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새벽 1시 30분.
밀렸던 작업을 하고 오랜만에 시계를 보니
오랜만에 감성포텐 터질법한 새벽 한 시 반이라니.
내 귀에는 제목이 뭔지 굳이 찾아봐서야 할게 된 노래.
그렇게 우연히 와닿은,
가수 아이유의 아이와 나의 바다.
처음 시작하는
"그러나."
세 글자로 제목을 찾아보게 만드는 힘이 느껴지는 노래.
나도 언젠가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첫 단어, 첫 문장 하나로도 누군가에게
"이 책 제목이 뭐지.?"
하고 자문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글.
지금은 마음이 가난한 밤이야.
뭐, 10월이 돼도 변함없이
여러 가지 마음들이 내 안에서 싸우고 다투고 소리쳐대지만.
오늘 내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5천발인지 7천발인지 모를 그 망할 전쟁 이야기.
어린 시절부터 나는 전쟁에 민감했어.
92년도였나?
내가 다섯여섯 살 정도 되었을 언젠가
지금과는 많이 다른 뚱뚱한 브라운관 TV에서 더 뚱뚱해 보이는 북쪽의 김일성이 죽었다는 속보가 화면을 도배했을 때 내가 했던 일이 뭐였는지 알아?
엄마에게 전화 걸기.
지금처럼 핸드폰 같은 게 있을 리 없어서
흔히 돼지 꼬리로 묘사되었던 유선 전화기를 집어 들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김일성 죽었대. 우리나라 통일되는 거지? 그치? 완전 좋다."
했던 너무나 어렸던 그때.
이 나라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나 나는 통일을 바랐던 걸까.
결국 그때의 어린아이가 전화기 너머로 소리쳤던 그 두 글자는 무색하게도
북쪽의 죽은 이를 대신한 아드님이 자연스럽게 나타났고,
이곳 남쪽도 주기적으로 같은 자리를 대신하는 다르다고 하지만 결국 똑같아 보이는 누군가들이 자리를 차지했지.
그것뿐.
상황은 달라진 것 없었어.
그러다 고등학교 때였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6.25. 전쟁이 3년이었나 그렇게 길 시간 동안 진행되었는데
그 시간 동안 어떻게 당시 대통령은 잘도 살아남고,
국회의원인가 대통령인가 선거는 치렀는지 궁금하다는 생각.
내가 생각하는 전쟁은 총알이 날아들고 미사일이 머리 위에서 떨어지고
어? 하늘 위 저거 뭐지? 비행기인가? 미사일인가?
어? 미사일인가 봐?
하는 순간 이미 몸이 갈가리 찢겨 생각이 끊기는 게 전쟁 아닌가 했는데 말야.
누군가는 여전히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대통령 선거도 하고 국회의원 선거도 하고 말야.
정말 이해가 안 됐어.
그런데,
그러나.
그래, 지금 귀에 들리는 가수 아이유의 이 노래의 시작을 알리는 그 세 글자인,
그러나.
그 단어처럼,
지금 이 나이가 되고,
어딨는지 가늠도 안 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을 하고.
또 어젯밤에는 하마스인가 하는 곳에서 오천발, 칠천발인가 하는 미사일을 이스라엘에 쏘고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을 납치해서 데려가고.
그런 하마스를 향해 이스라엘은 무자비한 전쟁을 선포하고.
서방과 미국은 하루 만에 핵항모를 배치하고,
이란과 레바논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지.
독일 프랑스의 이유도 이스라엘과 함께 STAND 한다는 단어를 SNS에 남기고.
하긴 나만 해도,
어젯밤, 그저 축구선수 이강인이 군대 면제되는 금메달을 따서 좋다는 생각으로 잠이 들었으니 말야.
그리고 눈을 뜨니 이스라엘엔 로켓이 날아들고 일반인이 인질로 끌려갔다고.
6.25. 때 어떻게 그들은 평소처럼 그렇게 생활할 수 있었을까 하는 물음이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를 보는 내 눈에 가득 차오른 적이 있었어.
근데 로켓이 날아들던 그 밤에 나는 잘만 자고 있었더라고.
우크라이나의 누군가는 피눈물과 절규를 흘리고 있었을 그 시간,
이스라엘의 소중한 딸이 알 수 없는 나라에 인질로 끌려가고 있었을 그 시간에 말야.
세상은 어릴 적 국사 교과서를 보던 그 아이가 생각한 것보다
정의롭지 않고,
따뜻하지 않고,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밤.
세상은 혼란하고, 나는 멍한 눈으로 새벽 한 시 반을 지키고 있어.
그리고,
김일성이 죽어 기뻐했던 그 아이처럼 여전히,
그래 망할 여전히,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네.
아이유는 지금도 내 귀에 대고 노래를 하고 있을 뿐이야.
마음이 가난한 밤이라고 말야.
그 말이 왜이렇게 날카롭게 내 마음에 와닿는 걸까.
아이와 나의 바다.
다른 가사는 모르겠어. 다만,
그러나.
이 세 글자의 뒤에 이어지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부디 그때의 약간의 정의라도 담겨져 있길 비는,
그런 가난한 밤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