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고생만하다가네 우리 엄마.

일하실래요? 육아하실래요?

by 빨양c


오늘 아침엔 엄빠 장모님이 며칠 뒤 있을 100일 파티를 준비한다고 하도 부산스럽게 왔다 갔다 해서 잠을 설쳤다. 파티하면 마냥 기쁠 것만 같았는데 뭔가 싱숭생숭해서 괜히 기분이 다운. 잠도 잘 안오구.. 히잉.


“일하실래요? 육아하실래요?

만약에 둘 중 하나 선택해야 한다면 말이에요.”

그렇게 부스스한 눈으로 오늘도 창가에 파란 하늘 보며 벌렁 누워있는데,

아빠가 보고 있는 너튜브 소리에 귀 쫑긋.

일과 육아. 이게 주제인가 보다.

글쎄. 일하는 게 낫나? 육아하는 게 낫나?

신생아의 귀여운 두뇌로 잠깐 생각해보자면..


일하면 사회생활을 계속할 수 있어 본인 커리어를 계속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거고, 단점은 아이랑 같이 있을 시간이 줄어든다는 거? 아! 애기를 못 보는 게 좋은 점이라고 생각하는 엄빠님은 설마! 안 계시겠죠? 뜨끔한 사람 이리 엉댕이 대세요. 맴맹!!


반대로 육아만 한다면 아이랑 24시간 계속 같이 생활할 수 있고, 직장 생활하면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업무 실적, 인간관계 같은 사회생활 스트레스를 안 받으니까 좋을 것 같고, 단점은 사회생활 못하니까 경력단절, 그리고 당연히 따라오는 체력, 정신적으로 힘든 육아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겠지.


결국 둘 다 쉽지 않다는 결론.

그럼에도 나는 육아를 선택하지 않을까?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그 행복일 테니까.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육아에 한표! 헤헿.



“뭘 그렇게 열심히 봐?”

엄마가 아직 100일 파티 준비하는지 뭘 하는지 이상하게 이방 저 방 왔다 갔다 하다 너튜브를 보는 아빠에게 묻는다.


“응? 이거 육아랑 일 중에 선택할 수 있다면 뭘 할 건지 토론하는 너튜브인데 공감도 많이 가고 해서 계속 보게 되네.”


“아 그래? 궁금하긴하네. 그래서 다들 뭐한데? 일?”

엄마는 결과가 궁금한지 아빠에게 묻는다.


“그냥 반반이지 뭐. 이런 너튜브 뻔하지 뭐."


"여보 생각은 어때? 육아? 일?"

엄마가 아빠에게 묻는다.


"안 그래도 이거 보면서 생각해봤는데. 답은 너무 쉬운 거 아냐?

정답은! 둘 다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면 좋은 거 아닌가? 하하하"

아빠가 우문현답에 명쾌한 답이라도 내린 듯 자랑스럽게 외친다.


'나 옆에서 다 듣고 있거든요!! 이렇게 귀여운 나를 옆에 두고 육아를 선택하지 않다니. 아빠도 엉댕맴매!!'


“에이~뭐야 그게~ 여보 답네. 음.. 나는 육아 선택할 거 같아. 그래도 업무 보느니, 내가 낳은 사랑스러운 내 애기 보는 게 낫지. 직장은.. 으.. 아 벌써 내일 복직이라니 싫다 싫어.”


“그러게. 마냥 길 줄만 알았던 출산휴가 석 달이 순식간에 가버렸네. 내일 가져갈 건 다 준비했고?”

아빠가 조금은 놀리는듯한 말투로 엄마에게 말한다.


“아. 일단 서류랑 회사 돌릴 감사 선물이랑 해서 얼추 다 챙긴 것 같아. 오랜만에 너무 왔다 갔다 했더니 피곤하네 이거. 내일 출근은 잘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어 정말. 축뽁이 낳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돼서 복직할 때가 되다니. 정말 가기 싫다. 으!”


‘응? 복직?’

엄마가 오늘 계속 왔다 갔다 한 게 100일 준비가 아닌 복직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가.

아니면 지난번 엄빠가 월급 얘기하면서 곧 복직할 거라고 얘기하던 기억이 나서 그런가.

가만히 엄빠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나는 기분이 언짢아지는 것 같다.


'그게 내일이라니?!'

단유 할 때처럼 괜히 마음이 울컥하다.


'이제 당장 내일부터 정말 낮 시간 동안 저 철부지 아빠 사람이랑 단 둘이 있어야 하다니.

휴 한숨부터 난다. 손이 너무 많이 가는 사람이란 말이지 힝.'

“진짜 출산휴가 3개월 딱 그 기간은 아기 낳고 몸 어느 정도 회복하는 딱 그 정도 기간인 것 같아. 누가 3개월이라 정한 건지 귀신같네 정말. 산모야 그렇다 쳐도, 아기는 아직 뒤집기도 못하고, 말도 못 하고, 분유 먹고 있는 핏덩이인데 이런 핏덩이를 두고 다시 일하러 가야 하다니.”

“어쩔 수 없지 뭐. 그래도 출산했을 때보단 몸이 한결 나아졌으니 그걸로 다행이라 해야 하나. 바로 복직 안 하면 내 자리 빼버린다고 그렇게 대놓고 말하는 회사인데.. 어쩌나 가야지.. 휴."

엄마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게.. 참 아기 낳고 키우기 힘든 세상이야. 이러니 출산율이 꼴찌지 어휴. 뭐 이거 무서워서 애 낳겠나?”

이어지는 아빠의 불평.


"응? 출산율 꼴찌는 삼신 때문 아녔어? 아빠아빠 나 저 솜뭉치 통해서 삼신 부를 수 있는데! 불러줄까요? 삼신 혼내줄래요? 나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나는 웅얼웅얼 응애 어(語)를 흘려본다.


“응? 축뽁이가 여보 낼부터 없는 거 눈치챘나 본데? 칭얼거리네 요 귀여운 게.”

역시 아빠가 알아들을 리가 없지. 이런 아빠 사람이랑 낮 동안 단 둘이 어떻게 있어.. 장모님이라도 같이 있어주시면 좋을 텐데.. 흥.

“에고..축뽁아. 엄마도 축뽁이랑 낮이고 밤이고 같이 있고 싶은데...”

엄마의 아쉬워하며 말을 잇지 못한다.

엄빠가 자꾸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 내일부턴 엄마를 못 보게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어 나는 더 칭얼거린다.

“그래도 다행이야. 여보가 그래도 휴직 1년이나 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엄마가 아빠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그러게. 다행이긴 다행이야. 요즘 세상에 이런 회사가 있다니 감사하지. 더 얘기했다간 축뽁이 울겠다 여보. 나는 육아의 신이 될 테니, 여보는 돈을 벌어오시오! 하핫. 아! 그리고 유니폼 다려야 되지? 나 갖다 줘 지금 다려버리게!”

아빠가 깜빡 잊어버린 게 있었다는 듯 말한다.


“고마워. 복직 전에도 매번 다려주더니 다시 해주게? 번거로우면 그냥 입어도 되는데 여보.”


“아. 괜찮아! 어릴 때부터 내가 항상 들었던 말이 다려진 옷을 입으면 밖에서 좋은 일이 생긴대. 이렇게 정성스레 다림질하면 비록 땀이 뻘뻘 나고 힘들더라도, 이 옷을 입고 밖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늘 좋은 일만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 다리는 동안 담긴대. 어릴 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내가 그 나이가 되니 똑같이 하게 되더라고. 여보 오랜만에 출근이라 힘들겠지만, 이 서방님이 그런 고귀한 마음을 옷에 가득 담아줄 테니까 힘내기! 다 잘될 거야."

솜뭉치가 다림질하는 아빠 머리 위에서 으쓱한다. 나도 덩달아 으쓱해본다.


‘와. 소름. 저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다니. 저런 멘트는 따로 공부하나 소오름!!’


엄마가 갑자기 누워있는 나를 안아 올려 엄마 품에 꼬옥 안아준다.


“축뽁이 엄마가 그동안 손목이랑 허리랑 아파서 많이 안아주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또 떨어져 있어야 하다니 마음이 너무 아프네.. 엄마가 오늘은 꼬옥 안아서 재워줄게. 사랑해.”

엄마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린다.

비록 잠이 하나도 오지 않았지만, 나를 안고 있는 엄마가 힘들까 봐 얼른 눈을 감고 자는 척을 시작해본다.


나는 아직 어려서 왜 엄마가 회사를 가야 하는지, 왜 복직을 해야 하는지, 그게 왜 이렇게나 슬픈 목소리로 해야 하는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 하지만 이렇게 엄마 품에 안겨 엄마의 심장소리를 듣고 누워있으니 그 말을 하는 엄마의 아픈 마음과 따뜻한 사랑이 여실히 느껴지는 것 같다.


“고생만 하다 가는 우리 엄마. 늘 고마워요. 나도 사랑해요.”

나는 이런 내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눈을 감은채 내 왼손가락으로 엄마의 검지 손가락을 꼭 움켜쥔다.


“비록 저 아빠 사람은 손이 많이 가지만, 어떻게든 낮동안 잘 보살펴볼게요!”

물론 철부지 아빠 사람도 잘 돌보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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