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무물 | 20번째 이야기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노래는 뉴진스의 OMG에요. 마냥 걸을 때 뉴진스 플레이리스트를 틀면 찬 공기도 상쾌하게 느껴지는(?) 매직이 있어요.
친구들을 만나 뉴진스 이야기를 하다 저와 이름이 같은 혜인이 08년생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맙소사. 제가 08학번이거든요.(맙소사)
나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대학교를 졸업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정확히 밀고 10년+@정도로 써보렵니다.. 호호)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을까요?
타이밍 좋게 지난 주말에는 제 대학시절 4년이 고이 묻어있는 춘천에 다녀왔어요. 익숙하게 대학교 후문으로 들어가 친구들과 지지고 볶고 살던 기숙사부터, 여름에는 덥게, 겨울에는 춥게 달렸던 운동장 빨간 트랙까지 보았어요. 전공 수업이 끝나고 열심히 오르막을 달려 도착한 교양 수업 건물까지. 이것저것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1학년 때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이 넓은 학교 여기저기를 다녔을까,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조용히 생각해 보았어요. 동기들과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하며 웃던 시간들, 혼자 마음이 상해 4인 기숙사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죽여 울었던 시간들까지. 신기하게도 건물들에 그때의 추억이 조각조각 남아있더라고요.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친구들과 수업 후 벤치에서 마셨던 막걸리와 새우튀김이었어요. 왜 그 순간이 가장 강렬하게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왔어요.
정말 철없었구나. 점심부터 막걸리를 몇 병 비우고 각자 기숙사에 가서 하루 종일 잔 뒤, 저녁 9시쯤 우리 정말 낮술 하지 말자 전화 통화로 다짐하고. 그다음 날이면 다시 막걸리를 찾았던 시간들이요.
오직 그때, 그 친구들과 할 수 있었던 기억이기에 소중한 거 아닐까요? 뭐든 어설프지만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시간들이었어요. 이제는 이렇게 기억을 더듬어 조각으로 발견되는 추억들이지만, 그래도 '대학 때 나의 베스트 장면'을 생각해 보는 게 즐거웠어요.
키티언니도 이런 시간, 이런 장면이 있나요?
풋풋한 20살의 키티언니를 잠깐 상상해 봅니다. 후후
스무 살이라.. 그리 풋풋하고 귀엽지는 않았어요. ‘웃상’이라고 하죠? 그쪽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표정의 8할이 퉁퉁증이 난 것 마냥 뚱했으니까요.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바라고 바라던 인서울! 그러나 제가 상상 속 서울, 그리고 대학 생활과 현실은 많이 달랐어요. 첫 1년은 정말 어쩔 줄 모르는 일상의 연속이었습니다. 사람들도 학교도 낯설고, 마음은 넘치는데 마음처럼 되는 일은 없었어요.
당시 유행하던 디카(디지털카메라)를 사고 싶었어요. 주말 온종일 매달려 알바를 했죠. 몇 달 꼬박 일하고 개중에 저렴한 녀석을 샀습니다. 그리 뿌듯하지 않았어요. 한 친구가 훨씬 더 좋은 디카를 들고 나타났거든요. 그것도 부모님께 선물 받아서. ‘종아리가 아리도록 일해도 이 정도구나.’ 같은 좌절에 절여지기 시작했죠.
학부 생활을 지나 2학년 때 전공을 정했는데요. 지금은 잘 선택했다고 여기지만, 당시 심리학과로 정할 때는 취향(?)에 맞는 과가 그뿐이라는 단순한 이유였어요. 미래에 대한 생각이 없었습니다. 오늘을 버티고, 다음 학기 기숙사 비는 어떤 알바로 벌어야 하는지만 생각했거든요.
겨우 2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했습니다. 학교를 옮기면 팍팍한 현실이 달라질 거라는 얄팍한 기대로 편입을 준비했어요. 앉아는 있었지만 공부는 안 했어요. 불합격 통보에도 별로 타격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실패하고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그때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여러 환경의 친구들이 가진 삶의 우선순위에 대해 듣게 됐거든요. 제가 하나의 기준에 매몰된 걸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작고 연약한 제 생각이 깨어지고 조금은 컸습니다. 복학한 후로는 학교 생활을 즐기게 됐어요. 이전 같았다면 듣지 않았을 사진 수업도 듣고, 출사도 나가고, 조별 과제에서 자발적으로 나서 발표도 했습니다. 공강 때 기숙사에서 누워있지 않고 도서관에서 책도 보고 영화도 봤어요. 기숙사 방도 다르게 꾸미고, 옆방 친구들도 불러서 맛있는 것도 먹고 고민도 나눴어요.
3학년 이후 조금 달라졌다고 대학 시절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바뀌진 않았습니다. 초라한 마음이 들어 울었던 시간도 많았으니까요. 그러나 눅눅한 시간이 없었다면 나아진 지금이 소중한 줄 몰랐겠죠.
장황하게 이야기했으나, 한 페이지로만 기록하라면 그래도 한강에서 친구와 고민을 나누던 시간을 남기고 싶습니다. 한강에서 친구와 인생에 대해서, 관계에 대해서, 썸남과에 대해서 얘기했던 걸 회상하면.. 지금도 이불이 찢어지도록 킥하고 싶지만요. 멋모르고, 그래서 한숨짓고, 쓸데없이 진지하고, 한순간에 해맑아지는 그게 스무 살인 것 같아서요.
p.s 00년대 중반에 한강에서 제 얘기 들으신 분 계시면, 잊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