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베아
작가 : 이희영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나는 책을 항상 오프라인 서점에서 3권 정도를 산다. 사실 온라인에서 사는 것이 싸기도 하고 2권은 읽고 싶은 책을 정해두고 가기 때문에 이상하게 보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장에서 제목, 표지, 목차만 보고 책을 고르는 재미가 있다. 바로 이 책이 그렇게 선택되었다. 표지가 굉장히 화려하고 다채로웠으며 예뻤다. 반짝반짝거리기까지 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신화'이야기였다. 오래된 신화가 아닌, 최근에 쓰여진 신화 이야기라. 정말 궁금했다. 재미없을까봐 걱정되기는 했지만 표지 때문에 살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책보다 예쁜 책표지를 본적이 없다.
이 책에서는 계속해서 ‘과정'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타이는 피프족을 만날 수는 있을지, 케이브 너머의 사라아라는 땅이 있을지, 가더라도 협력을 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하지만 베아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다고 한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가서 최선을 다해서 해결하겠다고 말하는 베아는 망설이지 않는다.
여기서 나는 나에게 타이와 베아의 모습을 보았다. 진로를 끊임없이 고민하던 나 같다. 최근 1년동안 악기를 그만두겠다고 생각한 후에 굉장한 방황을 했다. 더이상 실패하기 싫었다.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어중이 떠중이로 사람들에게 비추어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마치 타이 같았다. 결과를 두려워 하면서 생각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오기 일쑤였다. 그래서 안정적인 교육쪽으로도 생각했지만 내가 진정 원하는 길이 아니었다. 그래서 시작을 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순간 마음이 단단해졌고 결과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려고 마음을 먹었다. 실패해도 된다는 용기를 얻었고 결과가 어찌 되었든 시도(도전)가 중요하다는 것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패를 하더라도 그 안에서 배우는 것이 꼭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 편집자, 작가의 길을 선택했다. 나는 드디어 베아가 된 것이다. 그래서 타이가 안타깝기도 하고 베아가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베아 처럼 된 내가 조금은 멋있기도 하다.)
“이기고 지는 건 찰나야. 어린 매가 첫 사냥에 성공한다고 해서 모든 사냥에 성공할 거라는 보장은 없어. 그 반대도 마찬가지야. 성공과 실패는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느냐가 더 중요해. 모든 것을 경험이라 생각하며 쌓아 가는 게 진짜 실력이지.” 35p
그런데 내가 사라아를 못 찾는다고 해도, 피프족의 왕을 만나지 못한다 해도 이제 더는 두렵지 않아. 그 과정에서 배운 게 많거든. 때론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얻는 게 있어 178p
세상 모든 결정이 다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아.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모든 시도가 다 의미 없는 것도 아니야. 나는 이 여행에서 그걸 배웠어. 내가 케이브에 오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사실이야.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어. 이 모든 건 내가 스스로 터득한 거니까. 221p
이것이 베아가 쿤의 후계자로 뽑힌 이유다. 사람은 너무 자신만만해서도 안된다. 내가 나약한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고치고 보완하려 끝없이 노력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부르인은 베아에게서 두려움을 보았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았을 것이다. 즉 성장할 줄 아는 사람을 선택한 것이다. 우리는 성장하기 위해서 태도가 준비 되어있어야 한다. 베아가 이런 태도를 가지게 된 것이 선천적인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후천적으로 갖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최근에서야 나의 나약함을 알아볼 준비가 되었고 그것을 인정하고 고칠거라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드디어 나도 쿤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나약함을 아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것이 필요한지 부지런히 찾는 법이다. 226p
강함은 물리적인 힘이나 과한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다. 선대의 쿤이 부르인에게 가르쳐 준 건 바로 지혜였다. 그녀는 그 두려움을 어린 베아의 눈에서도 읽었다. 베아는 분명 자신의 나약함을 아는 아이였다. 그 약점을 넘어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될 거라 믿었다. 226p
이 책을 통해서 한 번 더 마음 속에 새기게 된 사실이 있다. ‘오직 나를 위해서.’ 나아갈 것이다. 이는 이기적인 행동들을 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내 세계를 넓히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말이다. 나를 위해서 가만히있지 않고 계속 걸어가겠다는 뜻이다. 내면의 세계,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것이 이렇게나 중요하다면 이것이 인간이 사는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나는 지금 그렇다. 내면의 세계를 넓히기 위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이것들이 내 삶의 이유다. 이 내용은 따로 더 정리를 해보아야겠다.
나는 오히려 지금부터라고 생각해. 사라아를 찾고 피프족의 새왕을 만나려는 건 어머니도 비스족도 아닌, 내가 나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 주기 위해서니까. 179p
“케이브는 죽음의 숲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어. 경험하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던 사실이야. 그러니까 더더욱 찾아가겠다는 거야. 짐작만으로는 진실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으니까. 내가 직접 그들의 새 왕을 찾아서 만나 보겠다고.”
“대체 무엇을 위해?”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야. 그냥 내가 보고 싶을 뿐이야.” 179p
내가 멍청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다 읽고 나서도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쓴 내용인지 몰랐다.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야 베아가 곰(베어)이고 타이가 호랑이(타이거)라는 것을 알았다. 이름을 참 잘 지으신 것 같다. 그리고 죽음의 숲이 케이브(동굴)인 것 까지 완벽하다. 나는 여기서 작가님이 상상하신 케이브 숲의 모습이 궁금하다. 이 책 표지 처럼 상상하셨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책 표지가 아름다워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 표지는 다름아닌 죽음의 숲 케이브였다. 모든 신화에서 깊은 동굴, 지하, 긴 터널들을 말하는데 내가 상상하는 깊은 내면은 이 책 표지처럼 아름답다. 나는 내면의 동굴이 무작정 컴컴한 것이 아니라 분명 다채롭고 아름다운 곳 일거라고 생각한다. 두려움 때문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혹여 이 모든 불행이 새로운 세상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내려진 여신들의 벌이자 저주라면, 절대 멈추지 않고 더 강하고 맹렬하게 그 벽에 온몸을 던질 거다. 228p
나는 한 번 여신들의 벌과 저주를 받았고 멈췄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베아처럼 더 강하고 맹렬하게 그 벽에 온몸을 던질 것이다. 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난 이미 살기에 풍족한 조건들을 가지고 있다. 나에게는 늘 내 편인 부모님도, 친구도 있다. 두려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 책이 단순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최근에 들은 ‘신화와 철학'이라는 수업 때문인 것 같다. 그 수업에서 배웠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내용들이 그대로 책 속에 박혀있다. 내 마음을 단단하게 해 준 수업과 이 책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