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독후감 04화

모순

by 노수연

책 : 모순

작가 : 양귀자

출판사 : 쓰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너도 나도 모순이 인생책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아서 궁금했다.(사실 팬인 찰스엔터의 영향이 컸다.) 책에는 문외한이었던 나는 작가님이 유명한 지도, 이 책이 오래전에 출판된 것인지도 모르고 읽었다.


내가 생각한 책에서의 제일 큰 모순은 이모의 죽음이다.

나는 한때 불안함과 우울함과 자격지심을 가지고 꿈이 없다는 이유로, 태어난 것이 더 손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내가 불행한 삶을 살아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책 속 ‘이모'의 존재와 가까웠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모의 죽음은 말도 안 된다. 쌍둥이인 안진진의 어머니와 비교했을 때 이모는 그에 비하면 말도 안 되게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 하지만 나는 이모의 죽음을 너무나도 이해한다. 이렇게 충분하게 사랑받는 내가, 돈에도 부족함이 없었던 내가 죽음을 생각했다면 안진진의 이모도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내 딴에는 많은 힘듦과 고통이 있었지만 안진진의 어머니만큼의 큰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안진진의 어머니가 안 좋은 상황을 통해서 활력을 얻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내가 안진진의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또한 모순일까

베르나르 베르베르 ‘심판’ 결말 스포주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심판' 결말 스포주의

예전에 듣는 오디오 북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심판'이라는 책을 들었다. 결말은 천국의 판사였던 사람이 불행을 안고 태어나는 것으로 끝난다.(스스로 결정함) 그때 알았다. 불행이 정말 불행인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 불행한 사람일수록, 가난한 사람일수록 가질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그 안 좋은 환경이 더 멋있는, 좋은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 혼자 알바도 하지 못한다. 그냥 무섭다는 이유로 그런 것일까? 아니다. 그냥 나는 돈이 부족한지 모르는 것이다. 부족하다고 말하면 바로 돈을 보내주실 부모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지금까지 부족함 없이 살아왔지만 그 때문에 돈을 관리하는 능력, 돈을 벌기 위해 사회로 뛰어드는 용기를 가지기 힘들어졌다. 어쩌면 부족함이 없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김장우? 나영규?

안진진이 나영규를 선택했을 때 놀랬다. 이모의 죽음을 통해 당연히 김장우를 선택할 줄 알았다. 누가 봐도 안진진은 나영규보다 김장우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안진진이었다면 김장우를 선택했을 것 같다. 나는 돈보다 진정한 사랑이, 낭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나는 확고하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나영규 같은 사람은 만나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혼자 살고 말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모순인 것은 나는 안진진처럼 가난해본 적이 없다. 돈이 없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가늠이 되지 않기 때문에 김장우를 선택한 것인가. 그저 내 입장에서는 돈보다 사랑과 낭만이 더 커 보이고 좋아 보이는 것이 아닐까?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때문에 환상을 가진 것은 아닐까. 또 한 번 여기서 나는 이모와 닮았다고 느낀다. 이모도 그 고통을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고통이 크다고 느낀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모와 나는 어리석은 것이 아닐까.


나는 처음에는 바로 김장우를 선택했지만 다 읽고 나서 한참을 고민하게 만든다. 내가 안진진이라면 누구를 선택했을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나영규를 선택한 이유가 납득이 된다. 김장우가 본능적으로 끌려서 만난다 한들 돈이 없는 삶의 고통을 알기 때문에 지긋지긋한 그 고통에서 해방된 삶을 살아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안진진은 가난의 고통보다 심심함의 고통을 선택한 것이다. 이모부와 비슷한 나영규의 심심함을 택했다. 안진진은 이모의 사례를 보았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영규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지금 안진진은 이모의 삶을 경험하고 있을까? 행복하다고만 느낄까? 아니면 이모처럼 심심하다고 느끼며 선택을 후회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최고의 문장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보였던 이모의 삶이 스스로에겐 한없는 불행이었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에게 불행하게 비쳤던 어머니의 삶이 이모에게는 행복이었다면, 남은 것은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택할 것인지 그것을 결정하는 문제뿐이었다.” 295p


모순에서 나에게 최고의 문장이었다. 이 문장을 읽고 정말 벙쩌있던 내가 기억난다. 모두에게는 불행과 행복 있고 그저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선택하는 문제뿐이라는 것이 정말 마음속 깊이 새겨졌다. 그래서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이 겪는 불행에 대해서 함부로 논할 수 없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그들이 선택한 불행과 행복은 천차만별이다. 그들이 선택한 불행을 존중해주어야만 한다. 나는 절대 그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다. 내가 감히 그들의 불행을 저울질할 수 없다.


이 책을 읽고 모순이 아닌 것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나는 모순을 크게 인식하지 못했는데 책을 읽고 나서 모든 것이 모순이 되어버렸다. 이 세상에 모순이 아닌 것이 무엇이 있을까. 원래도 복잡하다고 느껴졌던 세상이 한층 더 복잡해지는 것 같다.


+ 현재재까지 내가 읽었던 소설 중 1등이 되었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인생 책으로 꼽는지도 알겠다.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소설이 참 좋다. 나도 이런 소설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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