요한 때다. 어떻게 할까? 간단하다. 도서관에 가면 된다. 인생 게임 먼저 해보신 누님, 행님, 선배님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심지어 애타게 나를 기다리고 있다. 공짜로 입양되길 바라며 말이다. 도서관은 고리타분하다고? 그럼 유튜브라도 보자. 무슨 레카 영상 말고, 진짜배기 도움 되는 것 말이다.


내 취향은 뭐냐고? 파크골프냐고? 나는 60 넘어서도 여기저기 불려 다니고 싶다. 책 내고 강의도 뛰고 싶다는 뜻이다. 62세가 되면 싫든 좋든 이름표 빼앗긴다. 더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뜻이다. 그럼 나는 누구에게 배워야 할까? 그렇게 사는 사람을 배워야겠지.


그중 한 분이 바로 '김미경 강사'다. 사실 아내에게 수차례 말했다. 나 이 사람 별로라고.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이 싫었다. 영상 몇 번 본 적 있는데 그때마다 손가락질을 하더라. 인상을 팍 찌푸리면서. 근데 아내가 그녀의 책을 추천하네? 사랑하는 사람의 힘은 강력했다. 못된 자의식은 해체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읽었다. 꾸역꾸역.


그녀가 다시 보인다. 김미경 강사는 환갑이 넘었단다. 지금도 왕성하게 책 쓰고 강의를 한단다. 완전 내가 원하는 미래 삶이다. 그걸 현실에서 증명해 보이는 사람인 거다. 싫든 좋든 배워야 한다. 스승으로 삼아야 한다. 그녀가 전하는 팁이 뭐냐고? 간단하다.


[꾸준히 해. 배워. 용기 내라. 기록해라. 좋은 습관 유지해.]


부모님의 잔소리와 싱크로율 100%다. 아기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하지만 설득력의 무게감은 다르다. 왜냐고? 그걸 실제로 실천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환갑이 넘을 때까지 저걸 반복했으니까. 결과로써 과정을 증명한 사람의 말이니까.


"아이를 대하듯 나를 대하라."


책에 나온다. 가슴을 찌르는 표현이다. 내가 아기인 걸 어떻게 알았지? 육십 먹으면 그런 게 다 보이려나? 흠흠.



사진: Unsplash의Aditya Roma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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