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그녀, 내남편(8)

윌리엄 : 추억

by 빌리박


윌리엄 : 추억


케임브리지의 늦여름은 뉴저지보다 습했고, 로렌스빌의 기숙사보다 MIT의 그것은 확연히 좁았다. 나는 트렁크를 끌고 복도를 걸으며 방 번호를 확인했다. 307호. 여기였다.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아래층 침대에서 자고 있는 동양인이었다.


나는 잠시 멈춰서 상황을 분석했다. 룸메이트가 먼저 도착해서 아래층 침대를 선점한 것이다.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누구나 아래층을 원한다. 특히 나처럼 위층에서는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트렁크를 내려놓는 소리에 그가 눈을 떴다. 검은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있었고, 얼굴에는 베개 자국이 선명했다. 그는 나를 올려다보며 영어로 말했다.


"안녕. 너 윌리엄?"


발음이 정확했다. 유학생 특유의 억양이 있었지만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맞아. 넌 현철?"


"응."


그는 일어나 앉으며 하품을 했다. 시차 적응 중인 것 같았다. 한국에서 왔다면 지금쯤 밤일 테니까.


"비행기 타고 왔어?"


"어제. 열네 시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둘러보았다. 이층 침대, 책상 두 개, 옷장 두 개. 로렌스빌 기숙사의 절반 크기도 안 됐다. 아버지가 이 방을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아마 아무 말도 안 했을 것이다. 그분은 늘 그랬으니까.


"저기."


현철이 말했다.


"응?"


"침대. 내가 먼저 와서 아래층 썼는데, 바꿔야 해?"


직접적인 질문이었다. 나는 그의 표정을 읽었다. 진심으로 묻는 것 같았다. 양보할 의향이 있다는 뜻인지, 아니면 예의상 묻는 것인지 판단이 필요했다.


"아니, 먼저 온 사람이 고르는 게 맞지."


나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다른 계산을 하고 있었다. 나는 위층 침대에서 잠을 잘 수 없었다. 로렌스빌 1학년 때 시도해봤지만 매번 새벽에 깨서 바닥에서 자야 했다. 높은 곳에서 자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그랬다.


"근데 하나 제안해도 돼?"


"뭔데?"


"동전 던지기. 공평하잖아."


현철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잠깐 좁아졌다. 뭔가를 읽고 있는 눈이었다.


"동전 던지기?"


"응. 앞면 나오면 내가 아래층, 뒷면 나오면 네가 아래층."


나는 주머니에서 쿼터를 꺼냈다. 로렌스빌에서 배운 기술이 있었다. 동전을 던질 때 엄지손가락의 각도를 조절하면 원하는 면이 나올 확률을 70%까지 올릴 수 있었다. 물론 연습이 필요했지만, 나는 2학년 내내 연습했다.


현철이 동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좋아."


나는 동전을 던지려고 엄지를 세웠다.


"근데."


그가 말을 이었다.


"네가 던지면 내가 앞뒤 고를게."


손이 멈췄다.


나는 현철을 다시 보았다. 그는 웃고 있었다. 하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아니, 웃고 있었다. 눈도 웃고 있었는데, 그 웃음이 나를 완전히 읽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뭐?"


"동전 던지기 기술. 배웠어? 아니면 원래 알았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계산이 필요했다.


"난 카이스트 영재원 출신이야."


현철이 말했다.


"거기서 확률 게임 많이 했거든. 동전 던지기로 속이려면 던지는 사람이 결과도 골라야 해. 기본이야."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나는 웃었다.


진짜로 웃은 것이었다. 로렌스빌에서 4년 동안 이 기술에 걸려든 사람이 한 명도 없었는데, MIT에 도착한 첫날 룸메이트에게 간파당하다니. 이건 예상 밖이었다.


"네가 이겼어."


나는 동전을 주머니에 넣었다.


"아래층 침대 네 거야."


현철이 고개를 갸웃했다.


"진짜? 그냥 줘?"


"당연하지. 난 정정당당하게 지는 건 인정해."


그건 사실이었다. 아버지에게 배운 것 중 하나였다. 상대가 나보다 똑똑하면 인정하라. 그리고 그 사람을 적으로 만들지 말라.


"대신 하나만 물어봐도 돼?"


"응."


"넌 왜 MIT 왔어? 카이스트면 한국 최고 아니야?"


현철이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여기 교수 중에 한 명이 있어. 텔로미어 연구하는 사람. 그 사람 밑에서 배우고 싶어서."


"텔로미어?"


"염색체 끝부분. 노화랑 관련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명과학은 내 분야가 아니었지만, 목표가 명확한 사람은 알아볼 수 있었다.


"난 경제학이야. 월스트리트 갈 거거든."


"돈 벌려고?"


"응. 많이."


현철이 웃었다. 이번엔 눈도 함께.


"솔직하네."


"너도 솔직하잖아. 노화 연구면 결국 오래 살겠다는 거 아니야?"


"틀린 말은 아니지."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웃었다.


---


우리는 금방 친해졌다.


함께 도서관에서 밤을 새웠고, 주말이면 케임브리지의 싸구려 바에서 맥주를 마셨다. 현철은 술이 약했다. 두 잔만 마시면 얼굴이 빨개졌고, 세 잔이면 한국어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게 재미있어서 일부러 한 잔씩 더 시켰다.


첫 번째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을 때, 현철은 기숙사에 남을 계획이었다. 한국까지 왕복 비행기 값이 부담된다고 했다. 나는 그를 뉴욕으로 데려갔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분은 늘 그랬으니까. 어머니는 현철에게 칠면조를 세 번이나 더 권했다.


"네 어머니 요리 잘하시네."


돌아오는 기차에서 현철이 말했다.


"응. 그게 유일한 장점이야."


나도 아직 그 집에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말하지 않았다.


2학년이 되고, 3학년이 되었다. 현철은 생명과학부에서 이미 유명해졌고, 나는 경제학과 수석을 놓친 적이 없었다. 우리는 여전히 같은 방을 썼다. 아래층 침대는 여전히 현철 것이었다.


어느 날 저녁, 현철이 기숙사 문을 열고 들어왔다. 표정이 이상했다. 얼굴이 빨갛고 눈이 초점을 잃은 것처럼 보였는데, 술을 마신 것 같지는 않았다.


"윌리엄."


"왜?"


"나 오늘 정말 예쁜 여자를 만났어."


나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래?"


"결혼하고 싶어."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현철은 진지했다. 농담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녀도 하겠다고 했어?"


"아니."


"그럼?"


"말도 못 붙였어."


카이스트 영재원 출신, MIT 생명과학부의 천재, 동전 던지기 속임수를 첫눈에 간파한 남자가 여자한테 말도 못 붙였다.


"어디서 봤는데?"


"도서관.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내일 같이 가볼까?"


현철의 눈이 반짝였다.


"진짜?"


"응. 네가 불쌍해서."


다음 날, 우리는 도서관에 갔다. 현철이 3층 열람실 구석을 가리켰다.


"저기."


창가 자리에 여자가 앉아 있었다. 오후 햇살이 그녀의 옆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흘러내렸고, 책에 집중한 얼굴은 진지했다.


나는 그녀를 보았다.


시간이 멈추지 않았고 번개가 치지도 않았다. 다만 그녀에게서 눈을 떼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나중에 알았다.


"예쁘지?"


현철이 물었다.


"응."


나는 그렇게만 대답했다.


그녀의 이름은 강수아. 현철과 같은 한국에서 온 심리학과 학생이었다.


현철은 매일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갔다. 그녀의 자리 옆에 미리 가서 자리를 맡아두었다. 책을 빌려주고, 함께 점심을 먹고, 한국어로 농담을 했다. 그들이 웃을 때마다 나는 멀리서 지켜보았다.


밤이면 아래층 침대에서 들려오는 숨소리를 들으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잠이 오지 않았다. 위층 침대라서가 아니었다.


그러다 한국어를 배우기로 했다.


현철은 자신이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나는 거절했다. 한국인에게 직접 배워야 발음이 정확해진다고 우겼다. 현철은 자기도 한국인이라고 했지만, 나는 여자에게 배우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논리가 아니라 구실이었다. 하지만 현철은 받아들였다.


"수아한테 부탁해볼까?"


내가 먼저 제안했다.


"괜찮을까?"


"내가 너희 둘 사이 잘 연결해줄게. 걱정 마."


나는 그들 사이를 연결할 생각이 없었다.


수아는 예뻤고, 친절했다. 매주 두 번, 도서관 카페에서 한국어를 가르쳐주었다. 그녀가 내 발음을 고쳐줄 때면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고, 나는 숨을 참았다.


"윌리엄, 발음 많이 좋아졌어."


그녀가 웃을 때마다 다음 수업이 기다려졌다.


내 한국어 실력이 늘어가는 만큼, 우리의 관계도 깊어졌다.


---


어느 날, 수아가 내 노트를 보며 웃었다.


"윌리엄, 이거 뭐야?"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내가 쓴 한글이 있었다. '사랑해'라고 쓰려다가 지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연습이야."


"무슨 연습?"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라고 해서."


나는 한국 드라마를 본 적이 없었다.


"발음해볼까?"


수아가 말했다.


"사랑해."


내가 따라했다. 그녀를 바라보면서.


"잘했어."


수아가 웃었다. 그녀는 내가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는 걸 몰랐다. 아니, 알았을지도 모른다. 심리학과 학생이었으니까.


---


4학년 봄, 현철이 나에게 말했다.


"이번 주 토요일에 수아한테 고백하려고."


나는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그래?"


"응. 도와줘."


"뭘?"


"레스토랑 예약. 네가 잘 알잖아."


나는 잠시 생각했다. 거절하면 의심받는다.


"알았어. 좋은 데로 잡아줄게."


그날 밤, 나는 보스턴에서 가장 형편없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음식은 짜고, 서비스는 느리고, 분위기는 최악인 곳이었다. 현철은 내가 추천한 곳이라면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토요일이 왔다.


나는 기숙사에서 기다렸다. 밤 열 시가 넘어서 현철이 돌아왔다. 표정이 어두웠다.


"어땠어?"


"몰라."


현철이 침대에 누웠다.


"음식이 별로였어. 수아가 불편해 보였어."


"그래서?"


"고백 못 했어. 분위기가 아니었어."


나는 책을 읽는 척했다.


"다음에 다시 해봐."


"응."


---


며칠 후, 수아가 나에게 물었다.


"그 레스토랑, 네가 추천한 거야?"


우리는 도서관 카페에 앉아 있었다. 한국어 수업 시간이었다.


"현철이 말했어?"


"응. 윌리엄이 추천해줬다고."


나는 커피를 마셨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내가 잘못 알았나 봐. 예전에 좋았는데."


"괜찮아."


수아가 웃었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그녀의 눈이 나를 읽고 있었다.


"윌리엄."


"응?"


"넌 현철이 나 좋아하는 거 알아?"


표정은 바꾸지 않았다. 로렌스빌에서 배운 기술이었다.


"알지."


"그럼 왜 그런 레스토랑을 추천한 거야?"


침묵이 흘렀다.


수아는 똑똑했다. 심리학과 학생답게 사람을 읽는 능력이 있었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일부러 그랬다는 것을.


"대답 안 해도 돼."


수아가 말했다.


"이미 알아."


그녀가 일어섰다. 가방을 챙기며 말했다.


"다음 주 수업은 취소야.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그녀가 떠났다. 나는 혼자 남아 식은 커피를 마셨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


일주일이 지났다.


현철은 여전히 도서관에서 수아의 자리를 맡았지만, 수아는 나타나지 않았다. 현철은 초조해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토요일 밤, 전화가 울렸다.


"윌리엄?"


수아의 목소리였다.


"나야. 지금 나올 수 있어?"


"어디?"


"찰스 강. 다리 앞에서 기다릴게."


나는 외투를 집어 들었다. 현철이 물었다.


"어디 가?"


"잠깐 산책."


찰스 강변에 수아가 서 있었다. 4월의 밤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왔어."


"응."


우리는 나란히 걸었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윌리엄."


수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응?"


"나, 현철이 좋았어."


과거형이었다.


"좋았어?"


"응. 처음엔."


"지금은?"


수아가 멈춰 섰다. 나도 멈췄다.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지금은 모르겠어."


"뭘?"


"현철이 좋은 건지, 네가 좋은 건지."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표정은 바꾸지 않았다. 바꾸지 않으려고 했다.


"나?"


"응. 너."


수아가 한 발짝 다가왔다.


"넌 나쁜 사람이야, 윌리엄. 친구를 배신하고, 거짓말하고, 계략을 꾸미고."


"알아."


"근데 이상하게 싫지가 않아."


그녀의 손이 내 손을 잡았다. 차가웠다. 4월의 밤공기 때문이었다.


"나도 나쁜 사람인가 봐."


수아가 웃었다. 슬픈 웃음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놓지 않았다.


"현철한테 뭐라고 할 거야?"


내가 물었다.


"몰라. 아직."


"나는?"


"너도 몰라. 아직."


우리는 찰스 강변에 서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믿었다.


---


일주일 후, 수아가 나를 다시 불렀다. 같은 장소였다. 찰스 강변.


"윌리엄."


"응."


"미안해."


그 말로 충분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현철이야?"


"응."


수아가 고개를 숙였다.


"네가 나쁜 사람인 건 알아. 근데 현철은... 현철은 좋은 사람이야."


"알아."


"난 좋은 사람이랑 살고 싶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었다.


"미안해, 윌리엄."


"됐어."


수아가 내 손을 잡았다.


"근데 너랑은 친구로 지내고 싶어. 진짜로."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심이었다. 그녀는 정말로 나를 친구로 좋아하고 있었다.


친구.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 곁에 있을 수 있다면.


"알았어."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


그해 여름, 현철은 수아에게 프러포즈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들러리를 섰다. 웃으면서 축하한다고 말했다.


졸업 후, 현철은 MIT 대학원에 진학했다. 생명과학 박사과정이었다. 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갔다. 케임브리지에서 보스턴까지는 지하철로 20분 거리였다.


떠날 수 있었다. 뉴욕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버드보다 좋은 경영대학원은 없었지만, 컬럼비아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남았다.


현철과 수아는 케임브리지의 작은 아파트에 살았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저녁을 먹으러 갔다. 수아가 요리를 했고, 현철이 와인을 골랐고, 나는 디저트를 가져갔다.


행복한 저녁이었다. 그들에게는.


나는 수아가 현철에게 기대는 모습을 보았다. 수아가 현철의 볼에 입맞추는 모습을 보았다. 수아가 현철을 바라보며 웃는 모습을 보았다.


매번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번 다음 주에 다시 왔다.


"윌리엄, 왜 여자친구 안 사귀어?"


어느 날 수아가 물었다.


"바빠서."


"소개해줄까? 내 친구 중에 예쁜 애 있어."


"됐어."


나는 웃으며 거절했다.


현철은 눈치를 못 챘다. 그는 천재였지만, 사람의 감정에는 둔했다.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


딸이 태어났다. 이름은 지수.


내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현철이 복도에서 울고 있었다.


"윌리엄, 나 아빠 됐어."


"축하해."


나는 그를 안아주었다. 진심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신생아실 유리창 너머로 지수를 보았다. 작고 빨간 얼굴. 수아를 닮았다.


"예쁘지?"


현철이 물었다.


"응."


나는 그렇게만 대답했다. 도서관에서 수아를 처음 봤을 때와 같은 대답이었다.


수아의 병실에 들어갔다. 그녀는 지쳐 보였지만 행복해 보였다.


"윌리엄, 왔어?"


"응. 축하해."


"고마워."


그녀가 웃었다. 그 웃음이 나를 향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지수 대부 해줄 수 있어?"


현철이 물었다.


"대부?"


"응. 네가 해줬으면 좋겠어."


나는 현철을 바라보았다. 그는 진심이었다. 처음 기숙사에서 만났을 때와 같은 눈이었다. 순수하고, 믿음이 가득한 눈.


"알았어."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 곁에 있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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