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고 있는 신념, 나와의 약속과 같은 문장이 있나요?

소소무물 | 아홉 번째 이야기

by 루아 미티



치타 미티

스페인 출장을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14시간 비행은 정말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아요.


긴 마라톤을 완주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실제로 최근 전 10km 마라톤을 달렸어요. 오랜만에 달려서인지 처음에는 엄청 설레는 마음이었죠. 그러다 4km 정도부터 힘이 들었어요. 그 상태로 8km까지 달렸습니다. 그러다 2km도 안 남았다는 사실에 기쁘다가 훅 페이스가 쳐지더라고요. 뛰어온 8km보다 남은 2km가 더 멀고 힘들게 느껴졌어요. 비행기 안에서 마라톤과 똑같은 마음이 들었어요. 기내식도 맛있게 먹고 잠도 열심히 자며 12시간을 버텼어요. 그런데 남은 2시간이 미치겠더라고요. 엉덩이도 더 아프게 느껴지고, 잠도 안 오고요.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고 느꼈습니다.


올해 나의 신념과 같은, 스스로와의 약속과 같은 문장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어요. 그러다 최근 둘러보기를 통해 발견한 어떤 인플루언서의 프로필에 꽂혀버렸습니다.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Not perfect, Just determined’


스스로 완벽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무언가를 시작할 때,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면 한 발 뒤로 물러서죠. 생각과 계획은 가득한데, 실제 행동까지 이어지기 너무 오래 걸리는 일들이 매년 노트에 가득해요. 그래서인지 저 문장이 올해 나에게 다짐과 같은 문장이 되겠다 생각했죠. 게다가 뭔가 쿨한 느낌이랄까요? ‘누가 뭐래도 난 저럴 거니까 너도 그리고 나도 조용히 하고 따라와!’ 이런 느낌이랄까요. 엉망진창에 누구에게 보여주기 부끄럽더라도 일단 하는 자세. 이런 시도들이 쌓이면 2023년 12월 회고에 할 이야기가 무척 많을 듯해요.




키티 언니


한 두 달 지나서 바르셀로나에서 찍은 사진들 보세요. 다시 여행 가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일 거예요. 2022년에도 수고 많았고, (운동 전에) 보양식 먹으며 기력 채워봅시다!


새해에도 성심성의껏 답해보겠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신념? 나와의 약속 같은 문장이라.. 글쎄요. (금세 열심히 답하기로 해놓고 이럽니다.) 신념이라고 할 만큼 인생의 좌표로 삼는 생각은, 없어요.


대신 후회를 줄이도록 도와주는 지침은 있습니다. 관계를 맺거나 유지할 때 "강요하지 말자, 억지로 설득하려 애쓰지 말자."하고 되뇝니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은 안 변해'와 같은 맥락입니다. 누구의 생각, 가치관은 적어도 수십 년에 거쳐 타고난 기질과 환경이 축적되어 생성되잖아요. 지층과 같은 타인의 생각을 말 한마디로 돌리기는 어려워요. 내가 늘 옳지도, 그가 그르지도 않아요. 그래서 의견은 전하돼 받아들이는 건 그의 몫으로 둡니다. 반절의 존중과 반절의 수긍이 모여 얻어진 결론이죠.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미티님이 말한 문장과 비슷해요. 소소무물 시작할 즈음부터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실패해도 괜찮다. 서툴러도 괜찮다. 해보자."입니다.


사실, 저는 우스개 소리 덧붙여 ‘되면 한다’고 말하던 사람이었어요. 나이가 들고 연차가 쌓이면 어설프고 실수하는 모습을 들키기 싫거든요.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일, 온전히 성공만 하는 일만 했습니다. 그러니 되려 쪼그라드는 저를 발견했어요. 정확히는 상대적 축소였죠. 하던 일만 하는 저의 영역은 그대로인데, 다른 사람들은 도전하고, 실패하고, 보완하며 커져갔으니까요. 주변 사람들과의 그릇 비교는 건강한 자극이 됐습니다. 저를 움직였거든요. 몇 년간 그대로였던 제 그릇을 다시 키우고 있습니다. 온라인 강의도 듣고, 소소무물도 쓰고, 새로운 포맷으로 업무 계획을 보고했습니다. 새벽 6시 기상은 며칠 째 실패했고 돈 주고 배운 운전은 실수 연발입니다. 어설퍼도 어떻게든 하려고 애쓰는 제가 맘에 들어요. 이전보다 훨씬.


미티님의 건강하고도 건전한 질문들.. 참 좋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건강식만 먹고살 수 없잖아요. 라면도 먹고 싶고, 케이크도 먹고 싶잖아요. 이처럼 좋아하면서도 마음 한쪽이 뜨끔한 미티님의 길티 플레저가 궁금해요. 콘텐츠나 음식, 인물 뭐든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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