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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 미티 Aug 15. 2023

나에게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가 있나요?

소소무물 | 40번째 이야기

치타미티

드디어 빈지노의 앨범이 나왔어요. 

너무나 오래 기다렸어요. 20대의 청춘을 이야기하던 그가 나이가 들며 어떤 이야기들을 할지 너무 궁금했어요.

결과는 역시. '똑같은 거 할 거면 밤을 왜 새워야 해?'라고 말하던 그는 동일했어요. 그리고 그의 20대, 현재 힙합씬과 완전히 다른 빈지노스러운 결과물을 가지고 왔죠. 


삶에 영감을 주는 사람들을 좋아해요. 이런 측면에서 저는 사람에게 가장 큰 영감을 받는 듯해요. 

그들이 만드는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영감과 이야기들, 자신만의 정의 등등을 보며 그 사람을 알게 되죠. 


아시겠지만 저에게 굉장히 큰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는 '빈지노'에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가 스스로이고, 자신을 위해 가까이 또는 멀리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거든요. 당장의 감정과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에 굴하지 않고 '나는 지금 행복한가?'를 솔직하게 묻고 거기에 답을 내려 행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특히 Life in Color라는 곡의 가사를 좋아해요. 


색깔 없는 과일 누가 먹겠니

모양이 같은 게 수백 개면 널 찾겠니

다들 똑같앴지 다 생각이

굳어있었지 딱딱딱

딱 하나 있는 똑똑한 외계인 너였어

그런 너라면 뭔들, 너랑 이면 뭐든 할래

너의 우주선이 위험해 보여도 난 탈래

난 모험심 많은 risk taker with a palette

so i'll fly with you

너가 우주선을 타면

내가 튜닝해 줄게

너에게 초능력이 있어 나를 사로잡았다면

나는 물감이 많아


똑같은 건 매력이 없죠. 제2의 @@은 결국, 제1을 높이 사는 것 밖에 안되니.

나만의 것, 나다운 결정들을 내려가는 건 힘든 일이지만 그럼에도 나만의 컬러를 가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싶어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와요.

이름부터 색이 가득했던 친구들 사이에서 자기 혼자 색이 없다고 느껴졌던 주인공이

나이가 들고 자신을 돌아봤을 때 가장 진한 색채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단 걸 알게 되죠.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아티스트들을 통해 나 스스로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 가치를 위해 나 스스로 과거과 미래를 떠나 지금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게 되는 듯해요.


키티언니에게도 좋은 자극을 주는 아티스트가 존재하나요?





키티언니


이번 질문도 역시나 어렵네요. 어쩜 이렇게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는 질문들을 하시는지..ㅎㅎ 난감하게도 저는 정말로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는 많습니다. 미티님도 그렇지 않나요? 비단 빈지노 한 명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시시때때로 달라지고 문제에 따라 달라지고 동시에 여러 명에게 감읍할 때도 있습니다.


올해 1분기에는 김은숙 작가에게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로맨스의 화신이었던 그가 칼춤 추며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했죠. 그동안의 히트작도 엄청났는데, 이번에는 넷플릭스 서버를 다운시킬 정도로 파급력이 대단했습니다.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사람은 다른 분야에서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빨리 터득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들 이상으로 고민하고 노력한다는 자신감도 있으니까요.


2분기에는 댄스 가수 유랑단의 엄정화와 이효리를 보며 감동받았어요. (물론 김완선, 보아, 화사 모두 사랑해요!) 그들에게서 당연하게 여겼던 면모들이 실은 그렇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당당하고 소위 '세다'라고 일컬어지는 그들은 오히려 남들보다 눈물이 많았어요. 속은 여리지만, 용기가 있었죠. 세상의 기준에 따라가지 않고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낸 메시지를 던졌어요. 또한, 자신의 약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 점이 정말 강하다고 느껴요. 약해지는 마음, 여자 연예인으로 나이 들어감 등에 대해 솔직하게 드러내니 그건 더 이상 약점이 아니었습니다. 상황은 많이 달라도 엄정화와 이효리를 보고 힘을 얻은 사람들이 몇 백만 명 있을 거예요.


한 번은 이효리가 엄정화에게 물어요. "언니는 언제 촌스러워져요?" 엄정화가 장난스럽고도 새침한 톤으로 대답하죠. "촌스러운 게 뭐야?" 그랬죠. 그들은 촌스러운 적이 없었습니다. 다만 패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들의 생각과 태도는 단연코 촌스럽지 않아요. 최고의 자리에서 군림하며 성공을 반복하지 않고 호기심을 갖고, 트렌드와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그랬기에 매번 새로운 콘셉트를 시도하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겠죠?


하는 일도, 생김새도, 나이 대도 다르지만, 태도는 그들을 따라가고 싶습니다. 치티치티 뱅뱅의 기백, 페스티벌의 긍정, 제주댁의 여유, 차정숙의 온정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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