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천년의 사랑
작가 : 양귀자
출판사 : 쓰다
‘모순’,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 나에게 제일 잘 읽히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책 내용이 가볍지도 않고 나를 한참 동안이나 사유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이런 책이 마음에 든다. 나를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들고 깨우치게 만드는 책. 나는 자기 계발서만 나를 고양시킬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이런 소설들을 통해 나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양귀자 작가님의 책을 고민하다가 저번에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의 독후감 댓글에 천년의 사랑도 재밌게 읽었다는 독자분이 떠올랐고 바로 구매하게 되었다. 책이 두꺼워서 먼저 읽기를 미루다가 겨울이 오고 첫눈이 오는 날 읽기 시작했다. 내 인생 책이 될 운명이었을까. 읽고 얼마 되지 않아 첫눈을 묘사하는 장면이 나왔고 소설에 더욱 빠져들었다.
이 책은 내 인생책이 되었다. 사랑도 제대로 해본 적도 없으면서 사랑이야기가 인생책이라니. 누군가는 비웃을 수도 있겠다. 내가 이 책을 사랑하는 이유는 단순히 이야기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이 책은 인생을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알려준다. 나는 성하상을 작가로, 오인희를 독자로 해석했다. 작가는 성하상을 통해서 깨달은 진리를 말한다. 그리고 세상에 상처받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오인희와 우리는 그를 통해서 위로받고 사랑받는다. 내가 읽으면서 되새긴 부분들을 정리해 보았다. (원래 ‘운명'에 대해서도 썼지만 독후감에 있기에는 아까워서 나의 대답에서 더 자세하게 정리했다.)
말은 그대로 전해지기가 힘들다. 인간의 기억이 정확하지도 않고 말을 전할 때는 자신의 생각이나 과장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나를 글과 말로 정의한다면 왜곡 없이 표현할 수 있을까? 절대적으로 힘들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설명한다면 좋은 쪽으로 쓸 것이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글을 쓴다면 안 좋은 쪽으로 쓰게 될 것이다. 마치 역사처럼 말이다. 무엇이든 말을 한다면 그것을 읽고 듣는 사람들은 딱 말한 만큼만 믿게 되고 상상하게 된다. 나는 이 ‘말’이 결코 좋은 소통수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말은 그대로를 전달하기에는 너무 허술하다. 그래서 말을 할 때는 더욱 조심하고 쉽게 믿으면 안 된다. 언젠가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들까지도 표현하고 느낄 수 있는 세상이 올까? 성하상은 이런 말의 단점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오인희를 글로 적어나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이다.
그녀를 왜곡해 버리면 쓰지 않으니만 못하다고 나는 근심하기도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말해버리고 나면 말해버린 만큼만 남고 그림자의 질감은 사라지는 법이다. 진실은 어쩌면 말해지지 않은 그 그림자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14p
인간에 대한 오해는 늘 이렇게 비롯된다. 한 인간이 보여준 몇 가지 언행을 확대 해석하고 마음 떨림을 보태는 이 작업은 결국 인간에 대한 불신으로 파국을 맞는다. 잘못은 전적으로 오해한 사람에게 있다. 조심할 것. 사람을 믿는 일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할 것. 74p
스스로 알아지리라. 스스로 깨닫지 않는 이치는 헛것이다. 158p
나누어주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에게 넘치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내 말을 이젠 아시겠지요. 그래서 먼저 ‘광안'을 설명하는 긴 편지를 부친 것입니다. 광안을 떠서 자신의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받을 줄 아는 사람이어야 수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286p
전달받아서 노트에 그렇게 하듯 마음에 적어놓기만 하는 정신의 진리들은 무용합니다. 깨우침이 있어야 그것들이 물에 스미듯이 마음에 스며들어 정신을 진화시킵니다. 그러나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물려주고 물려받는 교육에 길들여져 왔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나 도모하는 자는 낙오되기 일쑤였습니다. 낙오되지 않으려면 더욱 기성의 지식체계를 숭상해야 하는 풍토에서 자라고 어른이 된 것입니다. 우리는 점점 굳어졌고, 정신을 해방시키는 작업은 엄청난 괴력의 절단기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338p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반드시 유념해라. 시간이란 게 제 일을 마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리는 법, 한없는 기다림은 미덕이 아니고 자칫 악덕이 되니 늘 그것을 살펴라. 399p
이 책은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누군가에게는 알고 있는 식상한 말들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일지라도 이야기를 통해서 더욱 와닿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앞으로 깨우침을 강요하지 않고 남을 통해서 쉽게 얻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의 시선에 사로잡히지 않으며 새로운 것들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것이다. 또한 친절하고 다정하기 위해, 나누어주기 위해 계속해서 체력을 기를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을 병원에 입원했을 때 영안실을 보며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마 그때 작가가 느낀 것들이 아닐까. 나는 이 인생의 진리들을 항상 지니고 다닐 것이다. 이런 부분 때문에 이 책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저 사랑이야기가 아닌 인생의 이야기이다.
위에서 나는 성하상은 작가이고 오인희는 독자로 해석한다고 했다. 성하상은 우리에게 인생의 진리에 대해서 알려주기도 하고 따뜻한 위로도 해준다. 사회에서 상처받은 수많은 오인희들에게 필요한 말들이다.
사랑하는 당신, 당신에게 내가 특출한 도인의 생애를 답습하기를 요망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원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평이하게 살면서도 아름다운 향기를 풍길 수 있는 그런 삶, 나는 당신에게 그 삶을 함께 도모하자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338p
이 문장은 작가가 세상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우리 함께 이런 삶을 살자고 차분하게 말하고 있다. 가끔 소설을 읽으면 이 한 문장 때문에 책을 샀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결국 이 한 문장을 말하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온 것이다.
하루에 단 한 번이라도 나를 떠올려 주십시오. 먼 곳 어디에서 당신을 목숨처럼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단 한 번만 마음에 새겨주십시오. 340p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기를,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기를’ 이 문장을 읽고 내가 책에 적은 말이다. 마음이 힘든 사람들에게 성하상 같은 사람들이 곁에 있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듣는데 어떻게 죽음을 생각할 수가 있을까.
이 글들을 통해서 왜 ‘천년의 사랑'이 내 인생책이 되었는가에 대한 설명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오인희처럼 끝까지 세상과 싸우는 사람이 되기를, 그리고 성하상처럼 우주의 진리를 깨닫고 진정한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