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사소한 실수가 사소하지 않은 결과를 만드는 곳

에세이‘사막을 달리는 간호사’

by 김보준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실수를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기계들도 간혹 오작동이라는 실수를 하는데 기계가 아닌 사람이 실수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사소한 실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장소가 ‘중환자실’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중환자실. 이곳은 사소한 실수가 사소하지 않은 결과를 만드는 곳이다. 나의 작은 실수 하나만으로도 환자의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소중한 생명을 잃게 할 수도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일을 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투를 벌이는 환자들이 있는 ‘중환자실’이다.


처음에 중환자실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 역시 ‘혹시 내가 실수를 해서 환자들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였다. 중환자실 문을 열고 출근을 하면서 매일같이 오늘 하루도 큰 실수 없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출근을 하고 일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오늘 하루 내가 환자에게 주게 될 약물과 투약카드가 의사의 처방에 맞게 정확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실제로 투약을 할 때는 투약하고자 하는 환자가 맞는지, 약물이 맞는지, 약물의 투여량이나 속도가 정확한지, 투여 경로는 정확한지, 투여 시간은 정확한지를 확인하는 투약의 5R을 항상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다섯 가지 중 단, 한 가지라도 잘못된다면 그것은 명백한 투약오류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처방을 받고 각종 검사와 시술이 쏟아지며 시시각각 상황이 급변하는 중환자실에서 정신 줄을 잡고 일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인가에 홀린 듯, 정신 차리고 보면 잘못된 수액에 약물을 믹스하고 있다거나 약물의 용량 계산을 틀리는 경우가 그러했다. 다행히도 고위험 약물, 수혈 등 환자에게 크게 해가 되는 약물을 투약할 때는 2명이서 이중 확인을 하는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실수는 사전에 발견되어 예방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항상 예상치 못한 순간에 사소한 부주의나 실수로 일어나는 법이었다.


하루는 섬망이 심한 환자를 담당했다. 금방이라도 침대에서 떨어질 것처럼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몸부림을 심하게 치고 있었다. 아무리 말로 진정시키려 해 봐도 환자와의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다. 잘못하다가는 낙상이나 기관내삽관이 탈관되어 환자가 더 위험해질 수도 있었기에 담당 의사와 상의 끝에 환자의 안전을 위해 억제대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억제대는 양쪽 팔목에 묶어 침대 난간에 고정했다. 나에게는 담당하는 다른 환자도 있었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이 환자만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억제대를 묶어 두고 다른 환자의 투약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 다른 환자의 투약을 준비하던 중 섬망 환자가 있는 옆방에서 동료 간호사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헐레벌떡 달려가 보니 억제대가 풀린 채 환자의 손에는 삽입돼 있던 기관내삽관이 제거되어 들려 있었다. 인공호흡기에서는 날카로운 알람이 울려 대고 산소포화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떨어지고 있었다. 억제대를 적용할 때 혹시나 피부가 상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억제대를 너무 느슨하게 묶어 둔 것이 탈이었다. 급하게 담당의를 불러 신속하게 재삽관을 했고 인공호흡기를 연결하자 산소포화도는 다시 100%로 회복될 수 있었다. 다행히도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더 늦게 발견되었다면 산소포화도가 더 떨어져 아찔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2장 관련 사진들 (24).jpg 사소한 실수가 사소하지 않은 결과를 만드는 곳


이렇듯 중환자실에서는 내가 하는 작은 행위 하나하나에 환자의 안전과 생명이 직결되는 만큼 일을 할 때는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어떤 약물이 위험하고 어떤 상황이 환자에게 해가 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공부해야 했다. 처음 보는 병명을 마주하고 처음 보는 약물을 투약하게 될 때는 더욱 신중을 기했다. 학생 때야 모르는 문제는 틀리면 되는 거였지만 일을 할 때는 이야기가 달랐다. 조금이라도 모르거나 애매한 것이 있으면 항상 경험이 많은 선배 간호사들에게 먼저 조언을 구하고 전문 서적을 뒤적였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모르면서 아는 척을 하는 것은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때로는 중환자실에서 10년을 넘게 일한 베테랑 간호사도 모르는 것이 있었다. 중환자실은 어느 정도 일을 익혔다고 해서 안주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곳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항상 배움의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곳이었다.


책.jpg 에세이‘사막을 달리는 간호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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