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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준 Apr 13. 2020

#기록을 하는 이유

사람들을 만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같이 사진을 찍는 편이다. SNS에 올리기 위해서 찍는 경우도 있지만 올리지 않아도 웬만하면 찍는다. 사진을 왜 찍는지 물어보면 단순한 ‘기록용’이라고 대답한다.

만나고 있는 그 순간은 당연히 지금의 만남을 잊을 리 없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기억은 강한 휘발성을 띠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선명하다고 생각했던 기억들도 점점 더 희미하게 흐려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그 사람을 만났었던 사실마저 까맣게 잊게 되기도 한다.

한창 여행을 할 때 여행의 순간들을 기록하고 싶어 매일 일기 쓰기에 도전한 적이 있다. 평소에 일기 쓰는 습관이 없었기 때문인지 며칠 못가 실패로 돌아갔지만 대신 여행을 하며 봤던 순간순간을 사진으로 더 꼼꼼하게 담기 시작했다.

여행하며 만났던 사람들, 음식점 앞에서 밥 먹던 나를 지켜봤던 귀여운 강아지, 낯설지만 익숙했던 숙소 앞 골목길,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은 담장의 잡초 한 포기까지. 지금도 그 사진의 기록들을 보면 그 순간, 그때의 시간과 느낌이 눈앞에 선하다.

기록의 형태가 글인지 사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기록을 하는 행위 자체는 생각 보다 큰 의미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아무리 좋은 기억력도 흐린 연필보다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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