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왜 BTS노래를 들어도 심장이 뛰지 않지?

by 빨양c

#오늘은 새벽 6시 기상. 주말이라 늘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보고.

#오랜만에 단골 카페에 와서 아인슈페너 콜드부르를 조지고 있음. 물론 나보다 어린듯한 주인은 나를 단골이라 기억 못 하는 듯 하지만.

#아침에 몸무게 재는 걸 까먹음. 68킬로 남짓 되겠지? 63킬로 목표인데 쉽지 않네. 역시나 쉽지 않다는 핑계를 대봄.




왜 BTS노래를 들어도 심장이 뛰지 않지?


육아를 시작하고 돌 무렵이 되기 직전 여름 언젠가

우연히 라디오에서 듣게 된 방탄소년단의 노래, '퍼미션 투 땐쓰'

몸도 마음도 영혼도 갈갈이 지쳐 널브러져 가던 내게 참 힘이 되었던 그때.

지쳐있던 내 심장을 바운스 바운스 하게 만들어 괜히 기분 좋아졌던 그때.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육아에 몸이 힘들 때, 마흔이 가까워져서인지 마음이 힘들 때,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영혼이 깨지는 것 같은 때에는

BTS의 노래를 열심히 찾아들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참 힘이 되었다.

왜 사람들이 BTS의 팬이 되고, 전 세계적으로 그들의 팬덤인 아미가 들썩이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랬는데,

요 근래 새벽에 일어나 호수를 달리기 하면서 BTS의 아이돌이라는 노래를 틀었는데,

당연히 내게 힘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왜인지

힘이 나지 않았다.

그러자 내 머릿속을 스치는 질문 하나.


'왜 BTS노래를 듣는데 심장이 뛰지 않지?'


무려 으르렁 거리는 IDOL인데, 왜지?


모르겠다.


그냥..

육아를 1년 넘게 해서?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아이를 따라가는 내 체력이 부족해서?

아니면, 뭔가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것 같다는 내 머릿속 생각이 나를 짓눌러대서..?


요즘 거실 큰 창을 통해 멀리 내다 보이는 논밭뷰가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다.

낮 시간 동안 거실에 아기와 앉아

혹시나 말을 늦게 하면 성격이 안 좋아진다는 말에 책을 열심히 읽어주고,

물병을 갖고 뛰어다니다 넘어져 볼에 시퍼런 멍이 들어 맴이 찢어지고,

트램펄린에서 팡팡 뛰며 활짝 웃는 아기에게 웃어주다가,

그러다가

문득 창밖 파란 하늘이 쏟아지는 노랗게 물든 논밭뷰에 시선이 닿으면

갑자기 내 마음을 서늘하게 찔러들어오는

허탈함.

공허함.

허무함의 정체는 뭘까.


"헤이클로바. BTS노래 틀어줘."

식탁 위 있는 AI 기계에게 공허함을 없애기 위한 부탁을 해보고,


"지금은 미리 듣기만 가능합니다. 결제 후 전체 듣기가 가능.."

지루한 자본주의만 읊어대는 AI 기계 따위라니.


어쨌든 미리 듣기라도 틀어주는 게 어딘가 싶어

손과 팔로 아기를 품에 가득 안은 채,

눈으로는 가만히 노오란 논밭뷰를 쳐다보고,

귀를 활짝 열어 BTS노래를 내 안에 담아 본다.

그런데

왜 BTS노래를 들어도 내 심장이 뛰지 않는 걸까?


육아에 지쳐서인 걸까.


머릿속 철학자 100명 중 하나가

저 논밭뷰도 노오란 빛을 가득 내뿜으며 한 해의 결실을 자랑하는데,

너는 1년 동안 한 게 뭐가 있냐고 물어오는 것 같다.


머릿속의 다른 철학자가

눈앞에 이렇게 건강하게 아장아장 걷고 있는 아기를 잘 돌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한 해를 살아내고 있다고 항변해 보지만,


왜 BTS노래를 들어도 심장이 뛰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공허함이 주변에 맴돈다.


그런 나를 물끄러미 보던 아기가 내 얼굴을

아니,

정확히는 내 눈을 향해 웃으며 달려든다.

그 웃음앞에 머릿속에서 떠들어대던 철학자들이 입을 다물고 숨을 죽인다.


귀에는 BTS노래가 맴돌고,

아쉽지만 그들의 찰진 랩이 섞인 목소리에도

여전히 내 심장이 뛰지 않는다.

무려 Dynamite를 터뜨려대는,

무려 그 BTS의 노래인데.


왜 BTS노래를 들어도 심장이 뛰지 않는 걸까.


2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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