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무물 | 18번째 이야기
최근 퇴사를 고민하는 친구가 있어요. 고민을 자세히 들어보니 진짜 스트레스 좀 받겠더라고요. 지금 다니는 회사의 리더들과 커뮤니케이션에서 상처도 많이 받고, 실망을 많이 했더라고요. 결국 회사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사람 관계에서 힘들면 답이 없잖아요. 가장 큰 위로는 함께 욕해주기다! 생각에 열심히 욕 좀 해줬어요.
다른 친구들을 만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요. ‘우리 회사에 이런 사람이 있는데 같이 일하기 정말 힘들다’, ‘도대체 왜 이렇게 일하는지 모르겠다’. 반대로 ‘일이 힘들어도 사람 때문에 남는다.’라는 말도 하죠. 이런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제가 거쳐온 수많은 빌런(이것도 아마 제 기준이겠죠)들이 생각났어요. 빌런마다 이름을 지어줬더니 유형이 보이더라고요.
기억력부재 빌런
아, 이 빌런의 가장 큰 특징은 회의를 하면 회의 아젠다 생각 없이 일단 들어와서 앉아 있다가 다음 회의 때 ‘무슨 이야기했었죠.’를 시전하고 하죠. 회의록을 쓸 줄 모르면 자기 To do라도 적어두던지, 멍하니 듣고 있다가 회의가 끝나거나 다음 회의 때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인 마냥 있어요.
물어볼 거면 회의 전에 물어보던지, 꼭 회의 시작하기 10분 전에 물어보는 상사들도 있죠. 대부분 due를 무시하고 회의를 하니까 회의를 하는, 살아 있으니 숨 쉬는 듯한 느낌의 빌런 스타일이랄까요.
겁쟁이뒷말 빌런
소심한데, 자존심은 강해서 해야 할 사람에게 할 말 안 하고 엄한데 할 말 해서 조직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 중 한 명이죠. 둘이 해결할 일을 점심 먹는 동료에게 한 마디, 리더와의 면담 때 한 마디 나누며 스스로 오해 빌드업을 하곤 해요. 직접 얼굴 보고 이야기하자고 하면 두 가지를 보이죠.
1번: 갑자기 눈물
제가 죄송해요ㅠㅠ 저는 그럴 의도가 아녔는 데에..ㅠㅠ
2번: 적반하장 스타일
누구님도 제 이야기하지 않으셨어요!?! 왜 저한테만 그러세요?
아마 이런 타입은 퇴사를 할 때까지 뭔가 깔끔함 없이 헤어지게 되더라고요.
내가 누군지 알아 빌런
직접적으로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와 같이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는 안 하지만 거의 마인드에 ‘네가 감히, 나한테’와 같은 말이 박혀 있는 리더들이 있어요. 수평적으로 대화하자고 해놓곤 갑자기 내가 지금 부장인데, 까라면 깔 것이지와 같은 태도로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곤 하죠.
제 친구도 이런 리더 한 명에 진절머리가 나서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리더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회사에 대한 애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리더를 넘어 내 옆 동료를 서로 리스펙 할 수 있다면 정말 훌륭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양한 조직을 경험해 본 키티언니는 더 많은 빌런을 만났을 듯해요. 오늘의 질문, 너무 궁금하네요!
같이 일하기 힘들고도 싫은 인간이 당연히, 정말로, 반드시 있었죠. 사람은 좋은데 일은 못하거나, 일은 잘하는데 성격이 개차반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만인의 적인 인성적으로 실력적으로 모자란 인간도 있었고, 저와는 안 맞았지만, 다른 사람과는 잘 맞는 사람도 있었죠.
여러 회사를 거치며 순도 100% 지극히 저만의 기준에서 안 맞는 사람들 리스트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협업에서 1) 일정을 잘 지키자 2) 희생을 강요하지 말자 가 기본 철학입니다.
도르마무형
: 인간이 아무리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신머리가 없거나, 실력이 없거나, 개선 의지가 없거나 중에 하나지요. 열에 여덟은 개선 의지가 없습니다. 너스레라도 떨면 다행이고 당당한 부류가 대부분이라 어이없는 상황이 왕왕 발생합니다.
내로남불형
: 본인은 어디 외계에서 오셨는지 늘 특별 케이스를 자처합니다. 자기는 다 괜찮지만, 남들은 다 안 되지요. 재미있는 건 늦거나 못한 건 다 외부 탓이고 어쩌다 잘하면 본인 덕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정반대입니다. 비슷한 유형으로 악플러형이 있는데요. 회의 시간에 남의 아이디어는 까대면서 정작 대책은 없어요. 이 느낌적인 느낌을 모르겠냐고 하시는데 알면 제가 회사에 있겠습니까? 신당 차렸지.
비석형
: 네, 맞습니다. 묘 앞에 있는 그 비석. 한번 새겨지면 부술 때까지 수정되지 않는 그 비석이요. 한번 박힌 고정관념이나 생각이 절대로 바뀌지 않는 유형입니다. 팀원일 적엔 그나마 괜찮지만, 리더라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본인이 무척 유연하다고 생각까지 한다면, 도망가시길 추천드립니다.
저 역시도 누군가에게는 일하기 힘들고 싫은 인간이었을 겁니다. 직장은 또 하나의 정글인데, 천적이 없을 리 없잖습니까. 분명 일을 하는 과정에서,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통해 나아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일에 지장을 줄 정도로 업무 철학과 스타일이 다르다면 협업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둘 중 하나는 희생하거나, 어설픈 합의로 둘 다 불만족인 상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억지로 봉합하면 언젠가 또 터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