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딩크족 Vs. 신생아 (feat. 삼신)

그 아이에게 그때만큼은 부모는 신의 역할을 하게 된다.

by 빨양c


“엄마, 근데 어제 새벽에 혹시 거실에서 나 부르지 않았어?”


“엥? 얘가 무슨 소리야~ 어제 나 저녁 근무 뛰고 와서 밤새 기절한 듯이 잤다 얘.”


“흐음.. 뭐지 그럼.. 귀신이라도 봤나.. 분명 검은 형체가 보였는데..”


“무슨 소리래~ 그런 말 하지 마 얘! 혼자 있을 때 무섭다고! 사위 왔다 간 거 아냐?”


“아냐. 내가 아까 물어봤는데 안 왔다더라고. 어젯밤에 비도 많이 와서 올 수도 없었을 거고. 아니, 어제 나는 방에서 자고 있는데, 축뽁이 자고 있는 거실에서 검은 형체 같은 게 애기 모유 안주냐고 소리를 지르더라고. 엄청 놀래서 거의 기어 나오다시피 거실로 뛰어나왔잖아. 여기 무릎 멍 보이지? 얼마나 급하게 나갔으면 저 문지방에 무릎을 다 찌었다니까. 난 엄마가 나 부른 줄 알고 수유하고 다시 잤지. 근데 엄마가 아니라고?”


“응. 얘~ 나 어젯밤에 거실 나오지도 않았는데 무섭게 왜 이래! 그만해 얘!”

“응애!!!!!!!!!!!!!!!!!!!!!!!!(나 기저귀 갈아줘!!!!!!!!!!!!!!!!!!뺵!)”

이쯤에서 저 둘의 대화를 끊어줄 필요가 있어서 괜히 소리한 번 질러봤다. 기저귀 갈 때가 된 것도 맞긴 하고.

요즘 들어 기저귀가 젖어있으면 매. 우.! 불쾌한 느낌이라 될 수 있으면 바로바로 소리를 지르는 편이다.

나는 지금 저 둘의 대화의 내막을 알고 있다. 옆에서 솜뭉치도 자기도 안다고 의기양양하는 게 몸을 흔들어댄다. 그래 우리는 알고 있다.


엄마가 어젯밤 본 검은형체가 진짜 있었다? -맞다.

검은 형체가 장모님이다? -땡!

그럼 아빠 사람이 왔다 갔다? -땡!

그것도 아니면 도둑놈?! -땡!

그럼 뭐야? -궁금하지?

그것은 바로!!!

정답!- 삼신!

응. 어젯밤 삼신이 왔다 갔다.

근데 엄마가 그걸 자고 일어났는데도 기억할지는 예상 못했는데, 엄마도 영적으로 기운이 좀 센 건가? 흐음.

사건의 전말이 궁금하실 테니..


“야 솜뭉치. 어제 있었던 일 틀어봐. 너 영상으로 모아놓는 거 다 알아.”

이럴 땐 솜뭉치를 써먹는 게 최고지. 헤헷.

솜뭉치는 귀찮다는 듯 내 주위를 두 바퀴 돌더니 하얀 벽을 향해 스크린을 켜고, 화면을 재생시킨다.


“야야. 일어나! 이 할미가 왔는데 언제까지 잘 거야?”

“우웅? 뭐야.. 솜뭉치? 너 말할 줄 알아..? 음냥..”

잠이 덜 깬 나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솜뭉치를 향해 웅얼거린다.


“야야. 눈뜨고 제대로 봐. 내가 솜뭉치로 보이냐! 삼신님 오셨다! 무려 너 보러!”


“삼신?? 안 사요 저리 가요. 요새 보이스피싱 왜리 많아 참..”

나는 아직도 잠결에 궁시렁 거린다.


“야! 3초 안에 눈 안 뜨면 나 그냥 갈 거야. 3.2...”

삼신이 버럭 소리친다. 나는 눈을 뜨고, 평소와 달리 은은한 보랏빛을 머금은 은색으로 변한 솜뭉치가 보인다.


“응? 어..? 정말 삼신..? 왜 솜뭉치 안에 들어가 있어? 아 솜뭉치 통해서 온 거구나? 완전 오랜만이네? 그동안 왜 한 번도 안 왔어? 이 귀염댕이 축뽁이 안 보고 싶었냐구우..”

“응. 됐거든. 나 요새 엄청 바쁘거든!! 해주신.. 아니 이렇게 말하면 넌 모르지. 음.. 모시는 분 중 한 분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정말. 이래서 윗사람 잘못 만나면 평생 고생하는 거야 정말. 아무튼 그 바쁜 와중에도 너 이제 곧 백일 되잖아? 축하해줄 겸, 뭐 계약서 내용도 한번 확인할 겸 겸사겸사 내려와 봤지.”

“현생 계약서 그거? 나 뭐 잘못한 거 이뜸?? 현생 하기 전에 보고 나선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아! 맞아 잘 왔다 삼신. 이 솜뭉치 좀 내 말 좀 잘 듣게 해 주면 안 돼? 완전 내 말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만 하려고 한다구.. 써먹기 매. 우. 피. 곤!”

나는 불현듯 옛 일들이 떠올라 삼신에게 솜뭉치에 대해 불평해본다.


“그건 내 권한이 아니라. 아까 내가 찾으러 다닌다는 그 윗 분이 너한테 배정한 거라. 아! 아무튼. 그래서 어디 보자..”

솜뭉치 모양의 삼신이 계약서를 뱉어낸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깜짝 놀랐다.


“헉. 솜뭉치가 계약서도 보여줄 수 있는 거였어? 난 내가 다 외우고 있어야 하는지 알았어!! 그때 계약서 보여줄 수 있냐니까 솜뭉치 요게 분명 모른척했는데...!! 어흐!!! 진짜”

“엥? 그래? 이 쉬운 걸 왜 그랬지? 니가 너무 괴롭힌 거 아냐? 크크. 귀여운 것들. 아무튼 어디 한번 볼까..

음.. 너 6항 <부모의 생각을 수호천사를 통해 읽을 수 있다>, 7항 <소원을 1회 요구할 수 있다> 이거 안 쓴 걸로 나오네? 안쓸 거야? 100일 지나면 너 이거 다 날아가는 거는 기억하지? 그리고 저세상 기억도 다 사라지고?”


“아.. 음.. 음.. 그럼!! 다 기억해!!! 내가 누군데.. 그때 한 번 보고 만 팔천 개 넘는 조항 싹 다 외운 신생아가 나라고 흠흠!!”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자연스럽게 답해본다.

“야야 그거야 현생 전이니까 그렇지. 100일 가까워질수록 점점 기억이 희미해지긴 할 거라.. 근데 너 말하는 거 딱 보니 까먹고 있었던 거 같은데 너?”


“흠흠. 아냐. 나 기억은 하는데.. 뭐랄까. 그래! 내 자존심이야! 안 쓰고도 100일을 아주 잘 보낸 신생아가 되는 거지 크!! 대단쓰!”


“별.. 너도 아무튼 참 희한하다. 넌 처음 염라가 데려왔을 때부터 특이하긴 했지만. 아무튼 아직 100일까진 그래도 시간 좀 남았으니까 그 사이라도 쓰고 싶으면 솜뭉치한테 말해서 쓰도록 해. 아깝지 않냐? 이제 너 죽을 때까지 이런 기회 없을 건데. 아. 죽기 직전에 이게 기억나면 쓸 수 있긴 하지만.”


“됐어!! 이제 일주일 정도 남았나? 90일 넘게 잘만 살았는데 이제 와서 뭔 놈에 소원? 필요 없네요! 퉤! 난 위대하고 힙하고 신비로운 신생 아니까. 후후후후. 아! 근데 염라는? 같이 안 왔어?”

나는 문득 염라가 궁금해져 물었다. 100일 끝나가는데 내심 서운하기도 하고.


“아. 염라는 요새 나도 보기 힘들어. 걔도 아까 말했던 그 윗 분 찾으러 온 세계를 다니느라 나보다 더 바쁠걸? 걔가 관리하고 있는 지옥이 요새 난리거든. 근데 그가 없어졌으니 죽을 맛이겠지. 뭐 나도 마찬가지지만.

오늘 굳이 내려온 건 계약 주체로서 계약서 내용 확인 차 한 번은 오게 돼있어서 온거구.

원래 100일 맞춰서 오는데 그때 일이 좀 있을 거라 못 올 거 같아서 미리.. 흠흠. 어쨌든 염라 만나게 되면 안부는 전해주지.”

“흠.. 그래? 그럼 이제 죽을 때 돼서야 염라 볼 수 있는 거겠네? 그건 좀 아쉽다. 아! 그 소원권! 그걸로 당장이라도 염라 소환! 이런 거 하면 강제로 와야 하는 거 아냐?”


“응? 그런 소원 빈 신생아는 지금까지 없었긴 한데.

아마 안될걸? 니 솜뭉치의 권한보다 염라의 권능이 더 높으니까.

염라가 응하지 않으면 소원권만 날리는 거거든. 뭐 궁금하면 해보던가. 궁금하긴 하네.

근데 넌 참 특이하구나 정말.

대부분 인간들은 사는 동안 더 부자로 살게 해 줘. 잘생기고 이쁘게 해 줘. 건강하게 해 줘.

대부분 이런 소원 비는데 말이야. 특이하단 말이지 참.”

목이 없는 은빛의 솜뭉치가 몸을 좌우로 가로젓는다.


“아 근데 삼신. 내가 현생 한 게 과연 잘한 걸까?"

그런 삼신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문득 말을 꺼낸다.


"요즘 0춘기여서 그런가.. 100일이 다가와서 그런가..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한 게 저런 생각이 자꾸 들어.

내가 선택하긴 했지만 저 엄빠 둘 다 나 돌보느라 너무 힘들어하는 게 보이더라구.

나 때문에 건강, 시간, 돈 뭐 이런 거 걱정도 많은 거 같고. 그렇게 다 힘들어하는 거 같아서 괜히.. 그런 생각이 자꾸 드네. 그런 거 때문에 삼신 네가 그렇게 고민하는 출산율도 점점 낮아지는 거 같고. 어떻게 생각해?”

삼신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는지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네가 그런 고차원의 생각도 할 수 있냐는 저 거만한 눈빛. 삼신은 늘 저런 식이다.

“쿨럭. 깜짝이야. 그래도 현생에서의 시간이 헛되진 않은 모양인데? 저세상 있을 때보다 깊게 생각할 줄도 알고? 음.. 글쎄.

네 말이 맞을 수도 있겠지.

어쨌든 너란 존재가 없었다면 저 둘은, 그전에 살던 데로 둘만 행복하게 살면 됐던 거였을 테니. 그리고 저들이라면 그 둘만의 행복을 유지하는데 죽을 때까지 어려움도 없었을 테고.

근데 너 다 잊었나 보구나? 네가 현생 전에 봤던 영상에서 저 둘이 너를 그렇게 어렵게 갖고, 나눴던 이야기는 정말 다 잊었나 봐? 뭐라더라. 되게 오글거리는 말이었는데. 음.”


“결혼이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기적이라면,

아기는 내가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느꼈던 기적이라고.”


“그래, 이거였다. 요즘 솜뭉치 기억 좋은데? 이런 것도 바로바로 찾을 수 있네.

아무튼, 말주변 없는 네 아빠 놈 치고 꽤 어려운 말을 하긴 했지만,

본인이 결혼한 건 선택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너라는 아이를 가진 건 자기가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선택했을 것이라는 의미였지.


아기를 낳을지 말지 고민한다고? 글쎄. 내가 삼신이어서 당연히 이렇게 말하겠지만,

그건 고민이 아냐.

부모가 될 수 있는 그 축복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하! 물론 힘들지만, 아기를 낳고, 기르면서 정말 배우는 게 많고 그러면서 인생이 더 풍요로워진단다.

물론 당연히 힘든 순간도 많을 거야. 하지만, 행복하지. 돌봄을 받는 아이보다, 그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더 행복해진다는 걸 인간들은 모르지.


뭐 이렇게 말하면, 요즘 사람들은 현실을 모르는 옛날 슈퍼 꼰대 삼신할미 답다고 할지도 모르지.

우리 형편에, 우리는 애기 없어도 행복하고, 우리는 우리 부부만 행복한 걸고 됐고, 우리 부부 행복하게 살기도 바쁜데, 아기 키울 시간에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더 큰 행복을 찾는 게 행복 아니냐는.. 뭐 이런 말이 줄줄 나오겠지. 그래. 그 현실적인 얘기들.

근데 말이야.. 역설적이게도 그건 아기를 안 낳아봐서 하는 말이야.

사실 병원에서 아기를 낳은 바로 그 순간에도.. 음.. 요새 뭐라더라? 딩크족? 그래 '아! 딩크족으로 살걸!'이라고 후회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아기를 키우면서, 그래, 분유 먹이고, 잘못해서 분유 토하는 아기를 보고, 그래서 마음 아파하고, 재우려고 하다 안 자서 열받고, 지치고, 화나고, 왜 우는지 모르겠고, 기저귀 갈다 조준사격 당해서 오줌 맛도 좀 보고, 처음 시켜보는 목욕에 잘못해서 물 잔뜩 먹은 아기가 콜록거리고 그래서 미안해하고.


그렇게 아기와 정말 많은 경험을 하는 동안,

부모만 온전히 바라보고 있는 아기의 그 새까만 눈동자와 거기에 비친 본인의 모습을 본 부모라면 아까 네 아빠 놈이 한 저 말에 누구나 공감할 거야.


결혼은 선택할 수 있는 거지만, 아기는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고.

그리고 삼신으로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키우는 그 과정에서 부모는 사실 아기에게 있어서 만큼은 신의 역할을 하게 되는 거야. 분유를 먹이지 않으면, 기저귀를 제때 갈아주지 않으면, 재우지 못하면 그렇게 부모가 아기를 돌보지 않으면 아기는 불편해하고, 아파하다, 어쩌면 죽을 수도 있지. 바꿔 말하면 아기의 생사를 책임지고 있는 게 부모고, 잔인하게 말하면 아기를 죽일지 살릴지 결정할 수도 있다는 거야. 뭐 그렇게까지 하시진 않지만, 인간의 생사를 주관하는 내 윗 분들인 신의 역할을, 그때의 부모는 하게 되는 거야. 그만큼 부모라는 자리는 책임이 크고, 그 책임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내 윗분들은 "부성애, 모성애"라는 걸 마음에 심어주지.

이게 아기가 태어나기만 했다고 생기는 게 절대 아냐. 부모가 직접 아기를 키우는 그 시간 동안 심어졌던 그 마음이 점점 커지는 거라고.


그래. 이해는 해. "부성애, 모성애"만 생각하며 아기를 낳아 기르기에 요즘 이 현생의 삶이 녹록지 않다는 것. 그치만 그 긴 인간의 생사를 주관해온 이 내가 볼 때, 인간사를 거친 모든 인간은 다 자기가 사는 삶이 제일 힘들다고 생각하더라. 그럼에도 이전 삶의 인간들은 그렇게 힘든데도 왜 아이를 낳았을까? 누구의 말처럼 그때는 아이를 키운다는 게 노동력으로 쓸 수 있던 거였어서? 지금 이 현생 시대는 아이를 그런 생산재가 아닌 소비재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 삼신이 듣기엔 참으로 가소로운 이야기지.

그래. 딩크족. 좋다 이거야. 그렇게 둘이, 아니 둘만 즐기고 싶다면 그렇게 살아. 본인들의 선택이니.

하지만 그럼 평생 아기 눈동자에 맺힌 본인의 모습을 보지 못할 거고, 그 기적, 신이 되어볼 수 있는 그 경험을 못하겠지.

그렇게 아무 일도 안 하겠다 생각한다면 정말 아무 일도 안 생겨. 다만 삼신인 나로서는 아쉬울 따름이지.

어쨌든 그 부모란 이들도 내 손으로 이 현생에 내보냈던 아기였으니까. 내가 처음 현생에 보낼 때 인간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특히 그 기적을, 그 기적에서 오는 신의 행복을 꼭 느껴보길 나는 바랬었거든."

여기까지 말을 마친 삼신은 잠깐 말을 멈추고 멍하니 창밖 거리를 거니는 인간들을 내려다본다.

“와. 삼신 말 진짜 많네? 원래 그런 캐릭터였어? 삼신의 본업인 출산 문제라 그런지 엄청 고민 많이 한 게 느껴지네. 오구오구 그래쪄요? 일루와 이 넓은 신생아의 가슴팍으로 위로해줄께!!”

나는 정적이 흐르는 분위기를 바꾸고자 삼신에게 장난스럽게 말을 건넨다.


“아무튼, 뭐 얘기가 길어졌는데, 현생한 게 잘한 거냐는 질문은 참 어리석네.

니 아비 말대로 저들에게 넌 기적이라고. 오죽하면 니 태명이 "축뽁"이겠냐."


“아아아! 됐고. 하- 괜히 질문하나 했다가 잔소리가 아주 끝이 없네!

누가 할미 캐 아니랄까 봐 요즘 나같이 힙한 신생아들한테 그런 잔소리 했다간 무슨 일 나는지 모르지?! 킹 받게! 킹 받는 게 뭔지도 모르지? 에베베베”

나는 내 질문이 민망하기도 하고, 또 언제 볼지 모른다는 아쉬움이 생겨 삼신에게 장난을 걸어본다.

이제 곧 100일이 될 거고, 그럼 죽을 때까지 삼신과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없겠지.

그리고 이런 대화를 나눴던 것도 잊어버리겠지.


“어? 근데 나 삼신이랑 수다 떠니 배고파. 100일 인사 왔다면서 뭐 안 사 왔어? 에잉. 쎈스 없네 정말.

뭐 먹을 거 좀 주고 가. 요즘 엄마가 단유 하려고 분유만 계속 줘서 힘들어요.”


“신생아는 그것만 먹어야 하는 게야 욘석. 배고프면 이 삼신을 찾을 게 아니라, 니 엄마를 불러야지. 흐음. 근데 니 어미는 몸이 안 좋은지 저렇게 잠을 자네.. 어디 오랜만에 손 좀 써볼까?”

그러더니 솜뭉치 모양이 조금 커지나 싶더니 새까매졌다가 엄마가 있는 방으로 나지막이 소리를 지르더라.


“얘 에미야!!! 니 새끼 배고프단다!!! 밥 줘야지?”

삼신의 돌발행동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삼신의 재밌는 능력에 또 한 번 놀랐다.

솜뭉치가 저렇게나 부풀어질 수도 있구나. 그 부풀어진 몸으로 소리를 그렇게 크게 질렀음에도 내 귀엔 엄청 작은 소리로 들렸는데, 엄마는 엄청 큰 소리라도 들을 듯 잠에서 깨더니 헐레벌떡 거실로 뛰어나오더라. 그러더니 단유 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도 잊었는지, 나한테 급 쮸쮸를 주기 시작했다.

“핫. 역시 아직 살아있구만 이 삼신. 봤냐 아가? 다른 사람한텐 안 들리지만 네 에미 귀엔 아주 큰 소리로 꽂는 이 삼신의 능력! 니 엄마가 단유 하려 해서 모유가 잘 안 돌긴 할 텐데, 이번엔 내 능력으로 모유도 펑펑 나오게 손도 좀 써주지. 어차피 네 엄마는 비몽사몽이라 기억 못 할 테니.”


그러더니 삼신이, 아니 정확히는 솜뭉치가 엄마 쮸쮸 옆에서 뭔가 하더라.

그러니까 엄마 쮸쮸에서 모유가 폭포수처럼 와르르륵! 나는 오랜만에 맛보는 엄마의 모유를 입안 가득 담고 들이켰다. 배가 차니 또 잠이 슬슬 올라온다.

“야야. 이렇게 잔다고? 나 가는데 인사라도 해야지? 아무튼 계약서에 100일 전에 못쓴 거 다써! 나 간다! 죽을 때 만나! 아 인사가 좀 그렇네. 아무튼 그래도 사실이니까. 또 보자 축뽁.”


“우웅.. 삼신.. 잘 가..”


나는 잠결에 흐릿해진 눈으로 간신히 말을 이었다.

솜뭉치가 부르르 떨리는가 싶더니 보랏빛 은색이 다시 솜뭉치의 하얀색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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