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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양c Dec 07. 2023

프롤로그. 천사를 위한 병원은 없다.



<안녕하세요 청취자 여러분, 민아정의 FM라디오 문을 열었습니다. 아, 방금 안타까운 뉴스 속보가 하나 들어왔네요. 응급실을 찾지 못해 2시간 동안 구급차에서 뺑뺑이를 돌던 어린 소년이 안타깝게도 결국 숨졌다고 합니다. 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없어서 결국 구급차에서...>


-삼신 전문 병원


병원에 앉아있는 천사 <예랑>의 귀에 병원 한편에서 라디오 소리가 들린다. 예랑은 인간계의 라디오 속보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더 마음을 쓸 여유는 없다. 예랑은 자신의 품에 쌕쌕거리며 힘들게 숨을 이어가고 있는 아기 천사 <예꼬>를 내려다본다. 예꼬를 안은 날개에 힘을 준다. 그렇게하면 자신의 날개에서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빛이 새어 나와 예꼬를 편안하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는 듯이. 고개를 든다. 눈앞에 꺼져가는 빛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는 수많은 아픈 천사들이 쪼그려 앉아 자신의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병원 천장을 올려다본다.

<여러분의 찬란한 빛을 회복시켜 드리겠습니다, 삼신 전문 병원 의료진 일동>

화면 위 하얗게 빛나는 글자가 보인다. 그 밑으로 숫자 43이 보인다.

예랑의 순서는 마흔세 번째라는 뜻이다. 한숨이 난다.


'새벽 3시부터 광속으로 날아 오픈런해 줄 섰건만, 아직도 43번이라니. 미치겠네 쯧.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돼? 망할!'

혹시나 소리 내어 말하면 품에 안은 예꼬가 들을까 간신히 화를 속으로 삼킨다. 천사도 화를 내냐고? 당연히 화를 낸다. 천사도 천사니까. 물론 인간계의 인간보단 덜 할 것이고, 지옥의 망할 것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귀여운 화겠지만. 아니, 요즘은 그 반대인가.


천장을 가만 올려다보던 예랑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그 한숨을 따라 머릿속 한 줄이 날카롭게 스친다.


'천사를 위한 병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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