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뒤 내가 죽는다면?

소소무물 | 열한 번째 이야기

by 루아 미티


치타미티

대학을 졸업하고 뒤늦게 임용고시 준비를 하였었어요. 중학교 때부터 운동이 제 삶의 가장 큰 우선순위였던 저에게 공부를 우선순위로 두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죠. 더 자세히 말하자면, 대학교 졸업 전까지는 금, 은, 동색 중의 메달을 얻는 것.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임용고시 합격이라는 합격증을 얻는 것이었어요.

공부하는 내내 스스로에게 물어봤던 기억이 나요. 도서관에서, 카페에서 공부를 하며 ‘과연 나는 선생님이 되면 행복할까?’를 되물었어요.



그러던 중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물었어요. “너에게 1년이란 시간만 있다면, 지금 그 공부. 할 거 같아?”


저에겐 무척 중요한 질문이었어요. 완전히 다른 답이 입에서 나왔거든요. “아니, 나는 이 공부 안 해. 차라리 대학원 가서 전공 공부를 더 하고 싶어.”


이 질문은 중요한 순간마다 저를 따라다녔어요. 임용공부를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작은 스타트업에 다녀야겠다 선택했을 때, 오래 다닌 회사에서 퇴사를 결정할 때 모두 이 질문을 했어요.


아직도 중요한 선택을 내려야 할 때 언제나 '1년 뒤 내가 죽는다면'이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곤 해요.

후회야 당연히 하겠지만, 그럼에도 50:50은 없다는 생각으로 51:49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죠.


1년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많은 걸 할 수 있지만, 너무나 빨리 가버리는 시간이잖아요. 그 시간에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예전 벨기에 여행에선 '1년 뒤 내가 죽는다면'이라는 주제로

- 그렇다면 누구를 만날 것인가

- 그렇다면 가족과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

- 그렇다면 무슨 일을 하겠는가

등등 스스로에게 물어봤었어요.


올해도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할 예정이에요. 지금의 순간이 좋은 선택이었다는 걸 스스로 알 수도 있으니까요.


조금 무겁지만, 키티언니에게도 묻고 싶어요.

1년 뒤 내가 죽는다면, 나는 어떻게 그 시간을 채울 것인가



키티언니

벌써 작년이 되어버린 2022년 가을,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고등학교 때 몰려다니던 저 포함 6명이 딱 10년 전에 함께 부산에서 만나 놀았어요. 각자 사는 곳이 달랐어도 그래도 가끔 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 같이 모이는 데 10년이 걸리더라고요.


한 교실에서 같은 교복을 입고 있던 우리는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누구는 회사에 다니고, 누군가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또 누구는 아이 엄마가 되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결혼을 안 할 생각이라 합니다. 그런데 참… 우리의 티키타카는 여전했습니다. 어쩜 이렇게 개그 코드가 잘 맞는지…. 목이 쉬도록 떠들고 놀았어요. 당장 기약은 없지만, 그래도 또 만나자며 헤어졌습니다.


1년 뒤 내가 죽는다면.. 이번 같은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에 갈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오랜만에 봐도 엊그제 만난 것처럼 편한 사람들,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절로 박수치게 되는 사람들을 만나자! 만나면 몇 년 안 봐도 될 만큼 신나게, 진하게 떠들고 놀고 오자고요. 물론 쉽지 않겠죠?


미티님처럼 중요한 결정을 할 때 ‘1년 뒤 죽는다’라는 가정이 좋은 선택으로 이끄는 나침반이 되겠지요. 또한 이 생각은 일상에서 언제 집중해야 할지도 알려주는 것 같아요. 또 만날 텐데, 또 할 텐데, 또 갈 텐데 하며 흘려보내는 시간이 상당히 많잖아요. 계속 산다는 가정의 ‘1년’ 안에서 우리는 어떤가요? 좋아하는 사람을 몇 번 만나지 못하고, 좋아하는 일을 몇 번 하지 못하고, 좋아하는 곳에 자주 가지 못해요. 네, 만약 제가 1년 뒤 죽는다면, 특별한 일보다 일상을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겠습니다.


일상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답을 죽음에서 찾았네요. 더불어 예상치 못한 죽음도 많은데,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조차 행운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이라도 얼마나 좋아하는지 마음껏 느끼고 표현하고 감사해야겠어요.


일요일마다 미티님의 질문과 답을 기다리고, 답하고 묻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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