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조종당하는 인간
글쓴이 : 김석재
출판사 : 스노우폭스p
아빠가 어느 날 회사에서 책 한 권을 들고 왔다. 회사 사람의 지인이 쓴 책이라고 했다. 나는 제목을 보자마자 너무 읽고 싶어졌다. 어떻게 하면 충동(SNS, 게임, 음식)을 자제하고 꾸준히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 책이 다가온 것이다. 딱 이런 시기에 나타난 책이 운명 같았다. 꼭 나를 읽으라는 그런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았다.
예전부터 읽었던 뇌 과학 책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을 한다. ‘우리의 뇌가 원래 그렇게 설계되어있습니다.’ 이 책 역시도 똑같이 말한다. “네 탓이 아니야. 뇌 탓이야.”(7p)라고 한다.(아재개그를 하신 거겠지?) 그건이미 나도 알고 있는 내용이어서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른 과학책들과는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철학과 함께 설명하는 것이다.
챕터마다 과학 현상을 이야기하기 전에 다룰 내용(‘충독’, ‘욕망’, ‘의지’, ‘중독’, ‘사랑’, ‘양육')을 철학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이 점이 참 좋았다. 이렇게 보니 철학자들이 더 대단하게 보였다. 그들의 의견이 현대의 과학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 놀라웠다. 그들은 이미 과학적으로 효과적인 해결책을 알고 있었다. 지금은 단지 그들의 이야기가 과학적으로 효과적이라는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는 정도일 뿐이다. 이미 우리는 언제나 정답을 알고 있었다.
나는 원래 감정적인 사람이었지만 ‘우울'에 대해 나름대로 공부를 한 뒤로는 이성적인 것이 더 좋다고 믿게 되었다. 사람이 너무 감정적으로 젖어있기만 한다면 현실로 돌아오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감정적인 것이 삶을 사는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감정이 있어야 이성적 판단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감정 관련 부위가 손상된 사람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몸의 신호' = 감정을 못 느끼기 때문이라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려 할 때 ‘이성적으로 생각하자'면서도, 실제로 우리 뇌는 ‘이게 더 좋을 것 같은데?’라는 몸과 마음의 느낌을 따르고 있었던 셈이죠. 그러니 충동을 다스리려면 이 감정이라는 이정표가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42p
옛날부터 ‘가슴이 뛰는 곳으로 가라'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과학적인 사실이었다. 우리는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가슴이 뛰는 곳을 선택하고 있었다. 몸이 반응하고 뇌가 그것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었다니. 우리는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 지배당하며 살고 있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 계속 일관되게 말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냈을 때 충동을 조절할 수 있고 함께해야 중독을 멈출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옥시토신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분비되며, 그때마다 우리를 더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만들어줍니다. 친구와의 대화, 가족과의 포옹, 심지어 반려동물과의 눈 맞춤 같은 작은 행동들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충동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되지요. 결국 인간은 자기 의지만으로 충동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뇌를 조절하며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40p
진짜 소중한 관계는 미루지 말고 관리해야 합니다. 뇌는 연결의 안정감에서 가장 잘 회복됩니다. 105p
당신의 에너지는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쓰입니다. 105p
나는 항상 회피해 가며 살았다. 그래서 SNS와 게임으로 하루를 통째로 날려버린 날들이 많다. 이 게임판이 끝나면 현실로 돌아가는 것이 싫어서 ‘시작’ 버튼을 계속해서 누르다 보니 나중에는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하여 끝나지 않는 굴레에 갇히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스스로를 자책했다. 하지만 나는 현실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싫었고 그렇게 또 게임 앱을 누르고 있었다. 게임을 하는 순간만큼은 그 세계에 빠져들어 내가 살고 있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문제는 내가 이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회피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회피를 할수록 문제는 더 깊어진다는 것도 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책은 분명하게 말해준다.
결국 자기 관리의 핵심은 불편한 감정을 마주할 용기에서 시작됩니다. 90p
불편한 감정을 마주하고 인정해야만 한다. 아는데 참 쉽지 않다.
이 책에서 제일 중요하게 말하는 것은 ‘나'를 인지하는 것이다. 지금 내 감정이 어떤지, 정말로 지금 내가 위험한지, 내가 정말 이 제품을 원하는지. 충동적인 행동을 하기 전에 나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우울할 땐 뇌과학'과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책을 읽으면서도 제일 크게 깨달았던 것이 ‘지금의 감정 인지하기’였다. ‘내가 지금 우울하구나.’를 인지하는 순간부터 우울의 수치는 떨어진다는 것인데 충동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울함이 찾아올 때마다 감정을 인지하려고 수도 없이 시도했지만 실패한 적이 많다. 우울이 지나고 나서야 그 감정이 우울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 지금은 우울이 오면 금방 알아차려서 반나절을 지나지 않는다.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내 상태를 인지하게 되기까지 수많은 연습을 해야 했었다. 아마 충동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내가 SNS와 게임을 안 하게 되려면 나를 인지하는 연습을 수백 번, 수천번 해야 할 것이다. 조금 희망적인 것은 우울의 경험을 통해서 이것이 정말 통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안다. 앞으로 SNS를 들어가는 실패를, 게임의 ‘시작'을 누르는 실패를 수도 없이 많이 할 것이다. 내가 포기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나를 스스로를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이 책은 내가 여태껏 읽었던 일반적인 과학책과는 다르다. 과학책인 동시에 삶에 대해 알려주는 철학책이며 자기 계발서이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로 이루어져 있어서 더 좋다.) 우리가 이런 것은 뇌 때문이라며 위로와 공감을 해주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래서 과학책이 좋다. 위로와 공감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방법을 알려주니까. 이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이제 나의 책임이다.
SNS와 게임의 노예가 되었을 때 나타나주어서 고맙다. 삶을 잘 살아보라는 하늘의 계시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