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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뜰살뜰 구구샘 Dec 22. 2023

이불 밖이 위험해? 안은 더 처참해!

김승호, <돈보다 운을 벌어라>

이불 밖은 위험하다. 이건 통계로 확인된 사실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들어가 보자. 2020년 사망원인을 볼 수 있다. 우선 3위부터 알아볼까? 폐렴이다. 2위는 심장질환이고. 그럼 대망의 1위는 무엇일까? 바로바로 암이다. 이 세 친구만 피해도 오래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 친구는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폐렴부터 살펴보자. 당연히 집 밖에서 많이 걸린다. 이불 안에만 있으면 콜록거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 뜨뜻한 방구석에서 도톰한 이불 덮고 상큼한 귤 까먹으면 이것이 바로 천국이다. 폐렴 따위는 끼어들 틈이 없다. 그러므로 이불 밖은 위험하다.


심장질환은? 말할 것도 없다. 요새 밖에 나가본 적 있는가? 귀와 코가 떨어져 나갈 것 같다. 가만히 있어도 코어 힘이 길러진다. 온몸에 힘을 주고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단전에 힘을 집중하고 패딩을 방패 삼아 거북이 등딱지 전략을 시전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심장에 무리가 간다. 여차하면 으악! 하기 십상이다.


암은? 이것도 당연히 이불 밖에서 더 많이 걸린다. 담배 안 피우는 사람이 폐암에 걸렸다? 간접흡연 어택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를 지하주차장에 댔다? 웰컴! 라돈이 가득한 세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석면은 또 어떤가? 옛날 건물 천장에는 석면이 있어도 우리 집 이불 안에는 석면이 없다. 그러므로 이불 밖은 위험 투성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불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 책 <돈보다 운을 벌어라>의 저자 김승호도 그렇게 말했다. 운은 집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집 밖으로 나가야 운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란다. 그래야 운이 들어온단다. 따뜻한 이불은 일단 치우자. 문 열고 밖으로 나가자.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어쩌겠는가. 우리는 증가하는 엔트로피와 함께 방구석에서 잊힐 순 없다.


이불 밖으로 나간다는 건 시련을 겪는다는 걸 뜻한다.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길 하나도 내 맘대로 못 건넌다. 빨간색 옷을 차려입고 차렷 자세로 나를 쏘아보는 신호등이라는 녀석이 있으니까. 걔가 다리를 쫙 벌리며 초록 색으로 바뀔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땅에 박힌 무생물도 내 앞길을 가로막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은 어떻겠는가. 그러므로 이불 밖은 장애물 투성이다.


시련은 아프다. 상처받길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도 동의한다. 아무런 시련도 겪지 않고 달콤한 열매만 얻으면 좋겠다. 누가 내 앞에 진수성찬을 차려놓은 뒤 숟가락만 얹고 싶다는 뜻이다. 유명 배우의 유명한 수상소감처럼 말이다. 하지만 집 안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 이불 안으로 들아가는 것은 절대 금지다. 왜냐고? 자의식만 커진 괴물이 되기 때문이다. 거긴 지옥이다.


2023년 전국을 강타한 책, <역행자>의 자청도 이렇게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실행이라고. 책만 읽고 행동하지 않으면 자의식만 커진단다. 소위 말하는 '방구석 전문가'가 되는 거다. 어디서 본 건 많아서 눈은 높아진 거다. 그런데 현실은 시궁창이다. 자신의 이상과 현실의 차이만큼 괴로움이 찾아온다.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게다가 자기 옆에 있던 사람이 발전하는 모습까지 본다면? 현실 지옥이 바로 펼쳐진다. 비교 지옥, 그 무엇보다 처참한 곳으로 가는 거다.


도대체 누가 이불속으로 들어가냐고? 그런 멍청이가 누구냐고? 여러분은 벌써 눈치챘겠지만, 그게 바로 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뜨끈한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거기서 귤만 까먹고 싶다. 정신 승리만 하고 싶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현인들이 오함마를 들고 내 뒤통수를 후려갈긴다. <그릿>의 저자도 한 방,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도 한 방, 그리고 이 책의 저자 김승호 씨도 한 방 묵직하게 내리친다. 뒤통수가 얼얼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다 맞는 말이다. 쳐맞는 말.


그래 알겠어요. 이불 개고 옷 입을게요. 방문 열고 거실로 나갑니다. 끼이익, 현관문 열었어요! 으악! 매서운 칼바람 뭐야 이거! 아아아 문 닫지 말고 나가 보라고요? 어후, 알겠어요. 한 발짝 떼 볼게요. 어디까지 가면 되는 겁니까? 저기 횡단보도까지요? 차가 너무 빨리 달리는데요? 에라 모르겠다 일단 가 봅니다!



'이불 밖'은 물리적인 공간만 표현하는 게 아니다. 온라인 세상으로 나가는 것도 포함한다. 저자는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나는 게 좋다고 했다. 그게 여의치 않다면? SNS를 이용하면 된다. 블로그 포스팅을 하나 더 발행하는 거다. 브런치에 글도 한 편 더 올리고. 인스타에도 카드뉴스 올린다. 계속 노이즈를 생산하는 거다. 그럼 반응이 온다. 응원의 댓글도 달리고, 악플도 받으며, 가장 힘들다는 무플도 받는다. 이게 다 '운'을 모으는 작업이다.


작가는 말한다. 운은 서서히 들어오지 않는다고. 어느 순간 와르르 들이닥친다고 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물이 99도까지는 끓지 않다가 100도가 되는 순간 펄펄 끓는 것과 같다. 그전까지는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란다. 보이지 않는 운을 계속 모으란다. 언젠간 우리 포텐이 폭발할 거라고.


오늘 브런치 글은 정말 적기 싫었다. 에너지가 바닥난 게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이불속으로 들어갈 순 없었다. 그 속은 더 처참하니까. 그래서 오늘도 싸질렀다. 어떻게든 꾸역꾸역 글을 썼다. 어느덧 브런치 글이 70개가 넘어간다. 나도 알게 모르게 운을 쌓고 있는 거겠지?



"작가님, 이렇게 하는 거 맞죠? 언젠가 저에게도 운이 와르르 쏟아지겠죠? 믿고 갑니다이!"



사진: Unsplash의Sdf Rah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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